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세입자 갈등만 키우는 강제철거 사전협의체

용산참사 10년... 겉도는 예방대책 문상연 기자l승인2019.02.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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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계획에 사전협의 결과 반영 의무화 불구
추가보상금 재원 마련 대책 없어 조합·세입자 협의자체 불가능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용산 참사가 올해로 10주기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재개발 및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의 철거과정에서 조합과 세입자간 갈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고자 서울시가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강화하면서 사전협의체 제도를 도입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갈등만 부추기는 허울뿐인 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세입자들에겐 충분한 협의 없이 강제철거를 할 수 없다는 기대감을 높여주는 반면, 조합에게는 조례로 정한 협의체 운영에 성실히 참석해 협의에 나서면 이후 이주단계에서는 문제없이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동상이몽을 조장해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철거 안 된다”서울시 강제철거 예방대책

사전협의체 제도는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강제철거를 예방하기 위해 이해당사자간에 ‘충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도록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도입한 제도다. 2016년에는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수립 시 사전협의체 협의 결과를 반영토록 조례를 개정했다.

협의체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절차 및 분양신청 접수 완료 후 조합, 현금청산자,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 등 이해관계자와 공무원 및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원만한 이주를 위해 최소 3회 이상의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도출하라는 취지였다. 협의체를 3회 운영하고도 협의가 완료되지 않으면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도록 서울시는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67조 제2항에 따르면 최소 3회의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협의를 진행해야 하는 대상은 각 협의 주체별로 3개 집단으로, 종합하면 현금청산자 3회, 주거세입자 3회, 상가세입자 3회 등 총 9회다.

또한 사업시행인가 조건에 불법 강제철거 금지를 골자로 하는 조건을 추가해 강제성을 높였다. 시가 밝힌 4가지 조건은 △협의체에 참석해 협의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관리처분계획 수립 △동절기(12~2월)에는 강제철거(인도집행) 금지 △인도집행이 이뤄지기 48시간 전 집행일시 등을 자치구에 보고 △인권지킴이단이 입회한 후 인도집행 실시 등이다.

▲사전협의체 운영 의무화…조합과 세입자 ‘동상이몽’

시가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통해 사전협의체를 의무화하자 조합들은 사전 절차가 늘어나 사업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에 정한대로 대상별 3회 이상 사전협의체에 참석한다면 향후 이주 단계에서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되는 이주과정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는 장치라며 강행했다.

강제철거 예방대책 발표 직후 서울시 관계자는 “사전협의체를 의무화한 것은 조합에게도 장점이 있다”며 “관리처분 이전에 사전협의를 끝냄으로 이주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공식 협의체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되지 않은 대상자들은 법에 정한 절차대로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현금청산자 및 세입자들에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거는 폭력·불법행위’라는 편중된 시각에서 서울시가 과도한 행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당시 문제가 됐던 무악2구역은 조합이 관리처분인가 후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후 적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이 직접 현장에 방문해 합의점을 도출하기 전까지 철거 및 공사를 중지시킨 바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률체계를 무시한 서울시 강제철거 예방 대책이 법률에 근거한 보상절차와 법원의 강제집행 결정문보다 위력이 강한 사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서울시가 ‘합의 없는 강제철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함으로 인해 세입자들에게 마치 합의를 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및 철거가 불가능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분위기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성과 없는 사전협의체 제도…갈등만 키운다

사전협의체 제도 자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제철거 예방대책으로 사전협의체는 의무화 했지만, 정작 중요한  지적이다. 보상금에 대한 규정 없이 만들어진 현행 사전협의체 제도는 애초부터 해답 도출이 불가능한 채 탁상공론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협의체에 참석한 조합 관계자 및 공무원들에 따르면 협의체 회의석상에서 오고가는 유일한 화제는 돈의 액수다.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 현금청산자들은 자신들에게 좀 더 많은 보상금 및 청산금을 지급해주길 원하고, 조합은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보상금을 높여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협의를 하라고 했지만, 보상금 재원에 대한 규정이 빠져 현실적으로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서로간 엇갈린 입장만 확인함으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협의체의 주요 대상은 조합과 협의를 거부하는 이주자로써 조합이 법적 절차를 통해 산정한 이주비나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비용을 원하지만 조합은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보상금을 높여줄 수 없는 입장”이라며 “실제 우리구역의 사전협의체 회의에서도 조합, 세입자, 전문가 등 3자가 자리에 앉아 양 측 주장만 재확인했을 뿐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상연 기자  msy@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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