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가 선정한 설계자도 재개발·재건축조합에 포괄승계 불가능?
추진위가 선정한 설계자도 재개발·재건축조합에 포괄승계 불가능?
법제처 정비업체 승계불가 해석 파장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9.11.0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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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도정법 개정 맥락 따져봐도 승계 맞다”
추진위 단계서 설계자 역할 중요… 선정 빨라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최근 법제처의 추진위 당시 선정한 정비업체 승계 불가 해석에 대한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법제처의 해석대로라면 정비업체 뿐만 아니라 추진위에서 선정한 대표적인 협력업체인 설계자도 승계 불가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법제처가 국토부의 올해 업무계획에 명시한 ‘비리 방지’ 문구에 매몰돼 도정법의 취지를 무시한 해석을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0년 과거 업무의 연속성 확보라는 취지에서 설계자 선정을 추진위의 업무범위에 포함시킨 도정법 개정이 이뤄진 만큼 사업 전반에 필요한 업체인 정비업체와 설계자의 조합 승계는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제처 해석 여파…정비업체 뿐만 아니라 설계자도 승계 불가?

최근 법제처 유권해석의 핵심은 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한 정비업체의 업무범위에는 조합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업무가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제처의 논리대로라면 정비업체 뿐만 아니라 추진위에서 선정한 설계자 역시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먼저 정비업체 승계 불가에 대한 근거로 법제처는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해 수행하게 할 수 있는 업무로서 추진위원회의 업무만을 규정하고 있고, 추진위의 업무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나 계약, 용역업체의 선정 등은 조합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역시 지난 2013년 추진위에서 선정한 설계자의 업무범위에 대해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설계자의 업무범위는 운영규정 별표 제5조 제1항 제3호 및 제4호에 따라 추진위원회가 수행하는 업무 중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 및 조합의 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업무 등의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질의회신한 바 있다.

법제처가 추진위와 조합이 정비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선 각각 다른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한 근거 역시 설계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법제처는 “도정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제15조 제1항에 따라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려면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도정법 제45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추진위원회와 조합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할 때 각각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했다. 

도정법 제45조 제1항은 총회 의결에 관한 사항에 대한 규정으로 정비업체뿐만 아니라 제5호에 시공자·설계자 또는 감정평가업자의 선정 및 변경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 “도정법 개정 맥락 따져봐도 승계 허용해야”

전문가들은 법제처가 과거 도정법 개정 취지를 무시한 채 ‘비리 방지’라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무리한 해석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업연속성 보장 차원에서 추진위 업무에 정비업체 및 설계자를 포함시키는 도정법 개정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초기 도정법에서는 개략적인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는 ‘건축사사무소’와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실시설계를 하는 ‘설계자’를 구분해 건축사사무소는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하고, 설계자는 조합 단계에서 선정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특별하게 이를 구분할 이유가 없고, 사업계획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하나의 업체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 도정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구분을 없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설계자의 경우 지난 2010년 4월 15일 도정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운영규정상 개략적 사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건축사 선정만을 허용했고 설계자 선정은 조합총회의 고유 의결사항으로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정비사업의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해 2010년 4월 15일 개정된 개정법에서는 제14조를 개정하며 ‘설계자 선정’내용을 추진위원회 업무에 새로 포함시켰다.

당시 국토해양위원회 법률안 검토보고서에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도 설계업자의 역할이 필요하여 추진위원회와 조합 간의 설계관련 업무연계를 위해 선정 시기를 조기화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추진위원회의 업무규정에 설계자의 구체적 업무내용을 규정하는 것도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므로, ‘조합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및 사업시행계획서 작성’을 삭제하고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으로 수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법제처의 해석논리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뿐만 아니라 ‘설계자’의 경우에도 유사하게 주장될 수 있다”며 “과거 도정법 개정을 통해 ‘설계자의 선정 및 변경’을 추진위원회의 업무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해 그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설계자의 경우에는 더욱 추진위원회에서 설계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조합설립 이후의 설계업무까지 포함해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이러한 설계용역계약은 도정법 제34조 제3항에 따라 조합에 포괄승계 된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민석 법무법인 산하 대표변호사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국토부의 2019년 업무계획을 토대로 추진위 임원과 정비업체 및 시공자간 유착관계 등 비리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사실상 핵심적인 이유”이라며 “법령에서 예외를 두지 않는 이상 규정은 일관되게 적용돼야 하고 임의로 승계가 제한되는 예외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법문의 해석상 설계자뿐만 아니라 정비업체 역시 추후 조합으로 승계가 가능하다고 사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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