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브랜드 갈등… 재개발·재건축조합들 시공자 교체 줄잇는다
공사비·브랜드 갈등… 재개발·재건축조합들 시공자 교체 줄잇는다
수주 가뭄에 몸값 높아진 조합들
  • 최진 기자
  • 승인 2019.12.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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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5차·반포주공1단지, 시공자 교체카드 꺼내
홍은13구역도 마감재 등 갈등으로 라인건설 취소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하반기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 시공자 교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조합들은 건설사가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하며 임시총회를 통해 시공자 교체카드를 속속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신규 사업장 가뭄으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현장의 가치가 상승하는 중이라, 업계에서는 시공자 교체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착공 직전 시공자 교체, 오랜 갈등 터졌나

조합들이 시공자 교체를 결정한 이유는 공사비 증액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착공을 앞둔 시공자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자, 사업성에 자신감이 생긴 조합이 불합리한 증액을 거절하며 교체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5일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대우건설의 시공자 지위를 취소했다. 철거와 이주를 끝내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놓고 대우건설과 선분양과 후분양을 저울질하던 곳이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로 결별했다. 

대우건설은 설계가 변경되면서 지하뿐 아니라 지상면적까지 도합 9천평 가량의 연면적이 늘어 500억원의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조합은 시공자 입찰 당시 무상특화설계 항목일 뿐이라며 200억원 증액을 고수했다. 1년여 가까이 표류하던 사업은 결국 이번 총회로 결판이 났다.

대한민국 최대 재건축 사업장으로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도 시공자 교체 한파가 몰아치는 중이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지난달 28일 대의원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자 선정을 취소했다. 이어 조합은 시공자 재선정 입찰공고를 내는 한편, 오는 23일 총회를 통해 시공자 지위 취소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또 같은 단지 1·2·4주구 역시 지난 8월 관리처분 무효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일부에서 현대건설 시공자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중견사 교체한 자리에 대형건설사 등장

서울권 진입을 노리던 중견건설사들도 시공자 교체 한파를 겪고 있다. 사업규모가 작아 대형건설사들이 외면한 소규모 현장에 자리를 잡은 중견건설사들이었지만,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수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더 좋은 조건을 기대하는 조합으로부터 교체를 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일 서대문구 홍은13구역은 시공자 재공고를 내고 새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이곳은 지난 2017년 라인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의 첫 삽이 예정됐던 곳이었다. 라인건설은 홍은13구역을 통해 서울권 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분양을 목전에 두고 지난 10월 임시총회에서 시공자 교체라는 철퇴를 맞았다. 

조합이 교체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아파트 브랜드와 마감재 문제 등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이어져왔는데, 결국 총회 시즌을 맞아 갈라서게 됐다. 라인건설이 교체된 자리를 메꾸겠다며 지난 10월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는 이례적으로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 등 대형건설사들이었다. 

조합원 분양률 99%를 기록하며 순항하던 은평구 신사1구역도 시공자였던 삼호를 교체하고 새 시공자 찾기에 나섰다. 이 역시 공사비 증액 문제였다. 삼호는 2016년 시공자 선정 당시 공사비 3.3㎡ 당 424만원을 제시했지만, 착공 전 470만원까지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조합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도 450만원이 적정 공사비라고 주장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조합은 지난 10월 3.3㎡ 당 공사비 450만원을 명시한 시공자 입찰 재공고를 냈고 이후 현설에는 SK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참석해 수주의지를 내비쳤다. 

추정 공사비 1천억원의 성북구 보문5구역도 지난달 14일 호반건설에서 HDC현대산업개발로 시공자를 교체했다. 

2016년부터 호반건설과 동행해왔지만, 조합 운영비나 협력사 수행비용 등의 사업자금 대여가 수차례 지연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지난 8월 임시총회에서는 95%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호반건설 시공자 선정 취소의 건’이 가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조합들이 미분양을 우려하면서 시공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최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사업성이 부각되자 시공자 교체를 결정하는 현장들이 늘고 있다”며 “정부 규제가 심화되고 매물이 줄어들면서 시공자를 교체하는 현장이 더욱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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