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5단지 재건축현장을 가다
잠실5단지 재건축현장을 가다
녹물·콘크리트 낙석 위험… 서울시 무관심에 주민들만 고통
  • 김상규 전문기자
  • 승인 2019.08.05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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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건축심의통과 약속 안지켜 사업 지연
정복문 조합장, 14층 옥상 망루에서 농성 돌입

[하우징헤럴드=김상규 전문기자] 4천명이 넘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재건축사업(조합장 정복문)이 2년이 넘게 정지돼 있다. 6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합원들은 녹물과 콘크리트 낙석의 위험을 감내하고 있다.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지 10년이 되는 잠실5단지의 현주소다.

정 조합장은 “복도 천장에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져 난간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만약에 이 덩어리가 아래로 떨어졌다면 구조물의 파손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입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며 재건축의 시급함을 말했다.

▲60세 이상 고령 조합원, 전체 75% 차지

잠실5단지 조합원들의 75%가 60세 이상이고, 이 중 70세 이상이 1천400명이나 된다. 70세 이상 조합원들의 부부숫자로 치면 2천700여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조합의 한 임원은 “재건축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하루라도 살고 싶다는 분들이 최근 한분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이사하는 세대도 늘고 있다”며 “이렇게 원주민이 기다리다 못해 지쳐 팔고 쫓겨나가거나 입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바른 재건축사업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도 대부분 노령층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생존권을 외치고 있다. 조합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상우 자문단장은 “우리도 서울시민이고, 대한민국의 국민 아니냐. 그런데 왜 우리 잠실5단지 노인들이 삶의 기본적인 요건들도 갖추지 않은 주거환경에서 살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서 “조합원들과 함께 잠실5단지 재건축사업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주거환경 극히 열악, 생존권마저도 심각히 위협받아

잠실5단지는 1977년 준공된 43년의 노후 아파트다. 지난 2010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지 거의 10년이 돼가고 있다. 건물 곳곳은 심각하게 균열돼 있다. 어떤 곳에서는 커다란 구멍이 발견돼 긴급조치를 하기도 했다.

지상에 설치된 주차대장의 부족으로 저녁 10시 이후에는 단지 내 주차가 불가하여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있다. 수도 파이프가 노후화 돼 계속 터지고 있으며, 윗집과 아랫집사이에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녹물로 인해 피부과를 찾는 조합원들도 늘어가고 있다. 

정 조합장은 “우리 잠실5단지 조합원들도 서울시에 세금을 내고 있는 보호받아야 할 선량한 시민이다. 평생 피땀 흘려 집 한 채가 전부인 분들이 대부분이다”며 “그러나 이들은 은퇴 후에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세금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서울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 열악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 주민들도 녹물이 아닌 깨끗한 물을 마시고, 깨끗한 물로 샤워하고 싶다.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가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2017년 3월 국제설계공모하면 건축심의 통과시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서울시장이 건축심의와 관련해 조합과 약속한 지 2년3개월 지났고, 국제공모를 한 지 1년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조합의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6월 13일 서울시의회 회의실에서는 열린 시정 질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석주 시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정복문 조합장에게 써준 ‘동행’이라는 글씨를 보여주면서 “국제현상공모만 하면 바로 해 주겠다고 시장님이 약속하신 건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나요”라고 묻자 박 시장은 “저걸 써 드릴 때는 그때 사실 조합이 정상적으로 잘 됐으면 아마 허가가 나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 조합장님이 구속이 되셨잖아요? 그러는 바람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복문 조합장은 구속된 사실 없다. 정 조합장은 “내가 구속되지 않았으니 박 시장은 지금이라도 조속히 건축심의를 통과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국제설계공모 수용, 서울시장 건축심의 통과 약속 안 지켜

잠실5단지는 2013년 5월 3일 서울시에서 보낸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비계획을 수립해 서울시에 정비계획 심의를 신청했다. 서울시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2017년 3월 24일 조합장과 서울시장이 지역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면담의 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조합은 서울시장의 국제설계공모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합이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국제설계공모를 하면 인허가절차를 간소화해 바로 건축심의를 통과시켜주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조합은 이미 선정된 설계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업의 지연을 우려했다. 국제설계공모 비용보다 사업을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므로 서울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협의 내용을 보면 국제설계공모비용은 조합이 부담하고 공모절차는 서울시가 맡는다는 것이었다. 서울시에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공모지침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조합 설계업체와 조합관계자가 참관했다. 하지만 막상 업체를 뽑는 심사장에는 발주처인 조합관계자들을 심사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출입을 금지시킨 가운데 심사가 진행되었다. 

정 조합장은 “지난해 3월 30일 심사결과를 발표하게 되어 있었으나 그 결과도 조합에 알려주지 않았다”며 “접수 번호로 발표를 했는데 그것은 참여 업체들만 아는 번호였고, 서울시는 해당 업체들에게 선정과 관련해 서울시 외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거나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심사 결과 외국 업체들은 모두 탈락했고 1,2,3등을 모두 한국 업체가 차지했다. 당선작이 공개된 후 조합 내부는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국제설계공모는 많은 뒷얘기를 남기면서 마무리 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아직까지도 건축심의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 조합도 서울시의 약속이행 불이행을 이유로 국제설계공모와 관련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 외국 작가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참가수당도 포함돼 있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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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참 2019-08-05 13:37:42
아니 아파트가 부셔질때까지 왜 관리를 안해요?
관리비 받아서 조합 유지에만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