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성 외면하는 서울시 도시건축혁신안
포용성 외면하는 서울시 도시건축혁신안
도시정책의 포용성확대가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만든다
  • 박순신 / (주)이너시티 대표이사
  • 승인 2019.05.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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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제도는 특정인ㆍ특정집단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거나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한다"

[하우징헤럴드=박순신 대표]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포용국가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추진해 왔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란 국민 누구나 성별, 지역, 계층, 연령에 상관없이 차별이나 배제 받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국가가 국민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삶을 책임지며, 공정한 기회와 정의로운 결과가 보장 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미래를 위해 혁신하는 나라를 말한다.

우리 정부가 포용국가를 중요한 국가 전략으로 받아들인 포용이란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었던 개념이다.

문재인정부가 목표로 정한 혁신적 포용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모든 국민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혁신적 포용국가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밝혀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포용적인 것만 시행하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일 수 있지만, 만일 우리정부가 포용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면 포용국가가 가능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렇듯 포용, 포용국가에 대해서 긴 서론을 이야기 한 것은 서울시의 도시·건축혁신안을 생각해 보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우리나라의 수도이고, 도시정책이나 도시행정에 있어서도 전국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만큼 서울시의 정책이나 행정은 중요한 것이다. , 서울시가 어떤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 시행할 경우 시차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이 서울시와 같은 행보를 보여 온 것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도시계획과 도시정비 및 도시재생사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에 서울시가 새로 도입하고자 마련한 도시·건축혁신안이 소위 요즘 말로 포용적인 제도일까. 그동안 서울시는 뉴타운, 정비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 그리고 정비사업 일몰제 등 도시정책에 있어서 굵직한 제도들을 만들고 시행해 왔다. 이런 제도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다르다. 이는 서울시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만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런 애쓰모글루라는 미국MIT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비슨이라는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함께 쓴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에서는 국가가 실패하는 커다란 이유 중에 하나를 포용적 정치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꽃 필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며, 포용적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제도에서 일탈하려는 움직임을 억제한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이들은 포용적 정치·경제제도는 특정인 혹은 특정세력 또는 특정집단이 독점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거나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의 서울시의 도시정책들의 특징은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만들고 선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서울시의 정책결정과정에서 포용적인 성격이 취약한 것은 아니었는지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런 서울시의 정책결정과 시행방식은 두 학자가 주장한 포용적제도 측면에서 보면 썩 포용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들 두 학자의 주장에는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이 독점하는 힘은 포용적인 제도가 될 수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제안하고 있는 도시·건축혁신안은 서울시의 입장에서 혁신일 수 있다. 서울시가 개입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편향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다른 집단 혹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자신 혹은 자신의 진영이 훨씬 뛰어난 집단이라고 믿는 것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서울시 정책중에서 대표적으로는 뉴타운사업 같은 경우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이번에 서울시가 제안하는 도시건축혁신안은 여전히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가장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이며, 이는 미국의 저명한 대학교수들의 주장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적인 포용국가의 의미, 서울시가 만들어가는 혁신 제도 등이 그 의도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갈 수 있으나 새로운 제도 시행의 결과가 의도와 같은 수준에서 보여줄 수 있는지 겸허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이 아니라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과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겸양이 더욱 돋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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