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反시장 정책이 집값↑ 원인… 정비사업서 해법 찾아야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反시장 정책이 집값↑ 원인… 정비사업서 해법 찾아야
3기 신도시로 주택공급 늘리려는 정부정책은 오판
서울에 빈집 9만5천가구… 숫자에 몰두해선 안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2.0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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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급률 100% 넘어선다고 집값 안정 되지 않아
도심 재개발·재건축 통한 고품질 주택공급이 우선

 

[하우징헤럴드=이종규 편집국장, 김병조 기자]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이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수준의 고품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수도권 지역의 주요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활성화해 이 같은 주택 수요를 흡수함으로써 가격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3기 신도시 개발을 통해 서울 인근 지역에 주택공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강남발 주택가격 상승 불길은 잡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주택은 공급 숫자뿐만 아니라 퀄리티까지 충족돼야 수요자들이 움직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 정부 정책처럼 단순히 주택보급율 숫자를 채우기 위해 서울 외곽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해 주택을 공급한들, 서울 중심지역의 주택 가격에 대한 수요의 불길은 여전할 것이라는 얘기다.

▲소득불균형에 따른 부동산자산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가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천349달러로 전년 2만9천745달러보다 5.4% 올랐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1인당 GNI는 2006년 2만달러를 처음 돌파하고 12년 만에 3만달러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전반적 소득은 올랐으나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간 소득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임금소득의 양극화 보다 자산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금융자산 보다 부동산 자산의 양극화는 더욱 심하고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부동산 자산의 5분위 배율, 즉 상위 20%의 부동산 자산은 하위 20%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64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배경도 양극화 때문이겠네요

=주택가격의 상승은, 공공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산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N포세대란 신조어가 생겨나더니, 자산의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것을 빗댄, ‘흙수저란 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의 심화는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부동산가격을 잡고, 양극화라는 사회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현 정부가 들어오고부터 지난 12·16대책까지 2년6개월 동안 총 18번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이 발표·시행된 배경은 우리 국민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상승은 멈출 줄 모르고, 급기야 대통령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빈집 증가를 근거로 집이 남아돈다며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시장 불안은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정책 입안자들은 주택가격 상승의 주 원인을 투기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시장 가격이 결정되는 기본 원리는 수요와 공급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집니다. 투기는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어야 탄생하는 종속변수이지 수요가 전혀 없는데서 발생되는 독립변수가 아닙니다.

주택은 ‘소요(needs)’라 표현되는 공공재로서의 성격과 수요(demands)로 표현되는 상품의 특성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중의 하나로서의 주택은 소요로서의 주택입니다. 다시 말해 1가구 1주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2017년 말 96.3%였습니다. 아직도 가구 수에 비해 주택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2016년 통계청 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빈집은 약 9만5천호로 전체 주택의 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의 빈집은 뉴타운·재개발구역 해제로 대별되는 정책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 약 8만호이며, 나머지 1만5천호 정도가 수요가 없어서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택이 가구 수에 비해 부족한데도 왜 빈집이 늘어날까요. 

지금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주택의 숫자에 너무 많은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철거되는 주택을 빼면 실제 증가되는 주택은 몇 가구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투기의 온상인 재개발·재건축은 누르고, 제3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공급이 이루어지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으면 곧 주택가격은 안정될 것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으면 시장안정은 당연히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요

=주택은 상품으로서의 특성도 갖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좌식 테이블 식당들이 입식 테이블 식당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생활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득 3만불 시대의 주택은 소득 2만불 시대의 주택과는 구조나 시설 등에서 확연히 다른 주택입니다.

선호하는 주거지도 한 가구 한 자녀가 일반화되면서 자녀에 대한 교육여건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노령화는 더욱 편리한 환경을 선호합니다. 즉, 생활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남과 강북을 비교해 보면 교육·의료·쇼핑·오락 등 모든 면에서 강남이 살기가 편리합니다. 그리고 신축아파트가 모든 면에서 살기 편한 구조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쪽에서는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강남의, 그리고 신축 아파트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가격 상승이 투기세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씀이시네요

=‘투기(투자)’는 상품이 귀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것입니다. 금이나 다이아몬드에 대한 투기는 있어도 쇠조각이나 유리조각에 대한 투기는 없습니다.

주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으니 나타나는 현상이지 수요가 없는, 다시 말해 미분양이 넘치는 지역에 투기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주택보급률 100%에 이른 시점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공가가 생기고, 일부지역에서는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에 주택의 절대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가구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그 상승폭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투기라는 결과에 대한 징벌적 규제보다는 투기의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예방적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지난 18번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들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억제시키는 등 가구들이 원하는 주택의 공급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대책들이 실효성을 갖지 못한 것입니다. 

▲정부의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다주택자가 마치 범죄자처럼 취급 받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왜 9억 이상 주택에는 대출이 규제되는 것입니까? 시가 9억 이하 주택만 국민의 복리에 기여하는 주택이기 때문입니까? 결국 정치적 논리에서 정책이 결정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주택가격 ‘9억원’이라는 잣대가 사회를 양극화 시키고 있습니다.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투기꾼이고 그 이하 주택 보유자나 무주택자는 선량한 서민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은 사회통합이며,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것이 양극화이기 때문에 양극화 현상이 사회문제라 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사회적 양극화를 정책적으로 부추기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시장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매커니즘에 맡겨두라는 말씀이신지요

=우리는 시장경제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각종 규제로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가격 상승이 나타납니다. 주택가격 상승은 당연히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주택에 대한 세금이나 금융비용 증가는 전세가격에 전가되어 전세가격이 더욱 상승합니다. 이 같은 일부 지역 또는 신축 주택의 가격 상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지역, 노후 주택 지역으로까지 점차 확대됩니다. 

반대로 공급에 의해서는 시장이 안정화 됩니다. 임대사업자이거나 투기자이거나 수요는 수요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주택이 공급되면, 신규주택으로 옮기고 남은 주택에 차상위 소득자가 옮겨오는 낙수효과(trickle down)로 시장의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주택가격도 안정 되는 것이 시장 매커니즘입니다.

 그러나 지난 18번의 대책들은 오히려 이러한 시장 매커니즘의 작동을 어렵게 하는 조치들이 대부분입니다. 이에 따라 국가경제 발전에서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의 정상적 역할마저 축소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 매커니즘에 매몰되다 보면 주택 구입 능력이 안되는 저소득층의 주거불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은 구매력이 없는 저소득 가구에게 손실을 보면서도 주택을 공급해 주지 않습니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구매력이 없는 가구에게는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매년 17만호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층에게는 맞춤형 주택 30만실은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임기의 절반이 넘어섰습니다. 만약 공약 데로만 이행되었다면 서민 주거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덜 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서민주거불안의 원인을 부동산 투기로 돌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수요자들은 도심의 주택을 요구합니다만 도심에서는 이러한 주택을 공급할 토지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우선, 재개발재건축은 소요(needs)라는 측면에서 보면 몇 세대의 주택을 헐고 몇 세대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수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소득 3만불 시대에 가구들이 원하는 주택을 신규 공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재개발,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전부 신규 주택공급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토지는 수평적으로만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으로도 늘릴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 10호가 건설되는 토지에 연립주택을 지으면 3040호를 건설할 수 있고 아파트를 지으면 80호도 건립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개발 재건축 등 대규모 정비사업에 부정적입니다. 시장에 충격이 적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 치중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가 우려되는지요.

=우리가 당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3가지입니다. 단지 부동산 가격상승의 문제 해결만이 아니라 대기오염, 안전문제, 교통난, 주차난 등의 도시문제 해결은 물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야기될 새로운 생활양식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 인프라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70년대80년대에 형성되거나 혹은 지어진 주거지역에 주차장을 공급하고, 공공도서관을 제공한다고 당면한 도시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변화되는 생활양식을 수용하기는 더욱 힘들어 보입니다. 오히려 과감히 미래도시의 청사진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도시재생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콤팩트시티(Compact City)는 도시 내부의 고밀도 개발을 통해 도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사회·문화 발전 및 자연환경 보전까지 추구하는 도시개발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1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 안에 첨단 주거 시설과 사무 공간, 문화 시설 등을 집약시킨 사례는 대표적인 콤팩트시티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밀도 개발을 통해 도심 지역을 문화·사회·경제적으로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주택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나아가 스마트시티(Smart City)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도시 생활 속에서 유발되는 교통, 환경,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스마트 시티가 도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도시가 스마트 시티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 적용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하여 에너지를 절약하는 스마트 LED 조명을 광범위하게 설치한 것입니다. 빌딩을 스마트화해 에너지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주차 공간에 차가 있는지 여부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한 스마트 주차를 도입하기도 합니다. 잉여전기를 저장하는 가상 발전소와 정전 시 전기자동차가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그리드 기술의 구현은 물론, 자율주행 셔틀버스, 전기공유차 등을 이용할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기오염 통합관리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포괄적으로 도시재생)은 이러한 미래도시를 만드는 수단이 되어야 하며, 지금이 그 적기가 아닌가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컴팩트시티나 스마트시티에 대한 구상은 좋으나 용적률 규제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미국 뉴욕에 용적률 2%가 되는 빌딩이 건립되어 있습니다. 이는 용적률 거래제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모든 지역의 주거지를 콤팩트 단지로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일부 지역은 보안상의 이유로 용적률이나 고도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지역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용적률을 낮게 하고 싶은 곳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산이나 강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을 갖춘 곳은 보다 높이 올려 이러한 조망을 주택내부로 갖고 들어오고 싶어하는 곳도 있습니다.

기준 용적률을 정해 놓고, 보안상 낮은 용적률이 적용되는 곳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지역의 남은 용적률을 높은 용적률을 원하는 지역에 팔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도시 전체의 밀도는 유지하면서, 콤팩트 빌딩도 만들 수 있고, 사회적 형평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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