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자들 담합한 재개발 컨소시엄입찰 중단할 수 있나
시공자들 담합한 재개발 컨소시엄입찰 중단할 수 있나
  • 김향훈 변호사 / 법무법인 센트로
  • 승인 2019.03.2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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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김향훈 변호사] 시공자 선정을 위한 조합의 입찰공고가 있은 후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자들이 경쟁이 격화되자 서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실제 입찰시에는 컨소시엄의 형태로 입찰을 하고, 그렇게 입찰한 시공자의 숫자가 6인 미만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조합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럽다. 실질적인 경쟁이 저해되었고 제대로 된 시공자를 뽑을 기회가 현실적으로 박탈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입찰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을까?

1. 조합의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 청약의 유인

위와 같은 문제는 시공자 선정을 위해 조합이 행하는 최초의 절차인 ‘입찰공고’의 법률적 성격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입찰공고가 있은 후에는 ‘현장설명회’가 있고 이때 건설사들이 참여해 입찰안내서 또는 입찰지침서를 받아간다.

계약이 체결되려면 ‘청약’과 ‘승낙’이 있어야 하는데, 입찰공고 행위를 ‘청약’으로 보게 되면 민법 제527조(계약의 청약의 구속력)의 “계약의 청약은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라는 조항에 따라 철회가 불가능하게 된다. 반면에 입찰공고행위를 ‘청약의 유인’으로 보게 되면 그 철회가 가능하게 된다.

학설과 하급심 판결례는 입찰공고행위에 대하여 대체로 이를 ‘청약의 유인’으로 보고 있다(전주지법 2012가합487). ‘청약’은 철회할 수 없고 구속력이 있으며 ‘승낙’으로 인해 완전한 법률적 효력을 갖게 되므로, ‘청약’이라는 행위는 그에 이은 승낙만 있으면 곧바로 어떠한 법률적 효과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조합의 입찰공고는 건설사로 하여금 ‘청약’을 하라고 유인하는 매우 추상적인 지침일 뿐, 그자체가 곧바로 시공자의 승낙으로 인해 도급계약이 체결될 만큼의 구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는 ‘청약’이 아니라 ‘청약의 유인’정도에 불과하고 그에 따라 언제든지 철회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대법원은 “공사도급계약의 도급인이 될 자가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절차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決定)한 경우’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도급계약의 본계약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대법원 2011다41659 판결)해 입찰공고행위는 청약이 아닌 것으로 본 것으로 사료된다.

2. 시공자들이 컨소시엄을 이루는 경우

현장설명회에는 각자 개별적인 법인격을 가지고 참석했던 시공자들이 입찰절차에서 연합하여 컨소시엄을 이루었다면 이는 그 행위가 비록 법률적으로 불법적이라거나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닐 수 있어도 조합의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경우 조합은 자율적으로 입찰공고 행위를 철회하고 재입찰을 실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입찰공고행위는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입찰공고나 입찰지침서에는 입찰절차의 진행에 대하여는 조합의 의사에 따르도록 하고 이에 대하여는 건설사들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항과 입찰취소와 재입찰에 관한 조항들이 들어있기도 하다.

또한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자들이 담합을 하여 컨소시엄을 이루었다면 이는 현장설명회 참석자들과 ‘기본적 동일성’을 상실한 자들이기 때문에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들만 입찰가능하다’라는 입찰안내서에도 위배되어 입찰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컨소시엄을 이루어 입찰한 경우에는 조합은 입찰절차를 중단시키고 다시 진행시킬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컨소시엄 형성을 제한하는 입찰공고는 가능하다

2018. 2. 9.부터 시행되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는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일반경쟁입찰과 지명경쟁입찰만 허용하고 제한경쟁입찰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는 실질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기계적으로 해석해 입찰조건에 어떠한 제한을 가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는데 이는 이는 법령과 규칙의 근본적이 취지를 감안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해석이라고 사료된다.

컨소시엄을 금지하는 입찰규정은 그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컨소시엄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10조 및 제21조에서도 입찰공고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으로서 ‘입찰의 방법(경쟁입찰 방법, 공동참여 여부)’를 기재해, 입찰공고에서 공동참여(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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