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기획…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정비하자(안전진단)
창간15주년 기획… 재개발·재건축 제도를 정비하자(안전진단)
안전진단기준, 헌법·도정법과 상충… “주민들 생존권·안전권 무시”
비강남권 재건축단지 1년 넘게 제도개선 집단행동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만 6개월 소요… “재건축 발목”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6.10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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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지난해 3월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시행 1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의 문턱에 막혀 재건축을 준비해오던 전국 노후아파트들이 사업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화된 기준을 피하지 못해 직격탄을 맞은 서울 양천·노원·마포·강동·은평·서대문구 등 비강남권 노후아파트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은 상위법인 헌법과 도정법에 상충되는 ‘악법’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21일 구조안전성 가중치 상향(0.20→0.50) 및 주거환경 가중치 하향(0.40→0.15) 조정 등이 골자인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단 10일간의 행정예고를 거쳐 3월 5일부터 기습 시행했다.

이에 강화된 안전진단으로 인해 재건축 추진에 직격탄을 맞은 재건축 아파트단지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해 3월 29일 양천발전시민연대가 주최한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계기로 양천구, 강동구, 노원구, 마포구, 서대문구, 은평구 등의 비강남 차별저지 국민연대가 형성됐다. 또한 최근에는 동대문구도 참여해 비강남권 재건축 주민 모두가 1년이 넘도록 집단행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노후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진단 종합판정을 위한 세부 평가항목별 기준에서 국토부가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을 낮추고, ‘구조안전성’ 배점을 높인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의 경우 구조에 문제가 없어도 층간소음과 단열, 주차장 부족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주차장 부족으로 인해 화재 사고 발생 시 소방차 진입 등이 매우 곤란해 주민피해가 우려되고 오래된 설비시설을 사용하는 기간이 늘어나 주민들의 생존권과 안전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강남연대는 현행 안전진단 기준이 상위법인 ‘헌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제도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주거환경은 무시한 채 구조안전에 치중하고 있는 현행 안전진단 기준이 쾌적한 주거 생활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53조 제3항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조에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헌법 제53조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조는 “이 법은 도시기능의 회복이 필요하거나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계획적으로 정비하고 노후·불량 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이에 비강남연대는 강화된 안전진단에 대해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낮추고 정부가 마음대로 기준을 변경할 수 없도록 못 박자는 취지에서 상위법인 도정법에 직접 명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재형 비강남 차별저지 국민연대 대표는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쾌적한 주거 생활에 대한 국민의 권리가 구체적인 법률 근거도 없이 제한당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아파트 노후화로 인한 생활 고통을 건물이 쓰러질 때까지 감내하도록 하는 명백히 상위법에 위반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과정만 6개월 소요…관련 기준 마련 시급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에 따라 새롭게 도입된 공공기관 검증 과정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따르면, 과거와는 달리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관할 구청이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한국시설공단에 적정성 검토를 의뢰해 통과해야 재건축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의 예산 미편성 등으로 재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실제로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시행 후 첫 통과단지인 서초구 방배삼호 재건축사업은 지난해 8월 27일에 민간업체의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후 공공기관 검증이 완료되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

당시 관할구청인 서초구청에서 안전진단 재검증 비용을 편성하지 않아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이에 대해 업계의 비난이 거세지자 서초구청은 급히 9월에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표본동 선정 협의 등에 시간이 소요돼 검증기관과 적정성 검토를 위한 계약 체결이 지난해 12월 중순에서야 이뤄졌다.

공공기관이 적정성 검증을 실시하는 제도가 신설돼 법정 적정성 검증기관과 서초구 간 표본동 선정 과정에서 시각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2월 28일 소위원회를 개최해 방배삼호의 적정성 검토결과를 D등급으로 최종 확정하고 서초구청에 통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행 안전진단 기준으로 재건축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검증과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의 예산 편성 및 표본동 선정 등 적정성 검토 기준 관련 지침을 세워야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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