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 재개발·재건축 제도 정비(대출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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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대출→사업지연→분담금 눈덩이… ‘악순환 고리’ 끊어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9.05.2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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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영세조합원에 직격탄…이주비 막혀 ‘막막 ’
1가구 1주택 실소유자들에게 대출 길 열어줘야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정부가 시급히 정책 방향을 손봐야 할 것으로 지적받는 첫 번째 대상은 무분별한 대출규제다. 20178·2대책을 발표한 이후 이듬해 9·13대책을 통해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경색에 고통 받는 조합원들이 더욱 늘고 있다.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의 종전자산평가액의 40% 이하로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8·2대책 시행 이후 현장에서 이에 대한 개선 요구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규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세입자 전세보증금 주고 나면 이삿집 구할 돈 없어 전전긍긍

정부의 대출규제가 지속되면서 이주를 앞둔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의 LTV(담보인정비율)인 종전자산평가액 대비 대출가능액이 기존 60%에서 40%로 대폭 줄어 20%의 차액을 메꿀 방법을 찾지 못한 조합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에서의 이주비 대출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받아 조합이 선정한 제1금융권 은행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때 은행으로부터 종전감정평가액의 40% 이상은 대출이 거절된다.

정비사업에서 이주비 대출의 의미는 단순한 조합원의 이주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하게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주비의 축소는 사업 전체를 중단시키는 최대 악재다.

재개발구역이나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의 다가구주택에서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용도로 쓰이는 것과 동시에, 조합원 자신의 이삿집 전세 자금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LTV 60%의 종전 사례에 비춰 보면 LTV40% 부문은 세입자 전세보증금 반환에, 나머지 20%는 조합원 자신이 이사갈 작은 전셋집의 전세자금으로 활용했다.

문제의 발단은 8·2대책으로 LTV60%에서 40%로 줄면서 자신이 써야할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막혀 버린 것이다.

특히 대출규제는 서민을 위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비판 받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 직격탄을 맞은 피해자가 바로 대표적인 서민계층으로 볼 수 있는 비강남 지역의 다가구주택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대출규제 전에는 5억원짜리 주택에서 3억원(5억원의 60%)의 이주비를 받아 전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반환과 자신의 이주용 주택 전세보증금으로 활용했으나 정부의 대출규제로 이 방법이 막혀 버린 것이다.

실제로 서울 A재개발구역 다가구주택의 경우 이 집에 거주하는 4명의 전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24천만원이지만, 대출규제에 의해 대출가능한 이주비는 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층 한 가구에 8천만원씩 16천만원, 반지하 한 가구에 4천만원씩 도합 8천만원으로 모든 전세보증금을 합산하면 24천만원이다.

하지만 대출가능 금액은 종전자산평가액 5억원의 40%2억원만 가능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데에만 4천만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노년의 조합원 부부도 이주를 위해 다른 주택을 찾아한다는 점에서 현행 대출기준으로는 이주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주가 막히면 철거와 착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재개발사업 전체가 올스톱 된다. 게다가 이들 부부는 퇴직한 노부부라는 점에서 딱히 돈을 융통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구역 내 상당수의 상황이 이 노부부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대출규제의 피해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킬 정도로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일반 서민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이주비 대출규제는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내놓은 정부 정책이 투기와 상관없는 비강남권 서민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대출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비도 주택구입 목적 대출다주택 조합원 첩첩산중

지난해 도입된 9·13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시키면서 정비사업 조합의 이주비 조달 문제는 더욱 어려워졌다. 서울 등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봉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비 대출뿐만 아니라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 및 잔금 대출, 추가분담금 대출도 규제 대상인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로 간주함으로써 사실상 정비사업 조합의 자금 대출 명맥을 끊어 놨다.

나아가 불똥은 ‘1+1’ 재건축 조합원에게까지 튄 상태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래는 1주택자였지만, 재건축사업을 통해 ‘1+1’ 분양을 받은 조합원 역시 2주택자로 간주되면서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9·13대책에서 규제지역 내 재건축으로 얻게 되는 입주권도 1주택으로 유권해석되면서 1주택자가 조합의 관리처분인가 후 1+1 재건축을 통해 2개의 입주권을 받으면 다주택자가 되기 때문이다.

조합들은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관리처분까지 진행시켜 놓은 상황에서 이주비 조달이 계속 지체되면 대출 불가사업 지연분담금 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관리처분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합 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악재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투기세력과 선의의 피해자를 구분해 적용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을 갖고 있는 가구 등 실수요자라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경우에는 대출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진희섭 주거환경연구원 부장은 재개발·재건축을 막론하고 정비구역 안에는 1가구 1주택자로 오랫동안 거주해 사실상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조합원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출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켜 안정적인 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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