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분양가 규제를 피하라”… 재건축 후분양제 도입 확산
“HUG 분양가 규제를 피하라”… 재건축 후분양제 도입 확산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3.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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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주공1 이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도 잠정 결정
공정률 기준 60%면 골조만 완성 … 부실파악 어려워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조합이 늘고 있다. 후분양제는 부실시공 예방, 수요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부담과 미분양 리스크 등을 이유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에서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HUG 분양가 규제 대응 수단으로 떠오른 후분양제

최근 강남권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함이다. 선분양을 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보증이란 분양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HUG에서 시공 및 분양 대금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분양보증은 사실상 고분양가 통제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HUG는 지난 2017년 발표한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통해 서울·과천을 포함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1년 이내 인근 신규 사업장 평균 분양가의 110%이상이면 고분양가로 판단해 분양 보증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에 조합들은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후분양제는 착공 시점에 분양을 하는 현행 선분양제와는 달리, 공사의 60% 이상이 진행된 후 분양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선분양과 달리 HUG의 분양보증 없이 시공자 연대보증만 있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분양가 책정이 자유롭다. 게다가 착공부터 분양 시점까지 오른 주택가격 상승분이나 이자비용, 공사비를 비롯한 물가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해 선분양제 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HUG가 분양보증을 고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현시세의 60% 정도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분양수입 하락으로 인한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며 “목적은 다르지만 정부에서도 후분양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재건축단지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주공1단지, 신반포3차 등 후분양제도 도입 확산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하반기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 HUG와 분양가 협상을 진행했지만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후분양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당시 조합이 3.3㎡당 약 3천300만원의 일반분양 가격을 제시했지만 HUG가 고분양가로 판단해 보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분양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7-1단지 재건축)과 ‘과천 위버필드’(과천주공2단지 재건축), ‘과천 센트레빌’(과천주공12단지 재건축)의 3.3㎡당 분양가가 2천955만원 선이었다.

이에 따라 조합은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올해 초 개최한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후분양을 통해 3.3㎡당 3천500만~4천만원 수준의 일반분양가 책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은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37번지 일원으로 대지면적 9만6천128.2㎡이다. 이곳에 지하 3층~지상 28층 아파트 1천71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 중 505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단지는 지난 2017년 8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과천주공1단지가 정비사업에서 최초로 후분양 도입을 결정지으면서, 강남지역의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은 후분양을 잠정 결정했다. 이밖에 방배13구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4지구 등의 재건축조합들도 후분양을 염두에 두고 있다.

건설사들 역시 핵심지역의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해 후분양제 도입을 제안했다. 지난 2017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시공자 선정에 참여했던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불을 지폈다. 양사 모두 분양시기를 2~3년 늦추면 그만큼 일반분양가를 더 올릴 수 있는 점을 조합에 적극 홍보하며 후분양제 도입을 제안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자로 선정된 대우건설도 입찰과정에서 조합 측에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제안하며 조합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분양방식을 선분양, 후분양, 준공 후 분양, 선임대 후분양 등의 옵션 가운데 조합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골조 공사 마무리 시점에 분양…실수요자 입장에선 선분양과 별반 차이 없어

정비사업에 후분양제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후분양제의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HUG의 분양가 규제 회피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후분양제는 건설공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 수요자가 주택을 직접 확인한 후 분양을 받는 제도다.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부실시공 예방, 수요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현행 후분양제도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급격한 제도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다며 후분양 기준 공정률을 60% 수준으로 낮춰 정해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정률 60%면 골조 공사가 마무리 되는 정도다. 이에 현행 후분양제도는 수요자들이 구매하려는 주택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아파트 형태만 확인하고 사는 수준에 불과해 선분양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후분양제의 공정률 기준인 60%는 건축물 뼈대만 있는 상태”라며 “전문성이 있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해당 단지의 부실시공 유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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