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인 총회결의에 기해 설계자를 선정한 조합임원의 형사책임
무효인 총회결의에 기해 설계자를 선정한 조합임원의 형사책임
  • 오민석 대표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 승인 2018.11.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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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오민석 변호사] 인천 소재 P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정관은 설계자의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는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라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P조합의 조합장 A는 설계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진행하면서 이와 같은 엄격한 정관규정에 따라서는 설계자의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A는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이 직접 참석한 총회에서 설계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개정 안건과 설계자 선정입찰에 참여한 B사와 C사 중 1인을 설계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동시 상정하는 조합원 총회를 소집했다.

2010년 10월 16일 개최된 조합원 총회에는 총 조합원 1천147명 중 118명이 직접 참석하고 784명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다. 이 총회에서 789명 조합원의 찬성으로 정관변경 안건이, 651명 조합원의 찬성으로 설계업자로 B사를 선정하는 안건이 각 가결되었다.

관할 구청장은 같은 해 12월 15일 총회에서 의결된 변경 정관을 인가했으며, P조합은 2011년 3월 19일 조합원 중 120명이 직접 참석하고 515명은 서면결의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2010년 10월 16일자 총회에서 의결된 정관변경 및 설계자 선정을 재차 추인하는 결의를 했다.

P조합의 조합원 D는 2010년 10월 16일 총회에서의 정관변경은 관할 구청장의 변경인가 이후에야 효력을 발생하는 것인데, 같은 총회에서 변경된 정관에 따라 설계자를 선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D는 A조합장이 무효인 총회결의에 의해서 설계자를 선정해, 설계자의 선정을 총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한 구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6호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설계자를 선정한 조합의 임원을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한 같은 법 제85조 제5호를 위반했다면서 A를 형사고소했고, 검사는 A를 도시정비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A조합장은 총회의 소집절차·시기 및 의결방법에 관한 정관의 변경은 경미한 변경으로 신고사항에 불과해서 총회의결 즉시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고, 설계자 선정에 관한 의결은 그 자체로 관할 관청의 인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있으며, 정관변경 및 설계자의 선정안건이 정관변경 인가의 요건인 조합원의 동의정족수를 모두 충족해 의결되었을 뿐 아니라 정관변경이 인가된 이후 재차 총회에서 추인결의까지 받았으므로 도시정비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다퉜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관변경에 관한 시장 등의 인가는 그 대상이 되는 기본행위를 보충해 법률상 효력을 완성시키는 행위로서 이러한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 변경된 정관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2007.7.24. 2006마635 결정 등 참조), 시장 등이 변경된 정관을 인가하더라도 정관변경의 효력이 총회의 의결이 있었던 때로 소급해서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형식적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설계자를 선정했더라도 그 총회의 결의에 부존재 또는 무효의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설계자의 선정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한 것에 해당한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도1082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2010년 10월 16일 총회에서의 의결로 변경된 정관은 시장 등의 인가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효력이 없으므로 설계자를 선정하기 위하여는 변경 전의 정관에 따라 조합원의 과반수가 직접 참석한 총회에서의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그러한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설계자의 선정은 무효라 할 것”이고, “무효인 결의에 의해 설계자를 선정한 것은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설계자 선정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행위에 해당”하며, 이는 “설계자 선정 이후에 변경된 정관에 대해 시장 등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거나 조합의 총회에서 설계자의 선정 결의를 추인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면서 A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대법원 2014.7.10 선고 2013도11532 판결).

설계자 선정을 위한 총회 의결방법에 관한 정관 변경은 신고사항이 아닌 변경인가 사항이라는 것이 판례이고,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시공자, 설계자, 감정평가업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 또는 변경하는 임원에 대한 도시정비법의 처벌규정은 총회의 의결을 전혀 거치지 않은 경우 뿐 아니라 총회의 의결이 있었더라도 그 결의가 부존재, 무효인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잘 알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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