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시 무리한 구역해제 제동… 재개발 ‘불씨’ 다시 살릴까
법원, 서울시 무리한 구역해제 제동… 재개발 ‘불씨’ 다시 살릴까
서울행정법원, 장위15구역 직권해제취소 판결 파장
  • 김상규 전문기자
  • 승인 2020.01.02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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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위법한 공시송달로 구역지정 해제는 부당” 판결
수취인 불명자에 전화·일반우편 등 주민의견서 송달 노력안해 

 

[하우징헤럴드=김상규 전문기자] 서울시에 의해 직권해제 된 재개발구역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불씨가 타올랐다.

지난 12월 6일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장위15구역 토지등소유자 232명에 대해 위법한 공시송달로 인해 정비구역지정이 해제됐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장위15구역 정비구역지정 해제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멈춰버린 장위15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인근 뿐 아니라 타 지역의 해제구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구역해제 요청→주민의견조사→구역지정해제

장위15구역은 주민들의 갈등으로 일부 토지등소유자들이 총602매의 해제동의서를 첨부해 2016년 11월 28일 성북구청장에게 정비구역의 해제를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성북구청장은 정비구역의 해제여부를 위한 주민의견조사 실시를 위해 2017년 8월 4일 토지등소유자를 1천601명으로 확정해 이를 공고하고, 2017년 9월 9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후 토지등소유자 1천601명에게 투표용지(주민의견서)가 포함된 주민의견조사 안내서를 송부했다. 그리고 그 중 행방불명자 19명을 포함해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251명에 대하여는 2017년 9월 28일 공시송달을 시행했다. 

성북구청장은 우편조사, 방문제출, 현장투표의 방법으로 2017년 8월 14일부터 10월 12일까지 장위15구역 재개발사업의 찬성여부에 관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했다. 2017년 10월 19일 주민의견조사에 대한 개표를 실시해 총 참여자 799명 중 의견서에 지장날인이 누락된 경우 등 57표를 무효로 분류하고, 찬성자를 662명으로, 반대자를 80명으로 집계하고 사업찬성률이 약 41.85%에 해당하므로 정비구역 직권해제 절차를 이행하게 된다는 취지의 주민의견조사 결과를 공고했다. 

▲소유자들, 구역지정 해제의 위법성 주장하며 소송 제기

토지등소유자 지종원씨 등은 구역해제가 위법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에게 주민의견조사 안내서를 송부하면서 그중 251명에 대해 공시송달을 했는데, 251명 중 행방불명자 19명을 제외한 나머지 232명에 대하여는 단순히 등기부등본 등에 기재된 주소로 안내서를 발송했다가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자 바로 공시송달을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는 송달 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또는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 공시송달을 하도록 한 행정절차법(제14조 제4항7)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공시송달 위법해 행정처분 무효… 직권해제 취소”

지종원씨 등 원고들이 주장한 △서울시 정비조례 제4조의3 제3항 제4호의 위반 △토지등소유자 3분의 1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위반 △사업찬성률 산정 위반 등에 대해 재판부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토지등소유자 232명에 대해 공시송달을 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관해 깊이 들여다봤다. 

재판부는 “서울시 정비조례 제4조의3 제3항 제4호가 규정하는 주민의견조사의 목적 및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성북구청장이 장위15정비구역의 토지등소유자 232명에 대해 주민의견조사 안내서를 공시송달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성북구청장이 232명의 토지등소유자에게 주민의견조사 안내서를 공시송달한 것이 위법한 이상 주민의견조사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시되었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민의견조사 결과에 기초해 행하여진 이 사건 정비구역 지정해제처분은 그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비구역 지정해제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정비사업의 시행이 해당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의 권리·의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토지등소유자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찬성여부가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 및 그에 따른 목적 달성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정비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사업찬성 여부에 관한 주민의견조사가 실시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할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렇듯 사안이 중대함에도 성북구청장이 주민의견조사의 실시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기 위해 적절한 방법을 통해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 이유는 △성북구청장이 송달한 주소지가 해당 토지등소유자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등기부등본에 등재된 소유자의 주소지와 동일한 경우가 상당수이고 △이 경우는 해당토지등소유자가 등기우편의 송달장소에 실제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고 △폐문부재로 등기우편이 반송된 경우에는 등기우편을 재발송하거나, 일반우편으로 안내서를 발송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경우 송달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성북구청장은 토지등소유자 상당수의 전화번호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추진위원회를 통해 추가적으로 전화번호를 확보하는 것도 가능했다”며 “수취인 불명으로 등기우편이 반송된 토지등소유자의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거나, 주민의견조사의 실시 사실을 유선으로 통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 또한 전혀 취하지 않은 채 등기우편이 반송된 토지등소유자에 대해 일괄적으로 공시송달을 시행한 것으로 성북구청장이 토지등소유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민의견조사의 실시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기 위하여 적절한 방법을 통해 노력을 다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시송달
공시송달은 행정절차법 제14조(송달) 제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으로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 등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송달받을 자가 알기 쉽도록 관보, 공보, 게시 판, 일간신문 중 하나 이상에 공고하고 인터넷에도 공고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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