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혐의도 막무가내… 국토부·서울시 재개발사업 과도한 개입 논란
검찰 무혐의도 막무가내… 국토부·서울시 재개발사업 과도한 개입 논란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이주비 지원·대안설계 땐 행정 철퇴”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02.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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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불공정 행위 있으면 입찰 무효 등 엄중조치”
검찰 “무이자 지원은 채무”… 공사비 수주경쟁 예고

 

[하우징헤럴드=문상연기자] 검찰이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자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 3사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앞으로 전개될 수주전 양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입찰무효 등 행정처분을 통해 불공정 관행을 엄중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시공자 선정을 앞둔 현장에서 조합과 건설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인해 정부가 법리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정비사업에 개입한 결과 조합원들만 피해를 봤다며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한남3재개발 건설3사 도정법 위반·입찰방해 무혐의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이태일 부장검사)는 지난달 21일 대형건설사 3사 대표들에 대해 도시정비법 위반과 입찰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으로,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현행 법령 위반소지가 있는 20여건을 적발하고 수사의뢰, 시정조치 등 엄중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제안 내용에 대한 위법성을 검토한 결과, 20여건이 도정법 제132조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업비·이주비 등과 무관한 무이자 지원(금융이자 대납에 따른 이자 포함)은 직접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한 분양가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도 시공과 관련 없는 제안으로 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제안서에 이주비 무이자 지원 등 사항을 기재한 것은 시공자가 이행해야 할 계약상의 채무(시공조건)에 해당하는 것이지 재산상의 이익 제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토부 고시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입찰서 작성 시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해 금전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지만 이를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검찰은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서 ‘분양가 보장’등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약속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다.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에 쓴 항목 중 일부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일 뿐이며 입찰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위계나 위력 등의 방법으로 입찰 공정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광고공정화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분양가 보장’, ‘임대 후 분양’등을 제안서에 명시한 것을 ‘표시’나 ‘광고’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검찰은 이번 불기소 처분에 대해 입찰제안서 등의 내용만으로 도정법 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입찰 과정 전반에서 범법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지현 북부지검 전문공보관은 "이번 불기소처분은 입찰제안서 내용만으로는 도정법 위반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신속히 판단한 것일뿐 입찰과정 전반에 어떤 범법행위도 없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부, “불공정행위 있으면 입찰 무효 등 엄중조치”

검찰의 무혐의 처분 결과로 입찰제안서의 위법성 논란이 일단락 됐지만, 시공자 선정을 앞둔 현장에서는 조합과 건설사 모두 입찰제안서 수위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더욱 강경한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두 기관은 검찰의 결과 발표 직후 자료를 내고, 수사를 의뢰한 기존 판단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번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시공과 관계없는 제안 등 불공정 관행을 엄중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계없이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사업비·이주비 등과 무관한 무이자 지원과 과도한 특화설계 및 혁신설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찰이 불기소처분 했지만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제안한 사업비·이주비 등에 대한 무이자 지원이나 일반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특화설계 등은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제30조와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제9조를 위반한 것”며 “도정법 제113조에 따라 행정청의 입찰무효 등 관리·감독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30조는 “건설사가 이주비, 이주촉진비 등 시공과 관련이 없는 사항에 대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제안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제9조는 “건설사가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의 범위 내에서 대안설계를 제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무혐의 결과에도 관계없이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자 건설사들이 입찰제안서와 홍보 전략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논란이 된 ‘이주비 지원’은 검찰에서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지만, 서울시가 위반 사항으로 지목한 만큼 사실상 제안이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한 사업비 10% 범위 내에서 경미한 변경만 제안할 수 있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특화설계 및 혁신설계 등으로 난무했던 대안설계도 제안이 어려워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당분간 수주전이 공사비 경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의 경우 GS건설의 저렴한 공사비와 대여금이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은 총 공사비로 경쟁사인 현대건설보다 132억원 적은 3천287억원을, 사업비에 대한 금리로 현대건설(2%)보다 낮은 1%를 제안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문제없지만, 당분간은 국토부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대부분 건설사들이 공사비와 브랜드 중심의 홍보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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