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 재개발에 쏟아진 위법… ‘솜방망이’ 처벌 논란

김상규 전문기자l승인2018.12.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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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실태점검 결과 15건 적발해 … 행정지도·시정명령 그쳐
고발조치·수사의뢰 전무 … 정부의 비리청산 의지와는 ‘역행’
외부 회계감사 부실·공개정보 지연·무분별 자금 차입 등 발각 

[하우징헤럴드=김상규 전문기자] 지난 5일 한남4 재개발조합의 운영실태 점검결과가 클린업시스템에 공개됐다.

‘한남4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점검결과 조치계획 및 집행전말’이라는 서울시의 자료를 보면 조합은 총 15개의 사항에 대해 지적 받았으며, 이에 대해 행정지도 13건, 시정명령 2건의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모든 적발사항에 대해 고발 조치 등 없이 행정지도와 시정명령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실태점검이라는 지적이 높다.

정부는 최근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생활형 적폐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단속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한남4 재개발조합의 운영실태점검은 정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법이나 정관을 어긴 것이 십여 건 넘게 적발됐는데도 고발조치나 수사의뢰한 사항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조합의 다양한 비리의혹에 대해 서울시가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한 조합원들이 많았는데 결과를 보니 무척 실망스럽다”며 “서울시와 용산구청, 조합 집행부가 한 이해관계처럼 똘똘 뭉쳐 있어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앞으로 사업과정이 많이 남아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태조사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 변호사는 “관리감독을 위해 나온 서울시의 실태점검으로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시는 사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한남4구역 실태조사 결과는 무척 의외다”며 “법을 여러 건 위반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다 행정지도에 그쳤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당 조합에는 면죄부를 준 격이어서 도덕적 불감증이나 불법에 의한 암묵적 관용으로 받아들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더욱 심각한 것은 타 조합에서도 이번 실태조사를 묵시적으로 교훈삼아 실태조사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관의 관리감독이나 실태점검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한남4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는 기동점검으로 시정명령이나 행정지도에 대해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사항에 대해 향후 조합에서 계속 반복한다면 보다 더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거기에는 고발이나 수사의뢰도 포함돼 있다. 실태조사에 따른 시의 이번 조치는 인근 사례나 유사 적발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행정지도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원들은 점검결과를 가지고 수사의뢰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자료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소, 고발이나 수사의뢰도 할 수 있는 충분한 점검결과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조합원은 이번 실태점검에서 지적된 몇 가지 내용에 또 다른 내용을 추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실태점검결과 나타난 주요 지적사항에 대해 알아봤다.

▲정비사업비 예산계획서 없이 총액만으로 사업비예산안 편성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3호에는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대해 총회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조합의 예산·회계규정 제14조(예산편성 및 성립) 제1항 제3호 및 제15조(예산서의 첨부서류)에 의하면 조합의 사업비 예산서는 1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사업비 예산서를 첨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사업비 예산계획서 없이 총액으로만 사업예산안을 편성한 후 이 예산을 근거로 2017년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법 137조에서는 “제45조에 다른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고 같은 조 제1항의 각호의 사업을 임의로 추진한 조합임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

도시정비법 제45조(총회의 의결)에 의하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 및 상환방법에 대해서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조합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회의 의결 없이 조합장으로부터 1억662만860원을 포함해 총 3인에게 1억2천722만860원을 차입했다. 도시정비법 제137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지적사항이다.

▲추진위원회 외부회계감사 총회 미 보고

도시정비법 제112조에 의하면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으로 인계되기 전 감사인의 감사를 받고, 그 감사결과를 회계감사가 종료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시장, 군수 및 해당 조합에 보고하고 조합원이 공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동법 제124조에 의거 회계감사보고서 등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합은 2010년 9월 29일부터 2015년 1월 5일까지 추진위원회 기간에 대한 외부감사보고서를 2015년 3월 10일에 받고, 2015년 3월 14일 클린업시스템에 게시했다.

그러나 총회 또는 조합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6호에는 이에 대한 벌칙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보공개의 지연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에는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청산인을 포함한 조합임원,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말한다)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으로 병행해 공개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남4구역 조합은 용역업체 선정계약 및 사업시행 관련 공문서 등 412건을 최소 15일에서 최대 1천645일(약 4년5개월) 이상 지연해 공개한 사실이 있다. 법 제138조 제6호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지적사항이다.

이 외에도 △조합장으로부터의 자금차입 및 자기와의 계약에 관한 사항 △수의계약사유의 부존재 및 복수견적서 미징구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용역계약 △입찰공고의 불합리한 참가업체 자격제한 △적격증빙 미수취 △원천징수 미이행 등이 적발됐다.

도시정비업계의 한 전문 변호사는 “제 때 정보공개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 조합장의 지위를 상실한 사례를 볼 때 한남4구역에 대한 이번 서울시의 실태조사 처분은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법 감정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규 전문기자  adbin03@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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