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재건축에도 임대주택 강요… 실정법 외면한 서울시
1대1 재건축에도 임대주택 강요… 실정법 외면한 서울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권고에 조합들 강력 반발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4.2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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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의무비율 없는 재건축에 인허가권 쥐고 밀어부쳐
업계 “기부채납으로 임대주택 요구하며 사업마다 퇴짜”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서울시가 임대 의무비율이 없는 재건축사업에 임대주택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내 재건축단지들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기부채납시설로 임대주택을 추가하라는 권고와 함께 퇴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건축조합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상 재건축시 의무가 아닌 주민들의 선택 사항인 임대주택을 시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실정법까지 외면하면서 과도한 행정집행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1대1 재건축단지에도 임대주택 요구…재건축조합들 반발

서울시내 재건축조합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사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들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재건축조합들이 서울시 공공 임대주택 확대 방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정비사업시 기부채납 시설에 공공임대주택을 포함시키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시가 용적률을 상향하지 않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게도 심의과정에서 임대주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용산 대표 한강변 재건축단지인 이촌 왕궁아파트 조합은 용적률 205.88%를 적용해 지상 15~35층 4개동 250가구로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1대1 재건축을 택해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지 않으므로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올해 초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심의에서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에 기부채납 시설로 임대주택을 추가해 정비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당초 조합은 기부채납을 절반은 공공청사·도로로, 나머지는 현금으로 납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가 기반시설이 충분하게 갖춰져 있으니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없는 재건축단지에 대해 임대주택 건립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왕궁아파트 주민들은 기부채납 시설에 임대주택을 추가하라고 권고한 서울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권고대로 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용적률을 추가로 올려야 하는데 단지가 한강변에 위치해 용적률 상향이 불가능하고 건물 증축도 어렵다”며 “조합원 모두 입주하기도 벅찬 1대1 재건축사업에도 시가 임대아파트까지 지으라고 하니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는 현재 단계에서 층수제한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긴 어려우며 일단 현재 규정 내에서 조합이 설계 아이디어를 내 용적률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근에 위치한 용산구 이촌동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1월 건축심의에서 반려된 건축심의 안을 지난달 24일 조건부 의결 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은 서울시의 지적에 따라 임대주택 물량을 기존 대비 10여가구 늘린 55가구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난 심의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라는 지적을 받았다”며 “임대주택 추가 확보 등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다들 어렵다고 하는 건축심의를 두 번 만에 통과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재건축사업에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인 임대주택을 요구하면서 박원순 시장이 공약 실현을 위해 과도한 행정집행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의 임대의무비율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폐지됐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볼모로 사실상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며 “상위법을 무시한 시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조합의 희생을 강요할 경우 일선 재건축단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련 조례 개정해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방향 유도할 계획”

현행법상 재건축시 임대주택 포함 여부는 의무가 아닌 주민들의 선택 사항이다. 전체 가구 수 중 1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재건축사업 추진 시 서울시 허가를 받아 용적률을 250% 이상으로 상향할 경우에만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입법 예고 후 지난 3월 19일부터 시행에 돌입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근거로 재건축사업에 기부채납으로 임대주택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 제42조의3 제2항 제12호에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용적률이 높아지거나 건축제한이 완화되는 등 용도지역이 변경되는 경우 기부채납으로 도로·공원·어린이집 등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외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가 정비사업시 기부채납 시설에 공공임대주택을 포함시키라는 지침을 내려 재건축단지들을 대상으로 용적률 완화와 별개로 기부채납을 임대주택으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임대주택을 강요하는 이유는 지난해 말 ‘주택공급 5대 혁신 방안’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 8만가구(공공임대 4만~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해 시는 재건축 시기가 도래한 노후 임대단지나 재개발·재건축단지를 활용해 총 4천600여가구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시에 정비계획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건축심의 승인 등을 받지 못한 재건축·재개발구역이 그 대상이다.

이에 시는 정비사업장의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조례 개정 등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공공주택(임대주택)이 기부채납의 한 유형으로 인정된 만큼 조만간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례 개정을 통해 재개발뿐만 아니라 재건축사업에 대해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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