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간소음 측정방식 “임팩트볼로 바꿔야” “절대 반대” 시끌
아파트 층간소음 측정방식 “임팩트볼로 바꿔야” “절대 반대” 시끌
국토부·시민단체 격한 대립… 적합성 논란 가열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5.1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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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층간소음 저감시켜라” 요구에 국토부 변경 추진
시민단체 “임팩트볼, 실패한 방식… 업계 편들어주는 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층간소음 제도개선 방안으로 국토교통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임팩트볼(고무공) 측정방식에 대한 적합성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감사원이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측정해 품질미달 문제를 대거 적발한 후 사후평가제와 정밀시공 방안을 도입하라 지시했는데, 국토부가 난데없이 층간소음 측정방식을 변경하자는 다소 초점에서 빗나간 해법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엉뚱한 제도 도입”이라며 “층간소음에 고통 받는 국민보다 건설사 등 업계 편을 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의 핵심은 사전인정제도로는 층간소음을 낮출 수 없으니 아파트를 다 짓고 난 뒤 측정하는 사후평가제를 도입하고, 여기에 건설사들에게 정밀시공을 시키라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감사원 지적사항과 상관없는 임팩트볼을 도입하자는 점에서 국토부의 주장은 건설사 편들어주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토부는 “임팩트볼이 필요하다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것”이라며 “계속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의문①- 바닥구조 그대로인데 측정방식만 바꿔 층간소음 해결?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임팩트볼 측정방식 반대 저변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의문이 깔려 있다. 

첫 번째, 아파트 바닥구조 개선 없이 측정방식만을 기존 뱅머신에서 임팩트볼 방식으로 바꾼다고 해서 과연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다. 입주민이 느끼는 층간소음과 측정방식 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토부가 후원한 지난해 12월 23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주관한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사후성능 확인제도 도입방안 토론회’에서는 측정방식을 기존 뱅머신에서 임팩트볼로 변경하겠다고 공론화 한 상태다. 국토부 역시 최근 이 같은 연구결과의 연장선상에서 임팩트볼 방식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다보니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건설사 등 업계 편들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엉뚱한 방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사후평가제 도입을 걱정하는 건설사 등 업계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사후평가제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파트가 다 지어진 후 입주예정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온 측정 결과에 불합격 수치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거부,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량이 적은 임팩트볼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기연 관계자는 “임팩트볼로 측정하는 방식은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사용해 국제적인 층간소음 측정 기준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일본에서는 임팩트볼이 목조주택뿐만 아니라 철근콘크리트 구조 주택의 층간소음 측정에도 적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문②- 임팩트볼은 2014년 도입됐다가 폐기된 방식, 왜 또 도입하나

임팩트볼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주장의 두 번째 이유는 이미 2014년 도입했다가 1년 만에 폐기된 ‘흠결이 드러난’방식이라는 점이다.

2015년 당시 국토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는데 임팩트볼로 측정하면 뱅머신보다 평균 5.7dB이 더 적게 측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11월 모 현장에서 동일 바닥을 임팩트볼과 뱅머신으로 측정했더니 임팩트볼 측정에서는 47dB, 뱅머신으로는 53dB이 나왔다.

허용기준이 50dB이라는 점에서 뱅머신으로는 ‘불합격’, 임팩트볼로는 ‘합격’이란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주목할 점은 당시 제도에서는 건설사들이 뱅머신과 임팩트볼을 선택해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거의 모든 건설사들이 임팩트볼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했다.  

이에 대해 건기연 관계자는 당시 감사원의 수치 해석에 다소 오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뱅머신 측정에 따른 수치와 임팩트볼 측정에 따른 수치는 일대일로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뱅머신의 수치 1dB과 임팩트볼의 수치 1dB을 같은 1이란 수치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결국 평균 5.7dB이라고 밝힌 감사원 감사 결과가 다소 부풀려졌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당시 감사원 지적에 대해 별다른 이의 없이 2개월 뒤 임팩트볼 방식을 폐지한 것에 주목한다. 수치 해석 방법에 대한 이의가 있었다면 국토부가 감사원의 청문 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해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국토부는 그대로 수용해 임팩트볼 방식을 폐지했다는 것이다.   

▲의문③- 15년간 축적된 뱅머신 데이터 왜 무용지물로 만드나

2003년 도입해 건설사 및 연구기관 등이 약 15년간 축적한 엄청난 양의 뱅머신 측정 데이터를 왜 쓸모 없는 존재로 만드냐는 지적도 나온다. 층간소음 문제가 발걸음 소리와 같은 직접충격음 및 TV, 악기 소리 와 같은 공기전달소음으로 구분되는 물리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상당량의 실측 데이터가 효과적인 연구와 정책의 밑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팩트볼 방식이 도입된다면 이 같은 15년간의 데이터는 사실상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설령 임팩트볼 도입을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가 확보된 후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소 몇 년 만이라도 임팩트볼 측정방식을 통해 기존에 노출된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마련한 뒤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층간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란이 많은 임팩트볼 방식 도입은 접어두고, 이를 대신해 현행 뱅머신과 사후평가제를 결합한 새로운 측정방식으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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