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물량 축소·로또분양·풍선효과… 분양가상한제 무용론 ‘3각 파고’
주택물량 축소·로또분양·풍선효과… 분양가상한제 무용론 ‘3각 파고’
국토부 서울 27개동 분양가상한제 강행 파장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9.11.14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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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반짝하락 후 재상승”… 상한제 실효성 논란
경기침체 따른 부양 필요성에 광범위 적용 불가능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지난 6일 국토교통부의 서울 27개동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지정 이후 서울 집값 상승 전망이 더욱 뒷심을 받고 있다. 이번 국토부 조치로 서울 핵심지역의 주택 공급이 줄고, 풍선효과 등 각종 시장 반응이 얽히면서 또 다시 ‘주택가격 상승’이란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정한 27개동 현장은 사실상 정부가 집값 상승 지역이라고 인증한 것”이라는 역발상 분석이 세간에 퍼지며 정부 정책 무용론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반짝 하락 후 재상승”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주택가격을 단기 하락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떨어져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시장의 각종 반응들이 나오면서 서울 핵심지역의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예견되는 시장의 대표적인 반응 중 하나는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의 일반분양 물량 축소다. 분양가상한제 시행의 작동원리가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묶어 주택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니, 아예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는 일반분양 아파트 숫자를 확 줄여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이다.

대신 조합원이 분양받는 아파트 세대 면적을 늘려 중대형 단지로 만듦으로써 확보한 용적률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신축 아파트 개발의 효과를 조합원에게 집중시켜 조합원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조합의 이 같은 자구책 추진은 결국 시장에 공급 물량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다른 매커니즘은 서울 지역 청약시장 과열에 따른 반사 효과로 인근 구축 아파트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분양 탈락자들이 아예 해당 지역의 구축 아파트를 구매해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심리적으로 한 개인이 오랜 시간 분양 지역에 관심을 갖다 보면 어느덧 해당 지역에 대한 준전문가가 돼, 거주 욕구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입지적 장점이나 지역 호재까지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분양에 탈락했음에도 불구, 아파트 매입에 나선다는 것이다. 

아울러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제외된 주요 핵심지역의 분양가가 높아져 이 영향이 분양가상한제 지역의 구축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전파될 것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이번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제외된 경기도 과천, 분당, 광명 등의 신규 분양가가 들썩이면, 이 가격이 다시 서울 중심지 쪽으로 이어져 서울 전체의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정부, 분양가상한제 대거 지정 못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선택지가 점점 좁아진다는 점에서도 주택가격 상승세를 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부양 필요성, 서울 지역 내 공급 물량 유지를 위해서도 분양가상한제의 대폭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지정에서 서울 8개구 관내 27개동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소폭 지정에 머문 이유도 정부가 줄어드는 선택지를 감안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서울 강남권에 견줄 수 있는 과천, 분당 등 경기도의 핵심 주거지역을 제외한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을 감안한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토부의 향후 정책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다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한꺼번에 모든 곳을 분양가상한제로 묶는 게 아니라 시범타 격으로 27개동만 지정한 후 시장 반응을 보고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면적인 분양가상한제 확대 지정보다는 시간을 두고 선별적으로 지정하는 점진적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재건축사업의 초기 단계인 현대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압구정동과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있는 방이동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된 것도 이 같은 취지라는 분석이다. 미리 분양가상한제로 압박함으로써 사업추진 속도까지 컨트롤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정부정책의 역설... 부동산 투자지역 콕 찝어줘

이번 분양가상한제 지역 지정의 역설은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자들의 강남권 선호를 더욱 견고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에서 투기지역 지정을 통해 집값 상승 지역을 공식적으로 인증한 뒤 이번에 또 다시 재확인시켜줬다. 당시 8.2대책에서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11개구로 이번에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8개구와 일치한다. 8.2대책 당시 투기지역 중 이번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3개구는 양천, 강서, 노원구 뿐이다. 

이에 따라 ‘강남4구와 한강변에 맞붙은 자치구 지역’은 투자자들의 뇌리에 ‘투자 1순위’지역으로 자리잡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양가상한제 지정의 실질적 효과는 강남4구와 마용성 등 한강변에 접한 자치구 지역은 정부가 공인한 투자처 1순위라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집값을 잡겠다고 특정 지역을 규제하는데, 그게 오히려 해당 지역에 투자수요를 더욱 불러들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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