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제 시한폭탄’ D-4개월… ‘재개발 조합설립·기한연장’ 총력
‘일몰제 시한폭탄’ D-4개월… ‘재개발 조합설립·기한연장’ 총력
내년 3월 2일 유예 끝나는 일몰제
추진위들…탈출구 찾기 ‘전전긍긍’
  • 최진 기자
  • 승인 2019.12.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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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8구역 등 조합설립 위한 동의율 75% 확보 안간힘
서울시 일방적인 해석·결정에 조합들 불안감만 가중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내년 3월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들 사이에서 구역해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구역은 조합설립을 서두르고 있지만, 나머지 구역에서는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일몰기한 연장 여부가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서울시 재량에 달려있어, 기한 연장을 준비하는 정비구역들은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상황이다.

▲일몰기한 4개월… 추진위 최고 과제는 ‘조합설립인가’ 신청

정비구역 일몰제는 일정기간 사업에 진척이 없는 정비구역을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 해제하는 제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조 제1항에는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구역 지정일로부터 2년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가 2년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해당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몰제는 지난 2012년 2월 1일부터 정비사업 현장에 적용돼왔다. 하지만 법 시행일 이전 추진위가 구성된 현장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일몰제 적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3월 2일 도정법 부칙이 개정되면서 이들도 일몰제 사정권에 포함됐다. 개정 부칙은 4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는데, 그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내년 3월 2일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내년 일몰제 대상이 되는 서울시내 사업지는 재건축 23곳, 재개발 14곳, 시장정비 1곳 등 총 38곳에 달한다. 이에 서울시는 대량의 정비구역 해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일몰기한이 도래한 정비구역의 해당 자치구에 ‘일몰기한 연장’ 절차를 이행하도록 3차례 공문을 보냈다.

도정법 제20조 제6항에 따르면 정비구역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동의할 경우 정비구역 일몰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지정권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시·도지사가 해당 정비구역의 일몰기한 연장을 허용한다면 2년간 일몰기한을 유예할 수 있다.

일부 재개발·재건축 추진위들은 조합설립인가를 득하거나 해당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서 일몰제 사정권을 벗어났다. 봉천1-1구역, 길음5구역, 장위3구역 등은 조합설립인가를 득했고, 신림1구역 등은 창립총회 이후 관악구청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전농8구역 등은 조합설립총회를 열기 위한 동의율 75%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 “정상적인 사업장은 일몰기한 연장”

문제는 주민 간 분쟁이나 상가단지 협상 등으로 좀처럼 사업 속도를 올리지 못하는 구역이다. 이러한 구역은 ‘일몰기한 연장’이라는 차선책을 선택해야 하지만, 일몰기한 연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기한 연장을 추진하려는 추진위와 조합의 불만이 속출해왔다.

실제로 지난 6월 처음으로 일몰제가 적용돼 재개발사업이 무산된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구역은 도정법에 따라 지난 2016년 6월 전체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의 동의(32%)를 얻어 은평구청에 일몰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시는 일몰기한을 연장해도 조합설립 동의율인 75%를 미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사업추진 가능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도정법에서 명시한 ‘토지등소유자 동의율 30%’는 단지 기한 연장의 신청 조건일 뿐, 실제로 기한 연장을 결정하는 것은 조합설립 동의율인 75%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마디로 조합설립과 일몰기한 연장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증산4구역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일몰기한 연장 여부는 서울시의 재량권”이라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기까지 했다. 추진위들이 서울시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일몰기한 연장신청이 불안한 이유다.

반면, 서울시는 정상적으로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다면 기한 연장 요청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일몰제는 사업 지연으로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정비구역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며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법에 따라 일몰기한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몰 대상 추진위들 “일몰기한 연장은 서울시 마음대로 해석·결정”

문제는 서울시가 말한 ‘정상적인 사업진행’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정상적인 사업진행 여부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라며 “일몰제는 도정법과 부칙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 마음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추진위 관계자는 “명확한 판단을 내려줘야 할 사법부가 일몰기한 연장을 ‘서울시의 재량권’이라고 판단한 이상, 사업의 정상·비정상 여부는 사실상 서울시 마음대로 해석해버리면 그만”이라며 “무더기 일몰제 적용을 앞두고 꺼내든 기한 연장 카드가 단순히 책임 회피 수단으로 끝날지는 내년 3월이 돼 봐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추진위 관계자는 “증산4구역의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조합설립 동의율이 77%까지 올랐지만, 결국 일몰제 구역해제 1호 사업장이 됐다”라며 “시와 구청의 명백한 오판이 앞으로 어떤 구역에 어떤 식으로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업장’은 듣기 좋은 명분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부터 최근 분양가상한제까지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규제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진위가 주민을 설득하며 일몰제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새로운 정비예정구역 지정이 없는 상황에서 일몰제로 인한 구역해제만 반복된다면 주택공급 악화에 따른 집값 상승은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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