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디자인부터 높이·배치까지… 서울시, 정비사업 전방위 개입
단지 디자인부터 높이·배치까지… 서울시, 정비사업 전방위 개입
‘도시·건축 혁신안’ 하반기 시행...정비계획 수립전 가이드라인 제시
  • 김하수 기자
  • 승인 2019.03.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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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공공기획 신설·현상설계 의무화 추진
지나친 공공개입으로 민간 자율성 침해우려 

▲ 지난달 12일 아파트 정비사업 혁신·건축디자인 내용이 담긴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하는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서울시가 향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 디자인 등 정비계획 전반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비사업 추진 전 시가 사전 공공기획단계를 도입해 단지 디자인과 높이, 배치 등을 포함한 사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 경관을 고려한 건축 디자인 등을 유도하고, 정비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같은 서울시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 전부터 시가 개입할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공공성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정비사업 전 과정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의사를 이번 혁신안을 통해 명문화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 전 사전 공공기획…용적률·높이 등 가이드라인 제시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아파트 정비사업 혁신, 건축디자인 혁신을 양대 축으로 하는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도시·건축 혁신안’의 골자는 △공공의 책임 있는 지원을 위한 뉴 프로세스 실행 △사전 공공기획 단계 도입 △아파트단지의 도시성 회복 △건축디자인 혁신 등이다.

그간 정비계획안 수립 마지막 절차인 심의 단계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의 집중적인 검토·조정을 시도해 왔지만, 위원회 심의만으로는 다양한 도시적 맥락이 고려된 계획으로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고 이 과정에서 정비계획 결정이 지연돼 왔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혁신안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전 과정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시는 정비계획 수립 전 사전 공공기획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정비사업 전 과정을 공공이 관리·조정·지원하는 ‘뉴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도시계획 결정권자로서 서울시가 정비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과 함께 고민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새로 도입되는 ‘사전 공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이전에 공공이 건축계획, 지역특성, 사회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단지별로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단계다. 현행 정비사업은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주민공람을 시행하고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면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거쳐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사전 공공기획 도입 취지는 기존의 계획수립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폭넓게 고려해 향후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업시행자는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해 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은 용적률이나 높이뿐만 아니라, 경관·지형, 1인 가구 증가 같은 가구구조 변화, 보행·가로 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단지별로 맞춤형 지침을 제시할 계획이다. 예컨대 구릉지 일대 아파트의 경우 경관을 고려해 건축물 높이에 차이를 두고, 역세권 등 대중교통 중심지에 있는 단지는 상업·업무·주거가 결합하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사전 공공기획 단계에선 도계위 위원의 자문·협력을 통해 큰 틀의 계획을 우선적으로 세울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공공 가이드라인이 정비계획에 반영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횟수가 3회에서 1회로, 소요기간은 20개월에서 10개월로 각각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아파트 조성 기준’ 새로 마련…거대 블록 쪼개고, 입체적 지구단위계획

앞으로 모든 정비사업 아파트를 대상으로 ‘서울시 아파트 조성 기준’도 새롭게 마련한다. 하나의 단지가 하나의 거대 블록으로 조성됐던 것을 여러 개 중소블록으로 재구성해 중간 중간에 보행로를 내고, 보행로 주변 저층부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넣어 ‘생활 공유 가로’로 조성한다는 원칙이다.

또 역세권 등 대중교통 중심지 주변의 아파트는 상업·업무·주거가 어우러진 복합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 기준은 서울에서 시행되는 모든 아파트 정비사업의 일반 원칙이 된다.

아파트지구나 택지개발지구 같이 대단위 아파트 밀집지역의 경우 개별 단지를 넘어 계획지역 일대 전체를 아우르는 ‘입체적 지구단위계획’으로 수립할 방침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아파트지구는 총 18개소(약 11.4㎢), 택지개발지구는 총 47개소(약 28.5㎢)가 있다.

시는 또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설계를 적용하고, 특별건축구역 등 관련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상설계는 사전 공공기획과 주민참여를 통해 설계지침을 마련하고 공모 설계안 중 2개 이상을 선정해 조합(추진위)이 주민총회를 통해 확정하게 된다. 현상설계 공모 비용 전액(국내 1억원, 국제 5억원)과 공모안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비용 일부도 서울시가 지원한다.

또한 시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병행하고, 연면적 20% 이상을 특화 디자인으로 설계하는 창의적 건축 디자인 효과도 이끌어내기로 했다. 정비계획 결정 후 이미 설계자가 선정된 단지의 경우, 공공건축가가 자문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이번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안은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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