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방해죄로 서울시 고소… 사직2구역, 행정횡포에 뿔났다
재개발 방해죄로 서울시 고소… 사직2구역, 행정횡포에 뿔났다
조합·서울시 직권해제 갈등 법적분쟁 비화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09.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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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자 자금대여 중단압박·종교건축물 ‘알박기’ 의혹 등
서울시의 도시환경정비사업 방해… 조합원들 강력 반발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최근 구역 내 주택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를 재개발사업 방해죄로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조합은 △시공자의 자금대여 중단 강요 △선교사 건물 우수건축자산 지정 알박기 △조합변경 등기 신고 불수리 △기존 사업시행인가 취소 압박 등 네 가지를 방해 사유로 지적했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은 “지난 4월 25일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시의 사업 방해가 심각해졌다”며 “주민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비사업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직권해제 당시 소유권 변동은 조합원 자격 승계 안 된다”

조합은 서울시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은 지난 6월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과 감사, 대의원 등을 선출하며 집행부를 재구성해 사업 재추진을 준비했다. 하지만 관할구청이 조합변경 등기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구청은 2017년 정비구역 해제 이후 새로운 조합원이 된 이들에 대해 추가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서울시가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직후 국토교통부에 조합원 승계여부에 관해 질의회신을 요청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합측은 서울시가 직권해제 소송에서 패소를 염두에 두고 미리 국토교통부에 조합원 승계 여부에 대해 질의요청을 받아뒀다는 지적이다. 질의내용은 직권해제 후 정비구역이 해제된 상황에서 기존 조합원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 조합원 자격이 승계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토지 또는 건축물을 양수한 시점이 정비구역이 아니라면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기 곤란하기 때문에 승계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조합은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기존 정비구역 해제 및 조합설립인가 취소 등에 대한 행정처분이 모두 무효가 됐기 때문에 정비구역이 유지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조합원 지위 또한 포괄승계됐다고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구청이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들어 구역이 해제된 2017년 이후 소유권을 취득한 조합원들에 대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유권해석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 재질의를 요청한 상태”라며 “서울시가 고등법원 패소 약 2개월 만에 질의회신을 한 것을 보면 최종 패소를 대비해 유권해석을 받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市, 대법원 패소 후 시공자에 자금대여 중단 압박

조합은 또 서울시가 시공자를 압박해 조합에 지급하는 자금대여를 중단토록 하면서 사업 자체를 막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4월 25일 대법원 패소 이후 시공사인 롯데건설 임원을 시청으로 불러 대여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박했고, 이에 구역지정이 해제됐던 2017년 4월 이후에도 월 600만원씩 꼬박꼬박 입금됐던 사업 대여금이 오히려 구역지정 해제가 취소된 올 4월부터는 한 푼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장진철 사직2구역 조합장은 “롯데건설 관계자가 서울시로부터 유선 통보를 받은 뒤부터 대여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운영비를 자체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은 시공자 교체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사직2구역 조합은 롯데건설에 조합운영비 대여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자의 자금대여 없이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시공자 교체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사업 재추진을 위해 모든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막기 위해 우수건축자산 지정…‘알박기’행정 의혹 확산

서울시가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재추진을 막기 위해 ‘알박기’행정까지 펼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시가 구역 내 선교사 부지를 우수 건축자산으로 지정해 사직2구역의 사업추진을 가로막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게 조합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5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지 닷새 만에 구역 내 선교사 부지를 ‘서울시 우수 건축자산’에 등재해 보호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 5월 13일 시 소유인 ‘캠벨 선교사 주택’에 대해 서울시가 직접 우수건축자산 지정을 신청했고 자체 심의를 거쳐 시 지정 우수건축자산 3호로 등록했다. 또한 시가 소유한 행정자산인 만큼 역사문화 자산으로서 중요성을 고려해 현재 위치에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위한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가능하도록 도시정비법 개정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시는 신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 의결 절차가 필요한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사직2구역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선교사 부지는 이미 2014년에 구역 내 적합한 곳으로 이축하기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대법원 판결로 직권해제가 무산되자 사업추진을 방해하기 위해 곧바로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재해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일명 ‘알박기’를 통한 재개발 발목 잡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조합장은 “선교사 부지는 2014년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구역 남쪽에 이축하기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시가 대법원 판결 5일 만에 구역 내 캠벨 선교사자택을 우수건축자산에 등록해 보존하겠다는 것은 엄연한 행정횡포”라고 말했다.

한편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지난 2012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자로 롯데건설을 선정하는 등 원활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시가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해 정비구역 지정 후 여건 변화에 따라 해당 구역 및 주변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할 필요가 있을 때도 직권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일방적으로 사직2구역을 직권해제했다. 종로구도 상급기관인 서울시 처분을 받아들여 뒤이어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조합은 이에 반발해 서울시와 종로구를 상대로 ‘정비구역해제고시 무효’, ‘조합설립인가취소처분 취소’등에 관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시가 자의적으로 조례로 정한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이 직권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직권해제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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