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주거권 논란·철거민 시위 … 재개발사업 손실보상 ‘대수술’
세입자 주거권 논란·철거민 시위 … 재개발사업 손실보상 ‘대수술’
서울시, 2020년까지 개선방안 마련 위한 용역 진행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5.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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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사고 잇따라 발생 … 제도 개선 불가피
업계 “실효성 거두려면 추가보상금 재원 마련을”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서울시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갈등의 주요 원인인 보상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그동안 강제철거 예방대책 등을 통해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구체적인 손실보상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세입자의 주거권·영업권 보장 논란, 철거 반대시위, 자해 등 극단적인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시는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상제도 개선방안을 내년 7월에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시, 4월부터 ‘정비사업 손실보상 사례조사 및 제도개선 용역’ 추진

서울시는 지난달 2일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합리적 보상기준 마련을 위해 ‘정비사업 손실보상 사례조사 및 제도개선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갈등의 주요 당사자인 세입자, 현금청산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손실보상을 둘러싼 갈등을 조기에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보상기준 개선 사항은 먼저 현금청산자와 조합 간 갈등 해소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조합이 정비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 보상비를 높여줄 경우 조합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해당 정비구역에 적용되는 용적률을 최대 125%까지 늘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령과 조례가 없어 정비사업 현장에선 이 기준이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세부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동의 없이 조합장이 기준 이상 보상비를 지급할 경우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될 우려가 있어 적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행 ‘보상 기준’도 주요 개선 대상이다. 재개발 보상항목은 주거이전비, 영업보상, 이사비, 임대주택 제공 등 4개로 구성된다. 주거이전비는 소유주가 2개월치 소득을, 세입자는 3개월치를 받게 된다. 영업보상은 4개월치 매출을 지급한다. 이사비는 실비다. 하지만 보상 대상에 포함되려면 정비구역지정 이전부터 해당 구역에 거주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용산 참사의 원인이 됐던 ‘영업 보상’이다. 용산 참사 이전 3개월이던 영업 보상비는 참사 후 1개월이 늘어난 4개월로 변경됐을 뿐, 현실적인 보상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단독주택재건축 세입자 및 현금청산자, 공동주택재건축 상가세입자 등 보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도 이뤄진다. 지난해 말 마포구 아현2구역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장에서 강제철거로 갈 곳을 잃은 뒤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박준경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사업 손실보상 사례조사 및 제도개선 용역’을 이달 시작한다.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보상제도 개선방안을 내년 7월에 마련할 예정이다.

용역 내용은 정비구역 내 보상대상자 현황조사 및 분석,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구역 심층 조사, 관련 법령 및 제도개선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또한 보상금액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은 구역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대면 설명을 하는 등 손실보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절차를 계획하고 있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번 용역을 통해 정비사업 과정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주민소통 강화방안 및 사전협의체·도시분쟁조정위원회 등 연계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보상금에 대한 기준 없이 절차만 까다로워져 사업추진 발목 잡을까 우려

서울시의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제도개선 방향이 보상금액에 대한 명확한 기준보다 협의 절차를 더욱 강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시는 갈등지역에 관련 전문가 파견 및 주거사업협력센터 기능 확대 등을 통해 손실보상에 관한 주민소통 강화방안, 사전협의체·도시분쟁조정위원회 등 연계방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가 밝힌 보상기준 현실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현행 사전협의체 제도와 마찬가지로 손실보상에 대한 해답 도출이 불가능한 채 탁상공론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제도로 전락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효성 없는 사전협의체 제도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서울시는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통해 사전협의체를 의무화하면서 세입자와 조합 모두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도입 당시 조합들은 사전 절차가 늘어나 사업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시는 대상별 3회 이상 사전협의체에 참석한다면 향후 이주 단계에서 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되는 이주과정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는 장치라며 강행했다. 또한 세입자 및 현금청산자들에겐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철거를 막는다고 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운영 과정에서 갈등만 부추기는 허울뿐인 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협의를 하라고 했지만, 보상금 재원에 대한 규정이 빠져 현실적으로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 제도개선 결과가 강제철거 예방대책과 마찬가지로 보상금 재원에 대한 규정이 빠지고 협의만 강조하게 된다면 조합과 보상 대상자간 갈등만 깊어지는 부작용만 불러오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조합의 사업추진만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보상을 노리는‘알박기 세입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북의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세입자 등 협의 대상자들은 법적 절차를 통해 산정한 이주비나 보상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비용을 원하지만 조합은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보상금을 높여줄 수 없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보상금 재원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양자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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