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업체 ‘관리처분수립’ 업무에 ‘변경’도 포함되나
정비업체 ‘관리처분수립’ 업무에 ‘변경’도 포함되나
  •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0.01.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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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홍봉주 변호사] 구 도정법 제85조 제9호는 69조 제1항에 따른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이 법에 따른 정비사업을 위탁받은 자를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69조 제1항은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해 일정한 사항을 위탁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갖춰 관할관청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6호는 그 사항 중 하나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관한 업무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구 도정법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과 변경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어 같은 법 제69조 제1항 제6호에 규정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관리처분계획의 변경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게 되면, 경미한 변경에 불과한 업무를 위탁받은 경우에도 처벌을 받게 되어 그 처벌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구 도정법 제69조 제1항 제6호에 규정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관리처분계획의 변경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명확성 및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과연 이러한 해석이 타당할까.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이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하지만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구 도정법이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또는 변경을 위해 조합총회의 의결 및 행정청의 인가절차 등을 요구하는 취지는,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또는 변경이 조합원, 현금청산대상자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 등 권리귀속 및 비용부담에 관한 사항을 확정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그로 인해 자신의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는 조합원 등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필요성이 크지 아니하기 때문에 행정청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도정법은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정비사업에 관한 법률·행정·설계·시공·감리 등의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비사업전문관리업제도를 도입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조합의 수임자로서 조합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사업 전반에 자문하고 위탁받은 사항을 처리하지만, 정비사업의 공공성에 비추어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범위 내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공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와는 달리 당초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해석해 왔다. 또 도정법 부칙 중에는 계획의 수립에 최초의 수립과 변경수립이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한 규정도 있다.

구 도정법은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그 시행령에서는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 경우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어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해지거나 처벌범위가 불합리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 등의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리처분계획을 최초로 수립하는 경우에는 전문성과 공공성을 갖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만 위탁을 할 수 있지만, 그 후 경미한 사항이 아닌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무자격자의 관여가 허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한다.

결국 위와 같은 도정법령의 규정체계, 취지와 목적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구 도정법 제69조 제1항 제6호에서 정한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는 경미한 사항이 아닌 관리처분계획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러한 해석이 죄형법정주의 내지 형벌법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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