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안전성 검증 만능주의… 결국 시장활성화 정책 ‘失效’
리모델링 안전성 검증 만능주의… 결국 시장활성화 정책 ‘失效’
업계 ‘리모델링 제도정비’ 한 목소리
  • 최진 기자
  • 승인 2020.02.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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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연 “조합 사전준비에 따라 검증기간 정해져”
업계 “주택시장 통제수단 활용하는 자세 버려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리모델링사업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히면서 제도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에 대한 정부규제가 재건축보다 덜 까다롭다는 이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수년간 지속돼 온 안전성 검토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기관 검증 만능주의’가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비해야 할 우선 과제라고 의견을 모았다.

▲신중한 건기연, “안전성 검토 기간은 조합에 달렸다”

리모델링은 총 4차례의 안전관련 검증을 받아야 사업이 진행된다. 2번의 안전진단과 2번의 안전성 검토가 그 단계다. 2014년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을 허용했지만, 수직증축을 시도한 서울 및 1기 신도시 조합들은 2차 안전성 검토에 걸려 수년간 개점휴업상태다.

관련 법령에 따른 안전성 검토기한은 50일이지만, 현장에서는 1차 안전성 검토기한을 1년으로 보고 있다. 또 2차 안전성 검토를 통과한 단지가 서울 송파 성지아파트 1곳뿐이라서 검토기한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로부터 2차 안전성 검토를 용역 받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차 안전성 검토는 총 2개 부서의 전문가 20여명이 참여한다. 1건의 안전성 검토를 전담하는 전문가는 3명이다. 

현재 1차 안전성 검토가 진행 중인 곳은 2곳이며 1차 안전성 검토 후 2차 안전성 검토를 준비 중인 곳이 5곳이다. 최근 6곳의 조합은 2차 안전성 검토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거나 자료보완 등으로 보류돼, 2차 안전성 검토 대기행렬에 포함됐다.

건기연은 2차 안전성 검토기간이 수년간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 조합의 검토자료 준비 부실을 꼽았다. 건기연 안전성 검토 담당자는 “조합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검토하는데, 자료내용이 빠졌거나 부실한 경우가 많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 매뉴얼 등에 나온 사전자료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신공법·신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도 2차 안전성 검토를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꼽혔다. 건기연 담당자는 “국토부 지침과 관계 법령에 따라 선재하 공법 등 신공법·신기술을 수직증축에 적용하려면 ‘공인기관의 기술검증’이 있어야 한다”며 “민간기업이나 해외 검증사례 등을 근거로 신기술의 안전성을 보장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건기연은 수직증축이 기존 구조물을 유지하면서 하중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존에 하중을 지지해온 말뚝과 새로운 하중에 따른 신설 말뚝에 대한 안전검증 과정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는 신축 건축물에 대한 기준만 마련됐을 뿐, 기존 구조물을 유지하면서 하중을 추가하는 공법과 기술은 연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새 기술·공법은 ‘공인기관 검증’ 받아야

안전성 검토라는 난관 속에서도 리모델링 시장이 수직증축을 주목하는 이유는 일반분양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법적으로 기존 가구수의 15% 범위 안에서 일반분양을 할 수 있지만, 수평증축은 조망권·일조권·동간 거리 등의 문제가, 별동증축은 단지 내에 별동을 신축할 부지를 찾기 힘들어 사실상 진행할 수 있는 단지들이 한정적이다. 반면 수직증축은 기존 건물 위에 그대로 층수를 높이기 때문에 가장 현실성 있는 리모델링 일반분양의 형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안전성 검토기간을 30일에서 50일로 늘리며 “수직증축 구조설계에 새로운 기술과 공법이 적용돼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수직증축을 허용한 뒤 4년 만에 안전성 검토 과정이 예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공인한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의 검토기간 연장과는 별개로 안전성 검토는 기한 단위를 뛰어넘어 수년간 조합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건기연 담당자는 “최근에는 검증을 마친 기존공법이 아닌, 말뚝 선재하 공법·슬래브 표면증설·신개념 마이크로파일 공법 등 신기술·신공법을 적용해 검증을 받으려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며 “신공법을 검증할 수 있는 공인기관은 충분하며 신공법에 대한 안전성 검토는 관계 법령에 따라 반드시 공인기관의 검증결과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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