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도시정비사업에 거주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도시정비사업에 거주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유기열 / 엘림토피아 대표이사
  • 승인 2019.06.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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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유기열 대표] 낡고 쇠락한 도시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도시정비사업. 이러한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도시는 다시 젊고 건강한 도시로 재탄생되었다.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이처럼 거대한 사업을 하는 동안 공공의 재정 투입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공공은 오히려 공원이나 도로 등 기반시설을 대폭 확보했으며 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수만채의 임대주택을 확보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도시를 바꾸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꾼 도시정비사업이 마치 투기꾼들의 잔치로 치부되고 그래서 규제는 끊임없이 강화되고 있다. 정비구역 직권해제 확대, 일몰제 부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확대 등 사업의 존폐와 직결된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은 그동안의 규제만으로도 빈사상태에 있는데 과연 이러한 추가 규제를 견뎌낼 수 있을까. 이러한 규제들로 인해 도시정비사업이 전면 중단되었을 때 과연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까. 정부나 지자체는 감당할 수 있을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도시정비사업을 수행해온 민간에 뭔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인센티브까지는 아니더라도 게임의 룰이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일몰제 실시로 일정 시간이 경과될 경우 사업 자체가 취소된다면 그 기간 동안 전체 소유자에게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어 동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쪽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거주자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다. 소위 말하는 조합원 명부를 작성하는 일이다. 연락처를 알아야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동의 여부를 물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오랜 시간과 막대한 돈을 투입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에서 사업구역 내 소유자 및 거주자의 정보를 제공하면 민간은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고 짧은 기간 내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사업 초기 거주자에 대한 정보 제공만이 아니라 이주기간에도 거주자에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강제철거 예방을 위해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에도 세입자에 대한 보상을 장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상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사업구역 내에 세입자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물론 단독주택 재건축뿐만 아니라 기존 재개발사업에도 세입자 현황 조사를 한다. 그런 업무를 통상 이주관리업체에서 수행하게 되는데 조합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경비가 추가될 뿐 아니라 정보도 부정확하고 이에 따라 보상비 책정을 자의적으로 하게 됨으로서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투명한 사업 추진을 위해, 효율적인 세입자 보상업무를 위해 거주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 대해 인허가청의 일선 실무자들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거주자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이 있어 지자체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다. 도시정비법의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의 거주자에 대한 정보 제공은 채권추심이나 범죄 목적이 아니다. 도시정비법 제1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도시기능을 회복하고, 불량한 주거환경을 정비함으로써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거대한 도시를 다시 살리는 사업을 위해, 세부 방안을 잘 다듬어 시행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정책 목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빈사상태에 있는 도시정비사업, 정책 당국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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