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비리척결 전방위 압박에 조합·업계 ‘초상집’
재건축·재개발 비리척결 전방위 압박에 조합·업계 ‘초상집’
정비사업 적폐청산 본격화... 정부기관 대응전략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9.02.1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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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5개 재건축·재개발조합 검찰에 수사의뢰
서울시, 비리 차단위해 예산·회계 전자결재 의무화
서울북부지검, 사후수사 아닌 조기개입 방안 염두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정비업계가 적폐청산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업계 안팎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청와대에서 생활비리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들이 정비사업 안팎을 정조준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생활적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한 달 뒤 후속조치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생활적폐대책협의회’가 처음으로 열려 9개 분야의 생활적폐를 추렸다. 그 중 하나가 ‘재건축·재개발 비리 근절’ 이다.

▲국토부, 재건축·재개발조합 점검 통해 5개 조합 수사의뢰

먼저 재건축·재개발 분야의 전담부처인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재건축·재개발조합 점검결과를 발표하면서 5개 조합에 대한 검찰 수사의뢰 예고 등 강력한 정책의지를 표명했다. 이례적으로 반포3주구, 대치쌍용2차, 개포주공1단지, 흑석9구역, 이문3구역 등 조합의 실명을 거론하는 한편 한국감정원과 합동점검을 통해 총 107건의 적발 실적을 올렸다고 밝히며 일사분란한 대응에 나섰다.

실적의 구체적 내용은 △시공자 입찰 관련 13건 △예산·회계 관련 44건 △각종 용역계약 15건 △조합행정 30건 △정보공개 5건 등이다. 이 중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16건은 검찰 등 관련기관에 수사의뢰하고, 38건은 시정명령, 6건은 환수조치, 46건은 행정지도, 1건은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해당 조합들이 저지른 구체적인 위배사항도 일일이 공개했다. 이미 관계당국에서 이런 구체적인 비리 관련 메커니즘을 파악하고 있으니 일선 조합들은 조심하라는 통보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토부는 우선, 총회 의결 없는 자금의 차입에 대한 적발 사항을 적시했다. 총회의결 없이 정비업체, 설계업체 등 용역업체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거나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한 중요회의 의사록, 업체선정 계약서, 연간 자금운용계획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2개 조합 임원에 대해 수사의뢰를 예고했다. 아울러 서면결의를 한 총회 미참석자에게 지급된 총회참석 수당도 부당한 자금지출이라고 보고 이 금액을 다시 환수하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북부지검 “사후 수사 아닌 조기개입하겠다”

검찰도 팔을 걷어부쳤다. 검찰은 사상 최초의 재건축·재개발 등 건설범죄에 대한 세미나까지 개최하며 정비업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국토부, 서울시와 공동주관해 지난해 12월 12일 ‘제1회 건설범죄 등 전문검사 커뮤니티 세미나’를 개최해 ‘재건축·재개발 제도와 검찰의 역할’, ‘재건축·재개발 관련 건설범죄 수사 사례’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울북부지검장, 전담 부장검사, 대검연구관 등 검찰 관계자와 함께 국토부 주택정책관, 서울시 재생정책관, LH 및 SH 실무자, 건설 관련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재건축·재개발 관련 비리의 원인 분석 및 해결책을 논의했고, 검찰의 적극적 수사와 함께 중앙부처, 지자체 등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북부지검은 비리방지 차원에서 사후 수사가 아닌 사건이 발생할 단계에서 조기 개입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비리 가능성이 예고된 어떤 현장이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면 주변 정황 파악 등을 통해 실시간 비리 상황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이와 관련해 국토부, 서울시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북부지검은 2018년 3월 23일 재건축·재개발 등 건설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활동 폭을 넓혀가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비리방지 해법 제시

국회 입법을 통한 비리방지 강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일 ‘재건축조합의 운영실태와 향후 과제’라는 취지의 약식 보고서를 발표하며 최근 확대되는 재건축·재개발 생활적폐 개선 흐름에 동참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들은 국회의원들의 입법에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실제 입법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보고서에서 입법조사처의 박인숙 입법조사관보는 비리방지의 해법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제도의 실효성 확보 △조합임원의 전문성 및 회계감사 강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확대 등을 제안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경우 기술인력의 전문성 부족, 자본금 미비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 업체들에 대한 효율적 관리를 위한 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지자체들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합임원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전문성을 기르도록 하는 한편 조합원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가 있을 때는 조합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예산·회계 전자결재 의무화

서울시는 정비사업 조합의 자금 흐름 전체를 꿰뚫어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의무화를 통해 비리차단 정책 행렬에 참여했다. 조합의 예산·회계 처리 전 과정에 전자결재를 의무화해 조합이 만들어내는 자금 관련 문서를 모든 조합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해 이 시스템의 의무적용 근거도 마련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을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자결재가 가능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https://cleanbud.eseoul.go.kr:447)’을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이 시스템에 접속을 희망하는 조합원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이에 따라 모든 조합은 이 시스템에 접속해 예산·회계, 급여관리 등 인사 부문과 함께 물품관리대장 등 행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서의 생산, 접수 등을 전자결재로 처리해야 한다.

▲정부기관 전방위 압박, 현 정부 임기동안 지속될 듯

생활적폐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관계기관의 움직임은 현 정부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이 부분을 전담하는 ‘생활적폐대책협의회’가 현 정부 임기 내내 존속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생활적폐는 현 정부 초기부터 거론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생활적폐 개선방안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시기는 지난해 11월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국민생활에 은폐돼 있는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관행 등을 해소하겠다”며 반부패정책 시행을 선언했다.

이로부터 한달 뒤인 12월 10일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대책기구인 ‘생활적폐대책협의회’가 발족했다. 협의회는 부패방지 업무를 관장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고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가 총망라돼 국장급 공무원이 참여해 대책을 논의한다. 협의회는 9개 부문의 생활적폐를 지목하고 현 정부 임기 내내 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 추진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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