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재개발 재건축 실적 채우기 급급 … 불똥 어디로 튈까
대형건설사 재개발 재건축 실적 채우기 급급 … 불똥 어디로 튈까
서울 정비사업 수주 ‘뚝’ … 수도권·지방으로 눈 돌린 건설업계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5.1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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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전방위 규제로 수주 전략 급선회 
주택경기 침체 땐 운영비 중단 … 조합 피해

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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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기조로 서울지역 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대거 줄어들자 대형건설사들이 수도권과 지방 정비사업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견제·감시가 덜하고, 입지가 좋은 지방 사업장의 경우 서울 정비사업장 못지않게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비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사업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지방 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향후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대형건설사들이 해당 사업지를 그대로 방치할 가능성이 있어 결국 조합이 그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수도권·지방정비사업 수주전 대형사가 ‘싹쓸이’

올해 수도권 및 지방 재건축·재개발 수주 격전지에서는 대형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독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역별로는 △경기 1곳 △인천 1곳 △대전 2곳 △부산 1곳 △대구 1곳 △제주 1곳에서 대형건설사들이 수주 깃발을 꽂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총 공사비 2천750억원 규모의 경기 과천 주암장군마을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으로 따냈으며, 대림산업은 지난 3월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권을 품에 안으며 올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GS건설은 지난 3월 대전 대사동1구역 재개발과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GS건설·SK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사업의 주관사로 참여하며 지방사업장에서 5천24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SK건설은 4월 들어서만 2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대전 중앙1구역 재개발과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의 시공권을 따내며 총 공사비 3천101억원을 확보했다. 롯데건설은 인천 신촌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대림산업과 공동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1월 대전 중리지구 재개발 수주를 시작으로 4월 들어 제주 이도주공1단지 재건축과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에서 시공권을 연달아 확보하며 총 6천865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처럼 대형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 전략지역을 서울에서 지방으로 선회한 이유는 현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기조 때문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등 정부가 서울 재건축시장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다수의 조합들이 사업 추진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불거지는 건설사들의 비리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지방사업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일대 사업장에서는 규제 심화와 수주 과정에서의 정부의 감시가 심해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는 경향이 많다”며 “반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견제·감시가 덜하고 입지가 좋은 지방 사업장의 경우 서울 못지않게 사업성이 높아 대형건설사들이 앞다퉈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채우기식 수주…지방 주택시장 침체시 사업방치 우려도

이처럼 건설사들의 시선이 지방 정비사업장으로 쏠린 가운데 정비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사업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지방 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향후 지방 주택시장이 침체될 경우 해당 사업지를 그대로 방치할 가능성이 있어 결국 조합이 그 피해를 모두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건설업계는 지난 2010년 당시 서울시의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서울시내 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끊기자 수주실적을 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방 정비사업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지방 부동산경기가 침체 국면에 돌입하자 일부 건설사들은 사업성 저하 등을 이유로 수주 현장에 대해 등을 돌리고 해당 사업을 사실상 방치하기에 이르렀다. 조합을 상대로 사업비를 비롯해 운영비 지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일부 사업장의 경우 도급계약서에 연대보증을 한 조합임원들을 대상으로 재산에 가압류를 거는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당시 건설사들이 방치한 지방의 일부 현장들은 아직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지역의 도시정비사업 분양 성적은 안정화된 기류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경고음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에서 분양된 민영주택 28개 단지 중 12개 단지(42.9%)가 1순위는 물론 2순위에서도 청약 마감에 실패했는데, 특히 경기·인천 지역은 분양에 나섰던 6개 단지 모두 잔여물량이 나왔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대전에서는 유성구 ‘대전아이파크시티’ 1단지(56.6대 1)와 2단지(86.4대 1)가 모두 1순위 마감에 성공했지만, 비슷한 시기 청약을 진행한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광혜원 지안스로가’는 90가구 모집에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에 그쳤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 ‘대흥 엘리젠’은 116가구,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 동부이끌림’은 96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는 각각 3명과 9명으로 나타났다.

악성 미분양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은 전월 1만7천981가구 대비 2.8%(511가구) 증가한 1만8천492가구로 집계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때부터 흔히 말하는 시공자의 갑질이 시작된다”며 “시공자를 선정한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후 본계약을 앞두고 금융비용 등의 압박으로 인해 계약을 서두르길 원하지만 자금줄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시공자로서는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시공자가 공사비 인상카드를 꺼내들게 되면 조합은 시공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러한 사태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조합은 시공자와의 도급계약 체결시 사업비, 운영비 지원 부분 등 계약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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