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저지 법안 잇달아 발의
야당,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저지 법안 잇달아 발의
상한제 지역·시기 법제화… 정부의 주택시장 개입 원천봉쇄
  • 최진 기자
  • 승인 2019.10.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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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의원 “국민 재산권 침해… 국회서 논의를”
김현아 의원 “주정심 위촉직위원 과반으로 확충”
박성중 의원 “정부규제 차단이 주거안정의 핵심”

 

[하우징헤럴드=최진기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나서자, 이를 저지하려는 조직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정책 횡포를 법 개정을 통해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국회가 상위법인 주택법 등을 개정하면 사실상 정부 주도의 분양가상한제는 시행이 불가능해진다. 종전의 개별적·산발적 반대 의견 피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들의 반대 입법이 줄을 잇는 한편, 민간 조합들도 힘을 합쳐 분양가상한제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국회 차원에서 함께 논의해야

바른미래당 이혜훈 후보, 자유한국당 김현아, 박성중 의원이 9월 국회에 제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반대법안들. 이 개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면 10월로 예정된 정부 주도의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시행이 불가능해진다.
바른미래당 이혜훈 후보, 자유한국당 김현아, 박성중 의원이 9월 국회에 제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반대법안들.

이혜훈 의원(바른미래당·서울 서초갑)은 지난달 6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저지하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과 지역 등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상향해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은 주택 수급 상황과 투기 및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주택의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를 규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적용지역과 시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시행령)으로 유보하고 있다. 즉, 분양가상한제 시행의 당위성은 법으로 보장하는 한편 실시하는 때와 장소는 정부가 사실상 임의로 결정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과 시점은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가가 주택가격을 눌러 시장경제를 임의로 통제한다는 면에서 구체적 판단 기준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적용기준을 ‘관리처분계획인가’에서 ‘최초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 단지’로 결정하면서 소급입법과 재산권 침해 논란이 커졌다. 국토부 기준에 따르면 둔촌주공이나 개포1단지 등 이미 관리처분인가에 따라 이주와 철거가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단지들도 분양가상한제가 소급적용 된다.

이 의원은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을 국회 차원에서 논의·심사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면서 민간택지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기준시점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경우’로 완화했다.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사업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또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지역에서 △12개월간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지역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 등으로 구체화했다.

아울러 기존 ‘일반분양분 30가구 미만’이던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대상을 ‘200가구 미만’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재건축 단지들을 분양가상한제에서 제외해 정비사업 활성화와 재산권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현재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기준과 시점을 법률로 상향하는 동시에 과도한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며 “향후 해당 사안을 국회 차원에서 법안 심사과정을 통해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정심 공정성·전문성 강화로 주거정책 내실화

정부의 주거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의 위촉직 위원 수를 늘리고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입법도 추진된다.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비례대표)은 지난달 11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지역과 시점을 결정하는 주정심에 민간 전문인으로 구성된 위촉직 위원을 과반수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지정·해제를 비롯해 최저 주거기준의 설정, 주거종합계획의 수립·변경, 택지개발지구의 지정·변경 또는 해제 등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주거정책을 국토부 장관이 주관하는 주정심에서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정심 위원회가 정부 관료나 공기업 사장 등 당연직 위원의 비율이 과반을 차지해, 전문적인 국가정책 심의기구라기보다 무비판적으로 정부 정책을 찬성하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의원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2017년 이후 14건 심의 중 단 한 건을 제외하고 서면 회의로 대체됐고 심의 결과도 전부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며 “논의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아 심의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현재 ‘25명 이내’로 규정된 주정심 위원 수를 ‘30명 이내’로 늘리고, 위촉직 위원이 전체 위원의 과반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담겼다. 또 서면심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긴급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그리고 주정심 심의 결과를 공개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이어 위촉직 위원의 자격 기준을 기존 ‘주거정책에 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에서 △주거정책을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으로 재직했거나 공공부문 및 관련 단체에 재직했던 사람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이거나 이에 상당하는 직위에 있었던 사람으로 구체화했다.

김 의원은 “주정심의 심의를 내실화해 주거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위촉직 위원자격 기준을 강화해 위원회의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한다”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과도한 정부발 규제 차단해 주택시장 안정화 도모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법안도 나온다. 박성중 의원(자유한국당·서울 서초을)은 지난달 18일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민간택지를 포함하는 내용을 완전히 삭제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주택법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공공택지와 더불어 ‘공공택지 외의 지역에서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있을 때’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가능하게 된 법적 근거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두 가지로 제한했다. 하나는 기존처럼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택지 외의 택지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및 주택도시기금에 따른 공공자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주택’이다. 공공자금이 투입되지 않는 민간택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했던 ‘주택법’ 58조(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지정 및 해제)는 삭제했다. 개정안대로라면 주정심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결정’과 ‘해제 심의’를 담당했던 역할이 사라진다.

박 의원은 “민간의 영역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주택의 공급물량이 축소돼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억제하고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주택법 분양가상한제 저지 법안 발의와 더불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반발 읍소가 계속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라는 비판적인 청원부터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정책인지를 묻는 청원까지 다양한 안건이 청원으로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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