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정비사업, 브로커·영세업자 먹잇감 전락 ‘비상’
소규모 정비사업, 브로커·영세업자 먹잇감 전락 ‘비상’
주민들 혼란만 가중… 긴급 실태점검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9.11.22 1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성 부족한 업자들이 사업성 분석… 주민 피해
추진위 제도 없어 지자체들의 관리감독도 어려워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사업성 분석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깜깜이 추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선량한 주민들의 피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에 전문성이 부족한 소위 빌라업자 및 영세 시행업자들이 들어와 사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유형은 이들 업자들이 사업 초기에 함량 미달의 사업성분석 및 주민설명회를 진행한 채 주민들로부터 동의서를 걷어 무작정 사업에 나서는 경우다. 이후 조합설립이 이뤄지고 제대로 된 사업성분석이 나오면 초기 사업성분석 내용과 편차가 커 주민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브로커들 대거 진입… 사업성 부풀려 동의서 징구 개시

한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소규모 정비사업 현장은 1~2명의 영세업자 또는 부동산 브로커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초기 단계에 사업지에 들어가 사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경쟁입찰제도도 없다보니 소정의 검증절차도 없이 들어온 업체가 주민들로부터 동의서를 징구해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다. 

이때 사업성을 부풀려 큰 이익이 되는 것처럼 주민들을 속여 동의서를 걷고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후 시공자가 들어오게 되면 이 업자는 시공사에게 그동안의 사업추진비용 정산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고 넘긴 뒤 사라지는 형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현행 소규모 정비사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행위들이 가능한 구조다. 사업규모가 작다보니 사업추진 여부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언론의 관심도 닿지 않아 주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취득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사업 주도권은 주민이 아닌 실질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영세업자들에게 놓일 수밖에 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적용받는 일반 재건축사업에 비해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 주민들이 되레 제도적 보호 대상 범위에서 제외돼 있는 것이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 범위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절차를 단축시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현행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의 도입 취지에 따라 추진위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추진위 제도가 없다보니 사업 초기 부풀려진 사업성을 바탕으로 동의서 징구가 이뤄져도 지자체에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현행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조합설립 제도만 있을 뿐 추진위원회 제도가 없다. 그만큼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라는 취지에서 ‘도정법’에서 운용 중인 추진위원회 제도를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는 제외한 상태다. 

▲영세업자들의 놀이터… 정비업체들 “사업수지 안 맞아 소규모 정비사업에 못 들어간다”

무엇보다 시장논리에 의해 소규모 정비사업은 앞으로도 영세업자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도정법’에 따라 등록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라는 전문가 그룹이 있지만 이들 업체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들은 적절한 용역비가 뒷받침 되지 않아 사업에 들어갈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사실상 인허가 업무 측면에서 볼 때 일반 재건축·재개발사업과 동일한 정도의 업무량이 소요되는데, 규모가 작다보니 용역비 지급 능력도 적어 정비업체들이 발 벗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인된 업체들은 소규모 정비사업을 꺼리고, 그 자리를 영세업자들이 들어와 사업을 망치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H와 SH 및 각 지자체의 도시공사 등 공기업들이 일부 현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지만 소수 현장에 그쳐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상적인 업체들이 들어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적정한 용역비 등 유인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사업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해법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20호 미만, 소규모 재건축사업의 경우 200세대 미만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상태로는 사업성이 없고, 이보다 규모를 늘리면 일반 재건축사업과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제도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