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현설보증금 1억~10억 요구… 수의계약 노린 편법입찰 성행
재건축 현설보증금 1억~10억 요구… 수의계약 노린 편법입찰 성행
올 시공자선정 입찰공고 분석해보니…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7.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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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설명회 참여조건으로 거액의 보증금 강요
업계 “사전에 내정한 건설사와 계약위한 꼼수”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최근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에 입찰보증금의 일부를 현장설명회에 납부토록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요구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리 내정된 업체와 수의계약을 이끌어 내기 위한 편법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을 검토하는 자리인 현장설명회가 열리기 전에 거액의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 정보를 알고 있는 건설사 외에는 사실상 사업에 참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일반경쟁입찰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하고 있어 시급히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쩍 늘어난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일부 요구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장설명회 참석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하도록 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심지어 소규모 재건축사업까지 현설에 수억원의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본지가 올해 1월 1일부터 7월 둘째 주인 지난 12일까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 홈페이지(www.g2b.go.kr)를 조사한 결과 올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관련 입찰 공고는 총 57건(수의계약·중복·공공참여형 등 제외)이다. 이 중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일부 혹은 전체를 현금 납부토록 요구한 공고 사례는 총 14건으로 집계됐다. 현설에 납부토록한 입찰보증금 금액은 최소 1억원에서 10억원 규모다.

해당 공고는 △강서구 신안빌라 재건축(입찰보증금 50억원 중 현장설명회 전까지 2억원 납부) △대전 중앙1구역 재개발(20억원 중 2억원) △경기도 파주 문산3리지구 재개발(1억원 중 1억원)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15억원 중 1억원) △경기 안양 대동아아파트 소규모재건축(20억원 중 2억) △합정주공 835번지 일대 재건축(70억원 중 1억원) △강북구 미아동3-111번지 일대 재건축(10억원 중 10억원) △경남 창원 대원3구역 재건축(100억원 중 1억원) △부산 괴정3구역 재건축(60억원 중 6억원) △경기도 안산 산호연립 재건축(10억원 중 10억원) △강북구 삼흥연립 재건축(20억원 중 10억원) △서초구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50억원 중 10억원) △대전 도마·변동6구역 재개발(30억원 중 3억원) △경기도 부천 청암아파트 소규모재건축(20억원 중 2억원) 등이다.

특히, 지난 4월 이후에 등록된 26건(재입찰 제외)의 공고 중에서는 현설에 보증금 현금 납부를 요구한 사례는 9건으로 최근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들은 하나 같이 입찰에 적극적인 참여의지를 가진 건설사들만 현장설명회에 참석하도록 하기 위함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입찰보증금을 현장설명회에 일부 납부하도록 한 입찰자격은 현장설명회에만 참여하고 정작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들이 많아 사업을 정말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업체만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며 “입찰보증금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건설사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납부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업계, “현장설명회에 보증금 요구는 특정 건설사와 수의계약 노린 꼼수”

업계에서는 현장설명회 참가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일부를 납부토록 하는 것은 사전에 내정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의로 유찰을 유도하는 편법입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해 입찰여부를 검토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업조건도 모른체 현장설명회에 수억원의 보증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장설명회는 입찰공고일 기준 통상 7일~10일 이후에 개최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장설명회까지 수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수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약 일주일만에 정확한 사업조건도 모른 상태에서 수억원의 보증금을 현금으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입찰공고 이전부터 사전 접촉한 건설사에게만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는 사전담합이나 다름없다”이라며 “최근 극히 일부 현장에서 경쟁구도가 형성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어 결국 내정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설명회에 보증금 조건을 내건 조합들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을 요구한 해당 공고 14건 중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과 경남 창원 대원3구역 재건축, 미아동3-111번지 일대 재건축 등 단 3곳만 다수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 경쟁입찰이 성립됐다.

반면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한 곳은 총 5곳으로 △강서구 신안빌라 △대전 중앙1구역 △경기도 안양 대동아아파트 △경기도 파주 문산3리지구 △경기도 평택 합정주공 835번지 일대 등이다. 나머지 5개 구역은 현재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으로 경쟁입찰이 성립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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