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징헤럴드=봉재홍 변호사] 도시정비법 제29조 제9항은 “사업시행자(사업대행자 포함)는 제4항부터 제8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선정된 시공자와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기존 건축물의 철거공사(석면 조사·해체·제거 포함)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공자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정비구역 내에 존재하고 있는 건축물에 대한 철거 공사에 관한 사항과 석면 조사·해체·제거에 관한 사항을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포함해 이를 시공자가 수행하도록 해야 함에는 의문이 없다.
그런데 정비구역 내에는 주택 등의 건축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구역 내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전기, 통신, 가스, 수도 등의 공급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이와 같은 시설을 건축물과 구분해 통상 지장물이라고 지칭한다.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건축물 외에 이와 같은 지장물의 철거 공사 역시 필수적인데, 이 지장물의 철거는 도시정비법 제29조 제9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존 건축물의 철거 공사에 포함되는 것일까?
우선 전기, 통신, 가스, 수도 등의 공급시설물들은 조합원 내지 조합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지장물들은 한국전력공사, 통신사, 가스를 공급하는 기관, 수돗물을 공급하는 기관이 소유하거나 관리할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조합이 시공자와의 공사도급계약에 이 시설물의 철거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시공자가 이를 철거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지장물의 철거 또는 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누전, 누수, 가스폭발 및 화재 등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별도의 면허나 기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시설물의 소유자 내지 관리자와의 업무협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문언의 의미에 비추어 ‘건축물’에 전기, 수도, 가스 등의 공급을 위한 시설물이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상의 사정을 고려하면 도시정비법 제29조 제9항의 기존 건축물의 철거 공사에는 이러한 지장물의 철거에 관한 공사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지장물의 철거를 위한 공사계약을 시공자 외 다른 업체와 체결하는 것이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서울고등법원(2018.12.13.자 2018라20991 결정) 역시 “이 사건 공사는 정비구역 내 거주자들이 이주를 마칠 때 발생하는 빈집의 누전, 누수, 가스폭발 및 화재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지장물의 사전 현황조사, 도로상의 각 공급지점에서 이주를 마친 각 거주자 소유의 토지경계 또는 건물 외벽(공동주택 등의 경우)사이에 있는 차단시설 부분의 흙을 파내고 공급을 차단한 후 다시 메워 원상태대로 도로를 포장하는 공사, 기타 관리권자(한국전력공사, 수도사업소, 한국도시가스 등)와 업무협의 등의 공사로서 기존 건축물 철거를 위한 이전 공정 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사는 지장물 권리(관리)자의 소유부분에 관한 것으로 보여 기존 건축물 철거 공사와 구별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점,
현행 도시정비법 제29조에는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제1항에 따라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 ‘사업시행자(사업대행자 포함)는 제4항부터 제8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선정된 시공자와 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기존 건축물의 철거 공사(석면 조사·해체·제거 포함)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라고 규정해 석면 관련 공사는 기존 건축물의 철거공사에 포함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한 반면, 이 사건 공사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공사가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하는 기존 건축물의 철거 공사에 포함된다는 점을 소명하기에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이른바 지장물 철거 공사를 시공자와의 공사도급계약에 포함하지 않고 시공자 외 다른 업체와 체결한 것이 도시정비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결정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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