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 고의 지연” … 은마·잠실주공 주민들 뿔났다
“서울시가 재건축 고의 지연” … 은마·잠실주공 주민들 뿔났다
서울시청 앞 항의 집회 … 원인과 전망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5.07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계위 심의만 5번 퇴짜 … 무책임한 행정으로 주민 피해
49층→ 35층으로 계획 수정했지만 세부안건 재논의 통보
잠실주공5단지 주민 2천명도 사업정상화 촉구 궐기대회

 

<br>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서울시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우려해 고의로 재건축사업을 장기간 지연시키자 해당단지 주민들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수개월이 넘도록 상정조차 하지 못하자 집단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정돈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추진위원장은 “은마아파트는 준공 이후 41년이 넘어 더 이상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악화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지경”이라며 “재건축 인·허가 의무를 무시한 무책임한 행정으로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계위 심의만 4번 퇴짜…뿔난 은마아파트 주민들 항의 집회 벌여

지난 3월 29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들 약 400명이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고의적인 재건축사업 지연을 주장하면서 강하게 항의하며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정상화 촉구 집회’를 벌였다.

그동안 시가 요구한 국제현상설계 실시, 35층 층수제한, 기부체납 등의 조건을 모두 수용했음에도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자 집단 시위를 벌여 조속한 사업 허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강남구 대치동 316번지 일대로 구역면적 24만3천552.6㎡이다. 현재 31개동 지상 14층 4천424가구의 규모로 1979년도에 준공됐다.

추진위는 지난 2015년에 정비계획안을 수립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도전했지만, 5차례나 좌절되면서 사업이 정체된 상태다.

서울시와 추진위는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35층 높이를 고수했고 추진위도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작년 세계 수준의 독창적 아파트 건립을 통해 현재 35층으로 제한되어 있는 서울시의 층수 규제를 뛰어넘기 위해 설계비만 157억원을 들여 국제 설계 현상 공모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7년 8월 49층 계획을 포함한 추진위의 계획안에 대해 ‘미심의’하고 반려하는 등 끝까지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시가 거듭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자 결국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시의 방침에 따르기로 결정하고 2017년 12월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임대주택 배정을 비롯한 세부 안건들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통보하고 보류시켰다. 

이후 추진위는 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는 등 시의 요구를 받아들인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지난해 6월 도계위 소위원회 심의에서 기반시설과 경관계획 등의 문제로 또다시 보류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박원순 시장이 연말부터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도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참다못한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시가 오직 부동산 가격 상승만 염두에 두고 40년 넘게 노후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진위가 시의 층수 규제를 포함한 수많은 계획 변경 요청에 대해 성실하게 보완을 이행했지만, 시가 재건축 심의를 부당하게 지연하고 있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정돈 추진위원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가 요구한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반년 넘게 상정조차 되지 않고 고의로 심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서울시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사업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 개최

최고 50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주민들도 서울시의 심의 지연에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지난달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주민 약 2천여명이 모여 사업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했고, 17일부터 19일까지 청와대 앞에 모여 재건축 심의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시가 부동산시장 과열을 이유로 재건축 정비계획 심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50층 초고층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서울시가 요구한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1년이 다돼가도록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9월 교육환경평가서를 제출했으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려되면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확보하기 위해 신천초등학교 부지 비용을 기부채납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교육청과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의가 지연되자 조합은 수권소위원회에서 해당 사항을 논의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도계위 수권소위는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진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은 서울시가 고의적으로 인·허가를 회피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뿐만 아니라 사업지연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합장과 한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9일 열린 ‘잠실5단지 재건축 2만 조합원가족 총 궐기대회’에서 조합 집행부의 한 인사는 “서울시장이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정비계획 변경 및 건축심의 등 서울시 심의절차를 간소화하여 신속히 진행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 조합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장과의 약속을 믿고 국제설계를 진행한 만큼 서울시장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복문 조합장, 김상우 자문단장 등 조합집행부 5명이 삭발을 단행했다. 삭발을 마친 조합집행부는 서울시청을 방문해 서울시장에게 조합원 호소문을 전달했다.

조합측은 조합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14일에 조합원 가족 3천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