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 '재건축·재개발사업 규제혁파'… 전문가 특별좌담
창간15주년 기획 '재건축·재개발사업 규제혁파'… 전문가 특별좌담
“고강도 규제폭탄에 재건축·재개발 시장 왜곡 심각”
“정비사업 환경 악화일로… 주택시장도 불안감 지속”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9.06.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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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권 발행인 "규제로 얼어붙은 정비사업장들 반발 확산"
김점균 대표 "많은 조합원들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
김종광 조합장 "사업 근간 사실상 흔들… 주민들도 불안"
김종일 평가사 "규제 적용 여부따라 현장 양극화 뚜렷"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수위가 계속 높아지면서 날이 갈수록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2017년 정권 교체 이후 쏟아지는 규제책 속에서 사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일선 조합들은 우왕좌왕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이은 정부의 규제 폭탄 발표에 조합원들의 아우성을 뒷수습해야 하는 것은 일선 조합 집행부와 협력업체 임직원이다. 수년 전 조합설립 당시에 받아 놓은 동의서 내용을 무력하게 만드는 잇단 규제 속에서 앞으로 정비사업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까?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아봤다. <좌담회 참여자 •김호권 하우징헤럴드 발행인(진행), •김점균 주성시엠시 대표이사, •김종광 천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장, •김종일 대한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 •이기열 SK건설 도시정비팀장, •이우진 세무법인 이레 대표세무사, •홍봉주 H&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1. 현 상황에 대한 진단

▲김호권 대표=현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이후 정비사업 추진이 만만치 않다. 8·2대책, 9·13대책 등 사업에 부담을 늘리고 돈줄을 죄는 전방위적 규제가 줄줄이 도입되고 있다. 현재의 정비사업 주택시장을 한 단어로 표현해 주시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종광 조합장=꽁꽁 얼어붙은 ‘겨울왕국’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과도한 규제를 시행함 따라 정비사업, 주택시장, 건설경기 등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다. 현 정부의 기조가 계속 유지되는 한 정비사업과 주택시장은 혹한의 겨울에서 생존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업체들의 줄도산, 정리해고 등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 아울러 국민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에 치우쳐 있는 만큼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국내 경제 전반이 겨울왕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우진 세무사=완연한 침체상태다. 정비사업은 일반 주택시장의 시황에 직접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일반주택 시장은 침체 중에 있으며 정비사업주택시장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침체는 우선 국가적으로 경제성장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부동산 시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2년 사이 정부에서는 일부지역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규제와 같은 강력한 억제 정책을 내놓고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점균 대표=뿔을 고쳐 잡으려다 소 잡는 격(矯角殺牛)이다. 일부 투기세력에 의한 집값상승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로 실소유자의 주거안정을 심각하게 억제하는 정책을 무분별하게 시행하고 있다. 원활한 주택공급과 구도심의 도시재생 취지를 가장 합리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정비사업임에도 불구, 투기세력에 대한 정밀한 핀셋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단기적인 정책효과만을 의식한 저인망식 무차별적인 규제정책으로 인해 많은 선의의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신규 주택구입이 사실상 어려운 정비사업의 기존 조합원 대다수가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감내한 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 규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부담금을 내면서까지 새로운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조합원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홍봉주 변호사=‘시장왜곡’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정비사업의 취지와 관련성이 적은 공적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한 과도한 규제가 정비사업에 시행되다 보니 사업성 악화로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어 주택시장이 왜곡될 것이다.  

▲이기열 팀장=한 마디로 ‘혼란 상황’이다. ‘경기 회복’과 ‘부동산시장 억제’라는 명분으로 냉온탕을 오고가는 등 국가 정책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오랜 기간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해오다 보니 정비사업은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로 정비사업은 단순히 몇 가지 정책과 규제만으로 컨트롤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번 정책을 시행하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정책으로 인해 국민 중 누군가는 생계를 유지하고, 누군가는 새 집을 얻어가며, 누군가는 오랜기간 살아온 ‘추억의 공간’을 잃기도 한다. 그만큼 균형감각을 가지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 

 

2. 현장에서 나타나는 정부 규제의 부작용

▲김 발행인=실무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의 영향 및 부작용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말씀해 달라.

▲김 조합장=규제 때문에 애먼 정비사업 조합들이 조합원들의 항의 민원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규제, 특히 투기과열지구내 정비사업 재당첨제한과 갑작스러운 투기지역 내 대출 규제는 조합원이 사업 시행에 동의했을 당시 상황과 너무 달라지게 만들어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분양신청을 포기하거나, 자금계획의 변경으로 현 물건의 급매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위와 같이 사업시행에 동의했던 상황이 각종 규제를 통해 변화되면서, 정비사업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이 세무사=각종 규제정책이 사업성 악화로 이어져 적은 비용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후주택 소유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주택도 재화로 인식해야 한다. 경제원칙인 수요 공급의 원리가 적용 되는데 이를 법과 제도로 규제하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외부 불경제 (비효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규주택 수요가 많은 도심지나 용산, 마포, 과천, 강남 등 정비사업이 필요한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은 신규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수요가 있는 지역의 정비사업 시장을 막아놓으면, 공급 부족이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외곽 지역의 신도시 주택공급과 임대주택은 정부가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고 도심지 정비사업 등은 민간 자체 시장에 맡겨서 지속적인 공급 확대와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통계를 보면 강남의 경우 자가 거주율은 약 33%에 불과하다. 나머지 33%는 전세, 33%는 월세 거주자다. 타가 거주자들과 전입전출자 등 잠재적 수요 대기자들이 강남 집값을 요동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세금과 부담금을 통한 이익환수와 대출규제, 전매제한 등 여러 안전장치가 있으므로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김 대표=규제는 항상 부작용을 수반한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도가 도입될 당시를 잠시 회상해 보자. 불필요한 비용낭비를 막고, 합리적인 사업운영을 통해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합리적 명분 아래 도입된 제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덧붙여 규제완화와 시행착오 방지를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시키고, 공사비 등을 절감하여 평균 1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포장됐던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업운영 취지의 각종 규정(선거관리규정, 예산.회계규정, 행정업무규정 등)은 그 나름의 효과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투명하고 합리적인’의 한계를 벗어나 조합의 사무를 지나치게 규제하거나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반기업에서도 실무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e-조합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 현장에서는 무차별적인 정보공개요구, 클린업시스템과 e-조합시스템의 중복운영 등으로 거의 모든 조합 내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고용이 필수적이지만 이 또한 조합원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지만은 않다. 

서울시의 경우 설계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선정을 위한 선정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발주자의 선택권한을 무시한 채 변별력이 결여된 기준만을 고집하고 있어 문제다. 더 크게 본다면, 조합원과 투기세력의 구분 없는 지위양도 규제와 대출규제는 물론 재건축사업의 초과이익환수, 재개발 사업의 무한적인 손실보상 인정 등으로 사실상 ‘돈 없으면 재건축하지 말아라’는 강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 팀장=특정 규제의 부작용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비판하고 싶다.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무슨 일을 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허가를 진행하더라도 수년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정해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긴 시간을 들여 인허가를 진행하면 어느새 담당자가 바뀌어 기존의 업무가 공염불로 끝나는 경우가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긴 시간과 일관성을 가지고 진행해야 되는 도시계획의 일부다. 일관성 있는 행정이 시급하다.

▲김 평가사=정비사업에서 규제의 가장 큰 영향은 규제에 해당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사업진행의 차이다. 예를 들어 2007년의 경우 해당연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그해 관리처분인가신청이 증가했으나 2008년부터는 관리처분인가신청이 감소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17년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신청 유무에 따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한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납부대상이 결정돼 해당년도에 관리처분인가신청이 가능한 재건축조합의 경우 사업진행 속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위 사례들에 비춰 보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경우는 사업의 진척이 빨라지고 반대의 경우는 느려지게 된다. 이때 전자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필요기간이 부족할 수 있고 후자는 사업지연으로 사업비가 증가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기열 팀장 "대출·분양가 규제는 자유시장 원칙무시"
이우진 세무사 "도심 정비사업 규제 주택공급난 부추겨"
홍봉주 변호사 "초과이익환수제는 심각한 재산권 침해"
 

3. 가장 문제가 되는 규제는

▲김 발행인=주요 정부 규제를 다음과 같이 나열해 봤다. ⓛ재건축초과비익환수제 시행 ②임대주택 공급 강화 ③대출 규제 및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 ④과도한 정비구역 해제 ⑤안전진단 기준 강화 ⑥학교용지 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 문제 등등의 사안 중 가장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사안을 택해 그에 대한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해 달라.

▲홍 변호사=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이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으로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과세당시에는 이익이 발생했으나 실제 거래시에는 그와 같은 이익이 모두 사라진 경우,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가공의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낸 셈이 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취지는 기존 세법체제를 정비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출규제도 문제다. 현행 대출규제는 부동산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맞지 않다. 정비사업에 따른 대출은 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것이고 정비사업은 도시정비법상 불가피하게 이루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대출규제를 정비사업 대출에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너무 획일적인 정책시행이다.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시행이 절실하다. 

▲김 조합장=대출 규제와 HUG의 분양가 규제가 가장 큰 문제다. 국민 대다수의 자산이 부동산에 치우쳐있는 국내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규제는 오히려 빈대잡자고 초가집에 불을 지피는 꼴이다. 공동주택을 여러 채 가지고 투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는 이해하지만, 현행 규제는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에도 규제를 받게 하고 있다. 예컨대 조합에서 선정한 금융기관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도 없게 만들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분양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HUG의 분양가 규제 문제도 심각하다. 도정법에서는 중요한 결정 사항은 조합원 총회 등 조합원 전체의 의사를 반영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UG를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은 중대한 결정사항에 대해 조합의 임원들에게 확약이나, 연대보증 등 과도한 요청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HUG는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보증 시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격이 고분양가일 경우 분양가를 조정한다는 ‘조합임원의 확약을 요청하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고, 의사 결정에도 하자가 있는 행위를 강요하고 있다. 

▲김 평가사=먼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에 대해 살펴보면 재건축부담금은 ‘주택가격 안정화’라는 목적과 ‘초과이익의 환수’라는 수단이 적정한 조화를 이루고 있느냐와 부담금의 산정방식이 합리적인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고 본다. 목적과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는 부담금의 부과율이 주택시장에서 강력한 규제 수단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양도세보다 높아 부과액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재건축부담금의 유예 또는 시행 유무에 따라 주택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급격하게 오가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시장의 상황에 대한 규제는 하나의 강력한 수단보다는 여러 가지의 수단을 병용하여 부동산 경기의 급등락 보다는 완만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본다. 

대출규제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 등을 감안할 때 LTV 조정은 어느 정도 필요하나 대출자격에 있어 기존 주택자가 대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까지 대출이 어려워진 점은 거래활성화 등의 측면에서 개선해야 한다. 

▲이 세무사=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과도한 정비구역해제가 특히 문제가 많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첫째,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재건축부담금 산출방법에 있어 초과이익 계산의 방식이 불합리해 과도한 부담금이 산출되는 모순이 있다. 

둘째, 미실현 이익 부과의 문제다. 재건축 부담금은 이익의 최고 50%까지 과세되는 실정이지만 사실상 이익이라는 것은 해당 자산의 처분시점에 실현되므로 준공시점에는 미실현이익이다. 또한 만약 준공 이후 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환급제도는 없는 게 현실이다. 

셋째,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여러 정비사업 중 오직 재건축사업만 부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 토지 개발금은 25%이나 재건축 부담금은 50%로 부담률이 2배나 높은 점, 주택의 보유기간 등을 감안하지 않고 있는 점, 여러 형편을 감안한 부담금 감면제도가 없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부과 대상, 부과율, 감면제도 등의 법률 개정이 요구된다. 

▲이 팀장=대출 규제 및 HUG의 분양가 규제를 꼽겠다. 부동산의 가격의 결정은 입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부의 분양가 규제와 대출 규제는 이러한 기본적인 가격형성 원리마저 부인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있고 그곳의 부동산 가격은 당연히 높다. 

모든 부동산 가격이 일정 금액 이하여야 한다는 발상 자체는 이미 토지 사유화가 이루어진 우리 사회에 혼란을 야기하는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자유경제주의의 기본적인 가격형성 원리마저 무시해 버리는 획일적인 가격규제 정책은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과도한 정비구역 해제도 문제다. 우리 회사가 시공사로 선정되어 진행하고 있는 모 재개발 사업지는 현재 수년간 사업이 멈춰 있다. 원인은 해당 지자체장이 인허가까지 완료된 사업지를 직권해제하면서 발생했다. 그 후 다시 사업을 재개하려 하지만, 정체된 수년간 발생한 비용이 결국 조합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쉽지 않은 상태다. 지자체장의 잘못된 선택 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정비구역 해제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4. 공공의 인식 개선 문제

▲김 발행인=재건축·재개발을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바라보는 행정관청 및 공기업의 인식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많은 이익이 얻으니 조합이 여러가지 공적 부담을 지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책을 만들 때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공적 부담 중 상당 부분이 재건축·재개발 조합에게 전가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조합 내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세 조합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바람직한 인식 전환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달라.

▲김 평가사=실제로 공공의 시각에 따라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정비사업 간에 차이를 둔다. 주로 공공이 시행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과 토지등소유자의 인적결합인 조합이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을 비교해 보면,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건축허가를 받은 때와 부동산등기(소유권 보존등기 또는 이전등기로 한정한다)를 하는 때에는 국민주택채권의 매입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국공유지의 매각가격을 감정평가금액의 100분의 80으로 하도록 돼 있다.

반면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이러한 인센티브가 없어 공공이 시행하는 경우와 민간이 시행하는 경우에 있어 비용부담에 차이가 발생한다. 사업이 주거환경개선이라는 동일·유사한 목적을 가지나 민간이 시행하는 경우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이 세무사=정비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부 당국자, 금융당국, 협력업체 등 업계, 토지 등 소유자나 조합원 등 이해당사자 모두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질의 주택은 공급돼야 하고 주거의 질은 삶의 질을 좌우한다. 집은 공공성이 강해 신중히 접근해야 하며,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집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라도 부당하게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 팀장=공공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장기간의 플랜을 수립해 일관성 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정책 시행 과정을 들여다보면, 행정이 아닌 정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지고 보면 정비사업 만큼 매력적인 정치도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을 필요도 없고, 남의 재산으로 선심 쓰기도 좋기 때문이다. 왠지 그럴 듯하면서도 행여 효과가 없더라도 세금을 낭비한 것은 아니라는, 좋은 정치 도구로 활용되는 재료다.

정비사업을 통해 일부 사람들은 투자를 하고, 일부 사람들은 더 낙후된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모은 돈으로 평생 소원인 새집을 장만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행정가들은 정치가 아닌 행정을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전부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중 또 신중해야한다.    

▲김 대표=실제 조합원들이 입주하기 위해 감내하는 시간과 사업 완료시까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총액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아직도 누군가는 20여년 전 ‘주택건설 촉진’을 외치던 시절에 아무런 규제 없이 5층짜리 저층아파트를 30층으로 만들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재건축하면 집이 두 채가 된다’는 옛말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가 180도 변했다. 용적률만 하더라도 대폭 깎였다. 재건축의 경우 법적상한 용적률이 있음에도 정비계획으로 정해진 ‘삭감된’ 용적률 내에서만 건립할 수 있다. 그보다 더 건립할 경우에는 행정청이 공공기여를 요구한다. 

재개발의 경우에도 충분한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무리한 손실보상과 그때 그때 달라지는 기반시설 요구조건을 충족하려면 결국 조합원들의 주머니를 짜내는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영세 조합원들이 현재 살던 곳에서 재정착을 할 수 없다. 많은 규제에 따라 증가한 비용부담 속에서 영세 조합원들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조합원은 돈 번다’는 공공의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비사업의 신축아파트는 결국 돈 있는 외부 투기세력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5. 정비사업의 필요성 재조명

▲김 발행인=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노후주택의 급증과 국내 도시의 발전 지연 등 사회적 비효율이 증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주차장 문제로 수많은 시민들이 출퇴근 때마다 불편을 겪는 건 일상생활이 됐고, 화재시 소방차 접근 불가로 소중한 생명을 잃곤 한다. 건물 노후화로 붕괴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말해 달라. 

▲홍 변호사=정비사업은 주거난을 해소하고 정비기반시설을 정비하기 위한 사업으로 이해돼야 한다. 낡고 노후된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정비사업은 새집을 지으면서 거기에 맞는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것이다. 정비사업을 부동산투기의 온상으로 이해하고 그러니까 정비사업을 하지 말라는 식의 정책은 행정편의주의의 극치로,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부동산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개발에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 대표=낡은 마을의 담벽에 자동차를 그려 넣으면 주차장이 되나? 좁은 골목에 놀이터를 그려 넣으면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나? 현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도시재생의 효과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조합원의 의지와 비용으로 노후주택단지를 개선하려는 것은 억제하고 있다.

한편 막대한 세금과 사회적 자본을 투입하는 신도시 건설은 지금도 곳곳에서 추진하는 행정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유럽의 역사적 도시 보전 사례만 하더라도, 이를 국내에 직접 도입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물들이 과연 수백년의 역사와 함께 할 수 있는 건축물일까 의문이다. 그저 살기위한 집을 공급하기에 바쁜 시절에 지어진 우리나라의 근현대 건축물은 오히려 철거하고 현재의 사회적 요구에 맞도록 개선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팀장=정비사업이 가지는 순기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비사업은 우리들의 삶의 공간을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게 만든다는 분명한 순기능이 있다. 과도한 규제는 일부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그 불편함과 불쾌함을 감내하라는 강요와도 같다. 도시라는 인간보다 오랜 수명을 가진 역사적 존재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단기간의 정책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오만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김 평가사=재건축·재개발과 도시재생 뉴딜간의 적정한 조화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후주택이 밀집된 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원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은 없지만 중요한 점은 개선하는 방법론에 있다. 노후된 모든 지역을 재건축·재개발사업방식으로 개발할 수도 없고, 그 대안인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한계가 있다.

뉴딜사업은 재원조달(향후 5년간 5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 사업구역 범위가 한정되고 늘어나는 신규주택수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이 약97% 수준에 머무르는 서울시에서 충분한 공급을 지원하기 어려운 도시재생 방식은 결국 도시재생으로 지정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격차, 주택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 등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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