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과 건설사 담합(?)… 재개발·재건축에 번져가는 현설보증금
조합과 건설사 담합(?)… 재개발·재건축에 번져가는 현설보증금
현장설명회 참여지참금 요구… 관행으로 굳어지나?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10.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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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25억·갈현1구역 5억·동선2구역 15억원
소규모사업장까지 확산… 일반경쟁입찰 취지 무색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입찰 공고 후 약 1주일 만에 열리는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의 일부를 요구하는 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건설사 간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는 대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소규모 현장에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설보증금이 조합과 건설사 간 사전담합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해 경쟁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수십억원 내라… 일반화 되고 있는 현설보증금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장설명회 참석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하도록 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전국 곳곳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일반화 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내야하는 입찰보증금이 수십억원에 달하며 금액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오는 10월 11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마감을 앞두고 있는 은평구 갈현1구역 재건축조합의 경우 이사회에서 최초 입찰조건으로 입찰보증금은 1천300억원(현금 700억원, 이행보증증권 600억원)으로 이 중 50억원은 현장설명회 참가 시 납부토록 하면서 과도한 입찰보증금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공공지원자인 은평구청은 입찰보증금 관련 기준이 없어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갈현1구역 조합에게 시공자 선정 계획안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달 26일 최종 입찰공고에서 입찰보증금 1000억원, 현설보증금 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현장설명회 참가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총 1천300억 중 25억원을 납부토록 했다. 지난 2일 개최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SK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5개사가 참여했다.

문제는 현장설명회 참가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일부를 납부토록 하는 사례가 사업규모, 지역에 관계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 입찰보증금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을 현설보증금으로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입찰을 공고한 신축 326가구 규모의 서울 성북구 동선제2구역 재개발사업은 입찰보증금 30억원 중 15억원을, 상가 61세대를 신축하는 개포시영아파트 중심상가 재건축사업은 지난달 29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서 입찰보증금 총 25억원 중 15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납부토록 했다.

서초구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조합은 최초 입찰공고 당시 입찰보증금 총 50억원 중 10억원을 현장설명회에 납부토록 했고, 2차 입찰에는 입찰보증금 25억원 중 현설보증금을 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방에서도 현설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축 223가구 규모의 광주 용봉동 17-2일원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입찰보증금 총 10억원 중 5억원을 현장설명회까지 납부토록 했으며, 울산 중구B-05구역 재개발조합은 입찰보증금 총 30억원 중 5억원을 현설보증금으로 납부토록 했다. 대구 대봉1-2지구 재건축조합의 현설보증금은 입찰보증금 총 50억원 중 3억원이다.

▲업계 “현설보증금은 경쟁입찰 도입 취지 어긋나, 개선해야”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를 통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해 입찰여부를 검토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업조건도 모른 채 현장설명회에 수억원의 보증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입찰공고 후 현장설명회까지 단 1주일이란 기간 안에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내라고 하면서 조합과 특정 건설사 간 짜고 치기 입찰이라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해당 조합들은 하나같이 건설사의 수주 진정성을 확인하고, 유찰 여부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이른바 간을 보기 위해 정작 입찰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에 다수 참여하고, 실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찰에 따른 사업지연 사례가 많다”며 “참여 의지와 자금 동원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현설보증금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건설사의 참여를 제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한 유찰로 인한 사업지연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에 대해서도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 유찰로 인한 사업지연을 줄이고자 수의계약 요건을 기존 3회 유찰에서 2회 유찰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한경쟁입찰이 없어지고 일반경쟁입찰이 의무화됐지만, 조합이 거액의 현설보증금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제한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사업성을 검토하는 자리인 현설이 열리기도 전에 돈부터 내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 조합과 건설사간 담합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핵심 현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현장에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현설보증금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시행으로 일반경쟁입찰이 의무화 되자 현설보증금 등의 편법입찰 부작용이 확산되고 있어 일반화되기 전에 시급히 제도를 개선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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