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정비하자(공공개입)
창간15주년 기획…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정비하자(공공개입)
재건축 인허가권 쥐고 임대주택 강요… 공공개입 度넘었다
서울시 ‘도시·건축혁신안’ 만들어 ‘쥐락펴락’
정비계획 수립부터 용적률·높이 등 ‘간섭’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6.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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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정부의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한 공공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도시·건축 혁신안’ 발표해 정비사업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비계획 수립 전부터 시가 개입할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공공성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서울시가 임대 의무비율이 없는 재건축사업에 인·허가권을 무기로 쥐고 임대주택을 강요하면서 과도한 공공개입에 대한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안’ 발표…정비계획 수립 전 용적률·높이 등 가이드라인 제시

서울시는 지난 3월 12일 정비사업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해 혁신 디자인을 적용하고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취지로 아파트 정비사업 혁신, 건축디자인 혁신을 양대 축으로 하는 ‘도시·건축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도시·건축 혁신안’의 골자는 △공공의 책임 있는 지원을 위한 뉴 프로세스 실행 △사전 공공기획 단계 도입 △아파트단지의 도시성 회복 △건축디자인 혁신 등이다. 정비사업 추진 전 시가 사전 공공기획단계를 도입해 단지 디자인과 용적률, 높이, 경관·지형, 지역역사와 문화 등의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한 사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도시 경관을 고려한 건축 디자인 등을 유도하고, 정비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특히 사전 공공기획 단계에선 도계위 위원의 자문·협력을 통해 큰 틀의 계획을 우선적으로 세울 방침이다.

그간 정비계획안 수립 마지막 절차인 심의 단계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계획안의 집중적인 검토·조정을 시도해 왔지만, 도계위 심의만으로는 다양한 도시적 맥락이 고려된 계획으로 유도하기엔 한계가 있고 이 과정에서 정비계획 결정이 지연돼 왔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혁신안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또한 시는 정비사업 아파트를 대상으로 ‘서울시 아파트 조성 기준’을 마련하고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을 유도하기 위해 현상설계를 적용하고, 특별건축구역 등 관련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시는 이번 혁신안을 통해 도시 경관을 고려한 건축 디자인 등을 유도하고, 정비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비계획 수립 전부터 시가 개입할 경우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된 채 공공성 확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진행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사업성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공공성, 공익성에만 치중해 용적률과 높이 등을 제한한다면 사업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스카이라인에 따른 층수 제한 규제가 적용된 상황에서 공공 디자인 설계까지 의무화될 경우 민간사업자가 용적률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일정한 층수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정비사업 전 과정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의사를 이번 혁신안을 통해 명문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대1 재건축에도 임대주택 강요…과도한 개입에 재건축조합들 반발

최근 서울시가 정비사업시 기부채납 시설에 공공임대주택을 포함시키라는 지침을 내려 임대 의무비율이 없는 재건축사업에 임대주택을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시가 용적률을 상향하지 않는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에게도 심의과정에서 임대주택을 강요해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전체 가구 수 중 15%를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재건축사업 추진 시 서울시 허가를 받아 용적률을 법적 상한용적률 이상 상향할 경우에만 늘어난 가구 수의 절반만큼 임대주택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입법 예고 후 지난 3월 19일부터 시행에 돌입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근거로 재건축사업에 기부채납으로 임대주택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 제42조의3 제2항 제12호에는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용적률이 높아지거나 건축제한이 완화되는 등 용도지역이 변경되는 경우 기부채납으로 도로·공원·어린이집 등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외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다.

실제 서울 용산 대표 한강변 재건축단지인 이촌 왕궁아파트 조합은 용적률 205.88%를 적용해 지상 15~35층 4개동 250가구로 1대1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1대1 재건축을 택해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지 않으므로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올해 초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심의에서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 측에 기부채납 시설로 임대주택을 추가해 정비계획을 다시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시가 기반시설이 충분하게 갖춰져 있으니 추가적인 기반시설을 짓는 대신 임대주택을 지어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임대주택 의무 비율이 없는 재건축단지에 대해 임대주택 건립을 권고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왕궁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현행법상 재건축 시 의무가 아닌 주민들의 선택 사항인 임대주택을 시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실정법까지 외면하면서 과도한 행정집행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왕궁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권고대로 임대주택을 지으려면 용적률을 추가로 올려야 하는데 단지가 한강변에 위치해 용적률 상향이 불가능하고 건물 증축도 어렵다”며 “조합원 모두 입주하기도 벅찬 1대1 재건축사업에도 시가 임대아파트까지 지으라고 하니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는 현재 단계에서 층수제한 완화 등의 조치를 취하긴 어려우며 일단 현재 규정 내에서 조합이 설계 아이디어를 내 용적률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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