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입찰보증금 악용사례 뿌리뽑겠다”… 칼 빼든 국토부
“재개발 재건축 입찰보증금 악용사례 뿌리뽑겠다”… 칼 빼든 국토부
제도개선 착수… 9월 시행 예정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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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1구역 입찰보증금 1천억… 한남3구역도 1천300억 
현장설명회 참석에 수십억원 요구… 기준마련 불가피
경쟁입찰제도 취지 어긋나… 현설보증금 금지할 듯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 과정의 입찰보증금 관련 제도가 개선된다.

최근 조합에서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요구하거나, 현장설명회 전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현금 납부하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논란이 커지자 국토교통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입찰보증금을 통한 특정 건설사나 협력업체와의 담합을 사전에 차단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관련 제도 개선은 올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입찰보증금 기준 마련하겠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0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정한 부동산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특히 정비사업 부문에서 시공자 등 협력업체 선정 과정의 입찰보증금 납부기준을 제시하는 등 공정한 입찰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선다.

지난 2018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도입하면서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을 의무화했지만, 일선 조합에서 입찰보증금 제도를 악용해 또 다른 형태의 제한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돼왔던 현장설명회에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토록 하는 일명 현설보증금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건설사 간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는 대규모 사업장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은 소규모 현장에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조합에서 현장설명회 단계부터 입찰보증금 중 일부인 수억원 이상의 현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진입장벽을 높여 고의로 유찰을 유도해 특정업체와 빠르게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꼼수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입찰보증금 관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조합과 건설사 간 사전담합을 조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제한해 경쟁입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시급한 제도개선을 요구해 왔다.

건설사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와 소규모재건축 현장에서조차 사업성을 따져보기도 전인 현장설명회에 거액의 현금을 납부토록 요구하면서 참여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현장설명회를 입찰의 일부로 여겨 입찰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것은 경쟁입찰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로 하루빨리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규모, 지역 관계없이 번져가는 현설보증금

실제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도입 초기인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현장설명회 참석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중 일부를 납부하도록 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업규모, 지역에 관계없이 확산되면서 일반화 되고 있다. 심지어 현장설명회 참석 전까지 내야하는 금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며 그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실제로 은평구 갈현1구역 재건축조합의 경우 이사회에서 최초 입찰조건으로 입찰보증금은 1천300억원으로 이중 50억원은 현장설명회 참가 시 납부토록 하면서 과도한 입찰보증금 논란이 커지자 입찰보증금을 1천억원으로 현설보증금은 5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역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현장설명회 참가 조건으로 입찰보증금 총 1천300억 중 25억원을 납부토록 했다.

올해 초 재입찰 공고를 낸 부산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은 1차 입찰과 달리 현장설명회 보증금 10억원을, 부산 범일2구역 재개발과 서울 제기4구역 재개발 등 조합은 현장설명회 참석 조건으로 보증금 5억원을 선납하도록 했다.

또한 올해 새로운 시공자를 찾아 나선 반포아파트(3주구) 재건축조합은 현설보증금으로 10억원을, 인천 금송구역 재개발은 입찰보증금 100억원 중 50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납부토록 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의 경우 입찰보증금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을 현설보증금으로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고덕대우아파트 소규모재건축 조합은 입찰보증금 20억원 중 10억원을 현설이 열리기 전까지 현금 입금하도록 했다. 이곳은 신축 가구 수가 151가구인 소형 사업장이다. 서울 삼성동 98번지 일원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역시 같은 금액을 현설보증금으로 내걸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200가구 미만의 가로주택정비사업지인 장위11-2구역(5억원), 장위15-1구역(3억원) 등에서도 현설 참석 조건으로 보증금 납부를 요구한 바 있다. 

현설보증금을 요구하는 사례는 이번 달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산 반여3-1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9일 공고한 입찰에서 입찰보증금은 100억원 중 20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뉴스테이에서 일반 재개발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한 인천 송림1,2동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11일 입찰 공고에서 입찰보증금 150억원 중 무려 50억원을 현장설명회 하루 전까지 현금 납부토록 했다. 또한 최근 2회 유찰 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구미 원평구역 재개발조합은 입찰보증금 50억원 중 5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현금 납부토록 했다. 

▲건설업계, “수천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입찰보증금도 문제”

현설보증금뿐만 아니라 과도한 입찰보증금 규모에 대해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조합의 힘이 세지자 입찰보증금 규모가 과도하게 상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과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각각 1천억원, 1천500억원을 내야 했다. 오는 10일 입찰마감을 앞두고 있는 반포아파트(3주구) 재건축조합은 입찰보증금으로 800억원을, 지난달 9일 입찰을 마감한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은 500억원을 요구했다.

지방 사업장에서도 수백억원이 넘는 입찰보증금을 요구하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 광주 최대어로 꼽힌 풍향구역 재개발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700억원이나 내걸었다. 또 부산 문현1구역 재개발 역시 입찰보증금 400억원을,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은 입찰보증금 200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조합들은 예정공사비의 10% 이내에서 책정한 것이라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일부 조합들이 부담스러울 정도의 입찰보증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총 공사비 3천200억 규모의 장위6구역 재개발사업의 경우 입찰보증금은 공사비 5% 수준인 150억원이었다. 최근 새 시공자를 찾고 있는 추정공사비 6천억원 규모 인천 금송구역 재개발사업의 입찰보증금은 1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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