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층간소음 측정방식 변경방침에 시민단체들 거센 반발
국토부 층간소음 측정방식 변경방침에 시민단체들 거센 반발
뱅머신서 임팩트볼 방식전환 싸고 시끌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4.16 10: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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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검토하는 국토부
LH·한기연과 임팩트볼 도입 추진 “소음측정 효과적” 주장 

반발하는 시민단체 
임패트볼 2015년 폐지, 뱅머신 유지하며 사후평가제도 도입

 

현재 층간소음 측정을 위해 사용 중인 뱅머신.
현재 층간소음 측정을 위해 사용 중인 뱅머신.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제도개선의 일환으로 기존 뱅머신에서 임팩트볼로 측정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하자 시민단체를 시작으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임팩트볼 방식으로의 변경은 층간소음을 잡기 위한 기준의 ‘강화’가 아니라 되레 ‘완화’라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감사원이 현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층간소음 사후평가제’ 도입을 사실상 지시한 가운데 국토부가 층간소음 기준을 완화시켜 건설사들의 편의를 봐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온 국민이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가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이 커지는 마당에 시대 상황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본지는 앞으로 현행 아파트 층간소음 제도의 문제 진단과 해법을 찾기 위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국토부 사후평가제ㆍ임팩트볼 방식 도입 예정

국토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층간소음 측정을 위한 사후평가제 도입과 층간소음 측정 방식을 임팩트볼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현재의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은 시공 전에 향후 지어질 아파트를 시험장에 지어놓고 ‘뱅머신’이라는 타이어 장치를 통해 바닥을 타격, 바닥충격음 측정을 실시하는 ‘사전인정방식’이다. 측정을 통해 1~4등급 이내에 포함되면 그에 따른 성적서를 발급해 주고 시공에 들어가는 식이다.

4등급을 벗어나 층간소음 차단능력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되면 시공이 불가능하다. 결국 사전인정제도는 건설사가 층간소음 차단성능검사시 실제 시공을 잘 할 것이라는 신뢰하에 유지되는 제도다. 지자체가 준공 후 재검사하는 방법이 있지만 선택적이라 일반화 돼 있지는 않다. 

국토부는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사전인정제도 대신 아파트가 완공되고 나서 다 지어진 바닥에 임팩트볼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주택건설기준에서 정한 성능등급 인정기관인 LH,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두 곳과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5월 발표된 감사원의 층간소음 관련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감사원이 2018년 말 입주 예정인 28개 시공현장의 191가구에 대해 직접 측정에 들어갔는데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측정을 진행한 전체 191가구 중 96%인 184가구가 사전인정 시험 당시의 성능보다 하락했고, 더구나 전체 191가구 중 60%인 114가구는 아예 최소 4등급 기준에도 못 미쳐 합격점에서 탈락할 정도였다.

LH와 SH 등 주택전문 공기업에서 짓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4등급이란 최소성능기준에도 못 미치는 114가구 중 67가구가 LH와 SH 등 공공이 건설하는 현장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과 각종 관련 업체들이 완충재 품질성적서를 조작해 성능 인정서를 발급받는 등 층간소음 절차 곳곳에서 눈속임을 한 사실이 무더기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 측정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층간소음 측정방식은 타이어(7.3㎏)를 1m 높이로 들어올렸다 떨어뜨리는 ‘뱅머신’방식인데, 이를 배구공 크기의 고무공(2.5㎏)을 떨어뜨리는 ‘임팩트볼’방식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뱅머신은 너무 중량이 커 실생활에서 잘 발생하지 않는 소음인 반면 임팩트볼은 아아들이 ‘콩콩’뛰는 소리와 비슷해 보다 효과적인 층간소음 차단이 가능할 거라는 설명이다. 

임팩트볼 방식은 지난해 12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주관해 진행한 토론회에서도 그 필요성이 강조됐다. 이날 주제발표한 건기연 관계자는 ISO 국제표준을 거론하며 임팩트볼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시민단체 “임팩트볼은 2015년에 이미 폐지된 제도, 왜 과거로 돌아가려 하나”

시민단체 측에서는 이 같은 국토부의 임팩트볼 도입 방침에 대해 층간소음 기준을 완화시킨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임팩트볼 방식은 2014년에 도입됐다가 불과 1년만인 2015년에 폐지된 방식이다. 2015년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며 임팩트볼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소음 기준이 완화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50dB이하’라는 최소 소음 기준을 넘지 말아야 하는데, 동일한 아파트 바닥 시험장에서 측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뱅머신 방식으로 측정하면 53dB이 나오는 반면, 임팩트볼로 측정했을 때는 47dB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즉 뱅머신으로 측정하면 합격하지 못하는데 임팩트볼로 측정하면 합격하는 이상한 상황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관련 기준에 따르면 아이들이 콩콩 뛰는 소리와 유사한 성질의 소리를 ‘중량충격음’이라고 하고, 4등급으로 규정된 현행 최소성능기준에 따르면 중량충격음은 ‘50dB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2015년 감사원은 국토부 기관운영 감사에서 임팩트볼 적용에 대해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고자 한 ‘주택건설기준’의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소음기준이 완화됐다”며 “그 결과, 뱅머신 방식으로 측정했다면 최소성능수준에 미달하는 바닥구조가, 임팩트볼 방식으로 측정했을때는 성능 인정시험을 통과해 오히려 층간소음 법적 요구수준이 완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 국토부 감사 결과 발표가 2015년 6월에 나왔고, 국토부는 결국 2개월 뒤인 그해 8월 임팩트볼 방식을 폐지했다. 

시민단체인 소음진동 피해예방 시민모임 측 관계자는 “온 국민이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 강화가 아닌 2015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퇴출된 임팩트볼을 다시 도입하려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현행 뱅머신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후평가제를 도입해 실질적으로 정확한 층간소음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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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ounglee 2020-04-21 03:47:34
층간 소음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그에 따른 소음의 형태도 다르다.
어느 한 방식에 집착하지 말고 두 측정방식을 모두 동시에 사용하면 더 좋지 않겠나.

yieldtome 2020-04-30 12:23:41
좋은 기사네요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게되었어요.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있었구나..이미 한 번 폐지된 적 있는 과거로의 회귀라니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