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원형보존’ 강요… 재개발 반대 행정 ‘뻘쭘’
서울시, ‘원형보존’ 강요… 재개발 반대 행정 ‘뻘쭘’
노포 보존이란 이유로 중단시킨 서울시 ‘헛발 행정’ 눈총
을지면옥 입장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규제에만 초점
  • 최진 기자
  • 승인 2020.02.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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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노포를 보존하겠다며 사업까지 중단시킨 서울시의 헛발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의 유명 노포로 꼽히는 ‘을지면옥’이 최근 서울시가 제안한 원형보존 재개발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후건물에서 계속 영업하기 싫다는 것인데, 정상적인 사업절차를 밟아가던 세운3-2구역 재개발사업을 ‘노포 보존’이란 이유로 중단시킨 서울시 명분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을지면옥의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비사업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발생한 ‘헛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을지면옥이 포함된 세운 3-2구역은 토지주 75% 이상의 동의로 재개발사업이 진행됐다. 관할 관청인 중구청은 2017년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고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앞둔 현장이었다. 

이후 토지보상 과정에서 시공자인 한호건설과 을지면옥 간 토지보상금 문제가 불거졌고 을지면옥이 재개발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을지면옥 철거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서울시는 돌연 2019년 1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사업을 중단시켰다.

서울시의 촉진지구계획과 행정절차 등에 발맞춰 임차인을 내보내고 보상까지 진행하던 세운3구역 토지주들은 하루아침에 사업 중단이라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이후 세운3-2구역은 지난 1년간 뚜렷한 대안도 없이 재개발이 중단된 채 표류해왔다.

그러다가 서울시가 올해 초 노포 원형보존을 골자로 새로운 정비계획을 마련했지만, 정작 을지면옥이 이를 거부하면서 서울시의 원형보존은 사실상 명분이 없어진 상태다. 이에 세운3구역의 한 토지주는 “서울시가 정비사업과 정비현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탁상행정으로 무리하게 재개발을 막으려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한탄했다.

을지면옥 관계자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도 누가 낡은 건물에서 계속 장사하길 원하겠는가”라며 “서울시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려면 시공자와 제대로 된 중재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다가 갑자기 종합대책을 내겠다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을지면옥 문제는 민감한 사항이라 종합대책 발표 전까지는 관련 사항을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정비사업에 대안 색안경 규제로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옥바라지 골목으로 잘 알려진 종로구 무악2구역과 한양도성 역사가치 보존을 이유로 직권해제 된 사직2구역도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를 밟으며 사업을 진행하던 중 서울시의 갑작스런 입장변화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주거환경 개선의 의무를 망각하고 정비사업을 규제대상으로만 여기다 보니, 정작 들어야 할 주민의 목소리는 듣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역사보존이나 문화거리 지정은 서울시가 정비구역을 지정하기 전에 고민했어야 할 문제인데, 오히려 행정구멍에 대한 사업중단의 피해는 어렵게 살아가는 영세 원주민들이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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