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구역해제 제도 이대로 둘건가
재개발 재건축 구역해제 제도 이대로 둘건가
주민동의·시장직권·일몰제… ‘3중 자물쇠’로 주민 갈등 심각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8.12.1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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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간 끝없는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 증가
기준 싸고 조합·지자체 불화 … 제도정비 시급 

▲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서울의 한 뉴타운구역에서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행 정비구역 해제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금융위기 등 국내외 부정적 요인에 따른 응급조치 차원에서 2012년 도입된 제도가 6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구역해제의 방법으로 주민동의·시장직권·일몰제라는 3중 규제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주민동의에 의한 구역해제 방법은 2016년 12월 31일 종료됐지만 각 지자체 조례에서 부활해 현재에도 운용 중이다.

구역해제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사업 찬반으로 나뉘게 해 주민 간 갈등을 유발시키고, 지자체가 주민의견 조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각종 민원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또 후속대책이 변변치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예측은 그대로 적중해 6년이 지난 지금 현장 곳곳에서 구역해제의 부작용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구역해제 제도로 인한 갈등 빈발

일선 현장에서는 구역해제로 인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이 사업진행 내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갈등 형태는 소형주택을 소유한 작은 지분의 다수의 조합원들과 상가건물 및 대형 단독주택을 소유한 소수의 조합원들 간의 대립이다. 상가건물의 월세 수입을 원하는 상가건물 소유주 및 단독주택을 헐고 도시형생활주택을 건립해 개발이익을 얻으려 하는 대형 단독주택 소유주들이 정비사업을 반대하는 형태다.

최근에는 일정 비율의 토지면적 기준을 충족시키면 구역해제 검토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소수의 사업반대 조합원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어 갈등 양상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구역해제 기준에 대한 애매한 해석으로 조합과 지자체 간의 갈등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비사업의 존폐가 결정되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첨예한 논리 공방이 예상되는 사안임에도 불구, 면밀한 검토 없이 유권해석을 내놓아 물의를 빚고 있다.

수원시가 이 같은 자의적 조례 해석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원시가 토지면적 50% 충족시 구역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조례 내용을 근거로 팔달115-3구역의 구역해제 절차를 진행하다가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구역해제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시 도시계획위원회 및 시의회에서 “주민의견 조사를 하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시가 난처한 상황에 몰리고있다. 구역해제 신청 당시에는 토지면적 50% 기준을 충족했지만, 구역해제가 진행되는 도중에 일부 조합원들이 의견을 번복, 50% 기준에 미달해 상황이 달라졌는데, 시가 구역해제를 강행하려 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도 사실상 구역해제를 염두에 둔 ‘사업성 검증’ 용역을 진행하면서 일선 조합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고양시는 ‘뉴타운 사업성 검증 용역’을 공식 용역발주해 고양시 8곳의 뉴타운 재개발조합에 대한 사업성 검증 결과를 도출, 해당 조합원들에게 통지할 예정이다. 사업성이 없는 곳은 조합원들이 판단해 시장직권 해제를 활용한 구역해제 절차에 나서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현재 이들 사업성 검증 대상 현장들이 이미 이주를 마치고 철거에 들어간 곳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사업이 원점으로 되돌아갔을 때 그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구역해제 과정에 대한 불복

지자체의 밀어붙이기식 구역해제에 대한 반발로 각종 소송이 제기되며 지자체에 대한 민원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구역해제를 함으로써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성북구 성북3구역에 대해 시장 직권해제를 결정하자 성북3구역 주민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직권해제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연말까지 효력 정지를 결정한 상태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시가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주민 의사도 묻지 않고 종로구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 결정해 주민들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합은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구역 직권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지난해 12월 1·2심에서 조합이 모두 승소했다.

▲구역해제 지역의 후속대책도 전무

현행 구역해제 제도의 민낯은 구역해제 이후의 후속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구역해제된 전국의 뉴타운·재개발구역에는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 등 묻지마 신축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정비구역이 해제된 후 건축제한이 풀리자 건축업자들이 달려들어 집짓기에 나선 것이다.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를 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로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구역해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구역해제 지역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의 기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지난 6년간의 구역해제 제도 운영 결과가 의미하는 것은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도 구역해제 요구는 이어졌고, 부동산 과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가 좋을 때도 구역해제 요구는 계속됐다는 것으로 구역해제가 정말 필요한 곳에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정비사업은 사실상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구역해제의 방법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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