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硏 “재개발 초기 사업비 조달문제 심각… 지원대책 마련해야”
국토硏 “재개발 초기 사업비 조달문제 심각… 지원대책 마련해야”
서울시 공공지원제 실효성 다시 도마 위에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03.16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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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원제 도입 10년… 투명·공공성 취지 못살려 사업비 문제로 난항
내역입찰제도 논란…공사비 절감효과 없고 정비사업기간만 지연
조합 행·재정 지원 늘리고 공공지원자 책임 강화해야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현행 공공지원제의 실효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 현행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해결 과제가 많다는 지적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서울시 공공지원제를 비롯한 현행 공공관리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비사업의 초기 사업비 문제를 꼽았다. 이는 서울시 공공지원제 시행부터 줄곧 지적받아온 내용이다. 서울시가 공공지원제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사업추진만 발목 잡는 허울뿐인 제도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투명성·공공성 확보라는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시공자 선정 시기만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룸으로써 초기 사업비 조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정비사업 활성화 위해선 공공지원제 개선해 확대해야

지난 1월 28일 국토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홍콩과 일본 사례를 통해 살펴본 도시정비사업의 공공관리 확대방안(최진도 연구위원)’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 재건축·재개발사업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관리제도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기존 공공관리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지원제도는 시장·군·구청장 등이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정비업체, 설계업체, 시공업체 등과 같은 주요 협력업체의 선정 및 관리방법 개선, 추진위원회 선거절차 개선, 추정분담금 등 사업추진 정보의 공개, 관리 감독 기능 강화 등으로 위해 도입됐다.

최진도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의 재건축·재개발사업 등 정비사업은 민간 중심 개발사업으로 추진됨에 따라, 사업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법 및 유착관계,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각종 소송, 사업의 장기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공공에서 지원하는 공공관리제도가 있지만 제도적 미흡함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연구위원은 홍콩의 도시재개발(정비사업) 위원회 제도와 일본의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지원제도 등의 공공관리제도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관리감독 시스템, 일본의 전문 코디네이터를 통한 절차적·행정적·경제적 지원 사례를 부분적으로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은 무엇보다도 현재 공공관리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초기 사업비 조달 문제를 꼽았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초기 사업비를 정비업체나 시공자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공관리가 이뤄지게 되면 사업비 충당이 힘들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위원은 결론에서 공공관리제도 확대를 위해 △정비업체나 시공자에게 초기사업비를 의존하지 않도록 경제적 지원 대책 마련 △지자체의 전문성 있는 전담인력 확보 △민관 합동 정비사업위원회 구성을 통한 관리 감독·자문의 체계화 △사업지별 전담 코디네이터 배정을 의무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추정분담금 시스템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시 공공지원제 실효성 논란 재점화…허울뿐인 제도 개선해야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발표로 인해 현행 서울시 공공지원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산하 연구기관이 제도의 미흡함을 지적한 만큼 이번 기회에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공공지원제 시행으로 주민들이 사업 초기부터 투명하게 조합 업무와 개략적인 부담금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의 자금경색을 외면하면서까지 서울시가 강제도입한 공공지원제의 내역입찰제도에 대해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공공지원제를 적용하면서 시공자를 선정할 때 내역입찰을 의무화해 왔다. 이를 통해 공사비가 낮아지고, 공사비 인상의 주범인 무분별한 설계변경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공사비 절감효과는 없으면서 사업기간만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줄곧 이어져오고 있다. 

실제로 (사)주거환경연구원이 지난 2017년 시공자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공사비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공공지원 대상구역의 공사비가 적용받지 않는 구역들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시 시공자 선정단지 24개 구역 중 공공지원 대상 구역 20곳의 평균공사비는 3.3㎡당 489만원으로 나타났으며, 공공지원을 적용받지 않는 4곳의 평균 공사비는 424만원으로 공공지원 적용 단지들보다 3.3㎡당 65만원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한남3구역 등 과열된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도 공공지원제의 유명무실함은 그대로 드러났다. 건설사간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지면서 건설사들의 편법 수주행태가 논란이 됐지만 공공지원자인 구청은 조합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책임을 떠넘겨버렸다.

결국 한남3구역에서 대형건설사간 과열양상이 극에 달하자, 국토부와 서울시가 합동점검을 통해 직접 개입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 결론이 났지만, 서울시는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제9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입찰 무효 등 관리·감독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제9조는 “건설사가 시공자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의 범위 내에서 대안설계를 제시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편법 수주행태를 수수방관한 공공지원자에 대한 비판과 공공지원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건설사들의 과도한 대안설계 제안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현행 공공지원제는 건설사가 이를 위반해도 징계여부를 조합이 정하도록 하면서 공공지원자인 구청의 책임을 조합에 떠넘겨 내역입찰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에 건설사 간 수주경쟁이 붙는 현장마다 대안설계가 난무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해 오래전부터 ‘공공지원자가 위반사항 적발 시 시공자 선정을 자동 취소시키는’강력한 규정의 도입을 요구해왔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서울시 공공지원제는 그저 시공자 선정시점을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변경한 제도로만 여기고 있다"며 "허울뿐인 제도를 바로잡으려면 절차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추진위와 조합에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늘리고 공공지원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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