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설에 보증금 요구·밀실 수의계약… 재개발·재건축 변칙수주 판친다
현설에 보증금 요구·밀실 수의계약… 재개발·재건축 변칙수주 판친다
시장 혼란 부추기는 시공자 선정 규제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2.1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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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조합집행부 결탁 까다로운 입찰 조건 제시
현설 참여시 입찰보증금 요구해 고의유찰 유도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특정 건설사들이 수의계약 제도를 악용한 편법 수주행태를 보이며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시공자 처벌규정을 강화한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시공자 선정 과정의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수의계약 전환이 용이해지자 건설사들이 경쟁보다는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권을 획득하자는 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특정 건설사들이 조합 집행부와 사전에 결탁해 까다로운 입찰조건을 제시하거나, 입찰에 강력한 수주의지를 비췄던 건설사를 수의계약에서 배제하는 등의 변칙 수주행태를 보이며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장설명회 참가하려면 보증금 내라…특정 건설사와 수의계약 노린 꼼수

최근 일부 조합들이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에 입찰보증금 일부를 현장설명회에 납부토록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낸 등촌1구역은 현장설명회 참석 조건으로 1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 시공자 선정에 나섰던 부산 동삼1구역 재개발조합도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려는 건설사에게 입찰보증금 50억원 중 1억원을 납부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 결과 입찰이 모두 현장설명회 단계에서 참여사 부족으로 유찰됐으며, 수의계약으로 전환 후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최근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강서구 신안빌라 재건축사업 역시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50억원 중 2억원을 현장설명회에 납부토록하면서 현설에 현대엔지니어링만 단독으로 참여해 자동으로 유찰됐다. 사업 관계자들은 향후 수의계약으로 전환시 현대엔지니어링의 무혈입성이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조건이 흔치 않은데,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선정된 시공자가 현대엔지니어링이 되면서 사전에 조합집행부와 결탁해 짜고치기 입찰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해당 조합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입찰보증금을 현장설명회에 일부 납부하도록 한 입찰자격은 사업을 정말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업체만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입찰보증금의 극히 일부분인 1억~2억원 규모는 건설사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납부 가능한 금액으로 담합이라는 것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해 입찰여부를 검토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업조건도 모른 채 현장설명회에 수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내고 참여할 건설사는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전 담합 없이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을 내고 참여할 건설사는 없다”며 “조합에서 미리 내정된 업체가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 시행 이전인 2017년에도 수의계약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정한 신반포22차 재건축조합의 경우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한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서 입찰자격으로 입찰보증금 30억원 중 5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현금 납부해야 한다고 정해 4번에 걸쳐 현장설명회를 개최했고, 현설에 참여업체 미달로 모두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1.2차 입찰 단독 참여한 건설사 배제하고 수의계약 추진…변칙 수주행태

1,2차 입찰에 참여하며 강력한 수주 의지를 보인 건설사를 배제하고 제3의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변칙적인 수주행태도 등장하고 있다. 수의계약은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건설사가 2곳 이상이 되지 않아 경쟁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일부 현장에서 입찰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수주의지를 보인 건설사를 배제하고 제3의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추진하면서 제도를 악용한 편법 수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재건축조합은 앞서 진행한 일반경쟁 방식의 입찰이 두 번 연속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시공자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시공권의 행방이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점이다. 1,2차 입찰에 참여하며 강력한 수주 의지를 보였던 한화건설을 배제하고 삼호를 수의계약 시공자로 선정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조합은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시공자 선정을 진행했지만 1,2차 입찰 모두 한화건설만 단독 응찰하며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이후 조합은 별도의 수의계약 입찰공고 없이 한화건설이 아닌 삼호로부터 시공참여의향서를 접수받은 후, 삼호를 수의계약 시공자로 선정하기 위한 긴급 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한화건설에게 시공참여의향서 제출 요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입찰 과정에서 한화건설 외에 참여의사를 밝힌 건설사가 없는 상황에 한화건설을 배제하고 다른 건설사에게 시공참여의향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입찰이 1개 업체만 참여해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경우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를 총회에 단독으로 올려 선정해 왔다”며 “수의계약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를 배제한 것은 수의계약 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시한 편법 수주행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호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맴돌았는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도급순위, 브랜드파워에서 한화건설에 밀리는 삼호가 수의계약을 하기 위해 조합과 물밑 작업을 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입찰에 롯데건설만 참여하며 적극적인 수주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전환을 기회로 보고 있어 시공권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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