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공사비에 저품질 구조… 소규모 정비사업 ‘헛바퀴’ 돈다
높은 공사비에 저품질 구조… 소규모 정비사업 ‘헛바퀴’ 돈다
‘고비용 저품질’의 사업구조 한계 부딪힌 활성화 정책
공사비 높고 일반분양가 낮은 저품질 주택에 주민들 외면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9.07.1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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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3.3㎡당 500만원 ‘훌쩍’… 재개발보다 높아
건설사 수주에 부정적… 조합원들 부담도 ‘눈덩이’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소규모정비사업이 당초 활성화 기대와는 달리 제도 정착에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재개발 규제라는 반사 효과로 소규모정비사업이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태생적 한계로 인해 활성화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건설사는 최근 몇 건의 소규모재건축 사업 수주 후 더 이상 수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한 정비업체 대표 또한 소규모정비사업 참여 제안이 오면 정중히 고사한다고 밝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한 건의 수주 물량이 아쉬운 업계 관계자들이 왜 이런 반응을 내보이는 것일까. 답은 ‘고비용 저품질’이라는 사업구조의 한계 때문이다.

▲중견 건설사 “3.3㎡당 공사비 500만원 넘어가는 경우 다반사… 떡잎부터 노랗다”

한 중견 건설사는 최근 수주한 소규모재건축 현장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소규모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정비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소규모’라는 사업출발점에서부터 이미 망가진 사업구조라는 것이다. 고비용 저품질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어 고생만 하고 실속은 없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 이후로 입찰 요청이 오더라도 참여하지 않는다. 

먼저 비용면에서 일반적인 재건축·재개발보다 불리하다. 견적을 내보면 특별히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3.3㎡당 460만~470만원 대의 공사비가 나온다는 것이다. 마감재를 적당히 고급화 하면 5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최근 시공자 선정을 하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일반 재개발사업 공사비를 보면 3.3㎡당 430만~4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소규모정비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수익을 부풀렸기 때문이 아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작동 원리에 의해 대형 사업장의 경우 장비 및 자재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소규모 현장에서는 이런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천가구 이상의 대형 사업장과 200가구 전후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각각 타워크레인, 포크레인 등 각종 건설 장비를 대여해 올 때를 상정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대형 사업장에서는 풀 타임 활용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소규모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반나절만에 일정 면적의 땅을 파내는 포크레인이 있다면 대형 사업장에서는 한 구역의 업무 종료 후 옆 구역으로 넘어가 또 다른 업무를 진행시켜 장비와 인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소형 사업장에서는 반나절만에 터파기가 끝났다면 더 이상 활용할 곳이 없어 장비와 인력이 놀다가 귀가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장비 및 인건비를 공사비에 얹어 사업제안을 하면 되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런 구조 속에서 일반 정비사업공사비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높아진 공사비에 비해 지어지는 주택의 품질이 더 좋은 것도 아니다. 아파트단지의 품질은 주택의 시공 상태뿐만 아니라 단지 전체의 규모에 따른 이미지, 기반시설 등 복합적 결과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대형 사업장보다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소규모정비사업의 일반분양 시 조합의 수입인 분양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인근 대형 사업장 시세에 비해 한층 저렴한 분양가 책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공사비는 높고, 분양가는 낮은 저품질 주택을 지을 수밖에 없어 조합원들은 일반 정비사업 조합원과 비교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서민을 위한 소규모 정비사업 제도가 오히려 서민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비업체 “소규모 정비사업 참여 요청하면 곧바로 다른 업체 소개시켜 준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사업구조 속살을 들여다본 정비업체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정비업체 대표는 “소규모 정비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으면 정중히 거절하며 다른 업체를 소개시켜 준다”고 말했다. 사업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는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처음부터 이상한 제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검토해보더라도 답이 없는 제도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 대표가 ‘답 없는 제도’라고 꼬집은 이유는, 우선 정비업체 용역비 수준을 보면 1억원 안팎으로 너무 적다는 것이다. 수년에 걸쳐 행정업무 대행 등 관련 업무를 진행시켜야 하는데 1억원 수준으로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분양가도 높이 받을 수 없고, 층고제한도 받아 용적률을 다 찾아 활용할 수 없는 경우도 나온다는 점에서 사업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갈등 요인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기대는 높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괴리감에 조합원과 시공사 등 협력업체 간 갈등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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