재개발·재건축 이주비 대출 ‘그물망 규제’ 에 속타는 조합원

서울 정비사업장 이주비 조달 초비상 김하수 기자l승인2018.11.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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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계획·대체 주거지 마련 계획 틀어져 당혹감
방배5구역 증권사 통한 대출 무산 … 이주 지연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정부가 겹겹이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이주를 앞둔 서울 주요 재건축·재건축사업장들이 이주비 조달을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2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이주비 한도를 크게 낮추면서 일부 정비사업조합들이 부족한 이주비를 충당하기 위해 외국계 금융사의 문까지 두드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제동에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9·13대책 이후 이주비 대출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되면서, 2주택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이 원천 봉쇄됐다.

▲8.2대책…투기과열지구 내 이주비 대출한도 LTV 60%→40%로 축소

지난해 정부가 8.2대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30~40%로 축소하면서 이주비 대출 금액이 줄어 당장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를 계획하고 있던 재건축·재개발구역 내 조합원들의 발이 묶이고 있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로, 정비사업에서 LTV 역할을 하는 것은 종전자산평가금액이다.

문제는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대출가능액이 기존 60%에서 40%로 절반 가까이 줄자 이주를 앞둔 조합들이 20%의 차액을 메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남 4구와 용산구, 성동구 등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15개구와 세종시는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한 건이라도 받았다면 추가 대출이 불가하다.

이로 인해 관리처분인가 이후 당장 몇 달 안에 짐을 싸야 하는 서울 재건축·재개발구역 조합원의 경우 자금 계획과 대체 주거지 마련 계획이 틀어져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앞서 지난 5~6월부터 이주를 시작한 방배5구역과 방배6구역은 당초 증권사와 투자은행의 추가 이주비 대출이 계획됐지만 현재 모두 무산됐다.

지난 5월 이주를 개시한 방배6구역 재건축조합은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로부터 추가 이주비 대출을 받기로 했지만, 대출이 무산되면서 이주지연 위기에 봉착했다. 금융당국이 집값 안정화와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막자는 취지의 정부 대출 규제를 피한 편법 대출의 성격이 짙다고 판단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방배5구역 역시 증권사를 통해 추가 이주비를 대출받으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조합은 지난 7월 신한금융투자·파인크레스트 리얼에스테이트 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추가 이주비 대출기관으로 선정했지만 곧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자금조달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는 대출을 많이 받고 매입해 들어온 투자수요가 적지 않은데 정부 규제로 이주비가 줄다 보니 전세보증금을 빼주고 나면 대출금 상환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외국계 자금을 받건, 대부업체 돈을 받건 결국 은행대출보다 높은 이자를 주고 이주비를 빌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시공자 이주비 대출 원천 봉쇄

과거에는 건설사가 자사 신용 대출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대여해줬지만 지난 2월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시공자의 이주비 대출도 원천 봉쇄됐다.

이와 관련 최근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건설사들이 과거 조합에게 약속했던 이주비를 충분하게 마련해주지 못하게 되자 일부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해 10월 수주한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지원과 관련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주 당시 제시한 조건을 지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작년 10월 재건축 일감을 수주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자체 보증을 통한 이주비 추가 지급 등을 약속했다.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으로 집단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 일대 재건축 현장 조합원들의 이주비용 부담이 커진 것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 말 건설사들의 재건축 현장 수주 경쟁 단속에 돌입하면서 건설사의 약속은 이행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는 아직 이주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주지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총회에서 의결하고 이주 계획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9·13대책…이주비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간주…다주택 조합원 ‘첩첩산중’

정부는 지난달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등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에서 2주택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비 대출도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하고,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 추가분담금에 대한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인정키로 했다.

대책 발표 이후 ‘1+1 재건축’ 대상이 많은 재건축단지들은 이주 계획 차질을 우려한 조합원들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1 재건축은 대지 지분이나 평가금액이 높은 기존 주택 한 채를 가진 조합원이 재건축 후 새 아파트 중소형 두 채를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 이후 규제지역 내 재건축으로 얻게 되는 입주권이 1주택으로 간주되면서 앞으로 이들 1주택자가 관리처분인가 후 입주권 두개를 얻게 되면 다주택자가 돼 대출규제에 묶여 개인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136번지 재건축단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곳 조합원 827가구 중 보유주택의 대지 면적이 넓어 신규 아파트 중소형 2채를 받게 되는 조합원은 약 90가구로, 이 중 절반 정도가 1주택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합 관계자는 “이번 정부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 대상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입주권 두 개를 받는 1+1 재건축 신청자들은 졸지에 다주택자로 분류돼 대출을 제약받게 됐다”며 “이번 대책의 불합리한 점에 대해 정부 기관에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2천120가구를 허물고 5천388가구로 신축하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역시 1+1 재건축 신청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1+1 재건축 방식은 중소형 주택 공급이 절실한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중의 하나”라며 “이러한 긍정적 측면은 생각지도 않고 일률적인 대출 규제를 가할 경우 향후 서울 주택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집값이 더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기자  hs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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