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낮은 가로주택정비사업·소규모재건축·리모델링
가성비 낮은 가로주택정비사업·소규모재건축·리모델링
높은 공사비에 낮은 품질… 사업활성화 길목에 최대 복병으로
전문가들 "서울지역 공사비 3.3㎡ 당 500만원 넘어야 사업 가능"
  • 최진 기자
  • 승인 2020.06.01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사비 등 가성비 탁월한 '재건축·재개발 재평가 시급

 

[하우징헤럴드=최진기자] 정부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억누르고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정비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공사비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서 가성비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재건축대신 공동주택 리모델링 정책을 지원하고 있지만, 공사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역전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로주택 등 소규모정비사업 가성비 낮아

최근 서울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한 건설사가 재건축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 입찰에 각각 참여하면서 제안한 공사비가 주목 받았다. 재건축 공사비가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비보다 더 낮게 제안된 것이다. 

호반건설은 지난 2월 서울 성북구 장위15-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에 나서면서 3.3㎡당 공사비 535만원을 제안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정비사업에 참여하면서 3.3㎡당 공사비 500만원을 제안했다. 재건축이 가로주택보다 공사비가 3.3㎡당 35만원이 더 낮은 것이다. 반면, 입찰에 제안된 마감재나 가전제품 등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재건축이 더 상위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가로주택 등 소규모정비사업의 경우 3.3㎡당 500만원이 넘어야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486만원이며, 이 조차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경우 468만원으로 더 낮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고정공사비는 정해진 데 반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는 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보다 공사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최대 암초는 공사비

정부가 재건축의 대안으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도 높은 공사비로 인해 가성비 논란 대상이 됐다. 지난 2014년 수직증축 제도까지 도입하고 지난 2017년에는 사업추진에 필요한 동의요건을 완화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높은 공사비로 인해 현재까지도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의 차선책으로 머물고 있다.

지난해 시공자를 선정한 정비사업과 리모델링 조합 중 3.3㎡당 공사비가 가장 높은 곳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 서초구 잠원훼미리 아파트로 공사비는 3.3㎡당 약 598만원이다. 총 공사비는 1천114억원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288가구에서 43가구가 늘어난 331가구를 신축한다.

두 번째로 공사비가 높게 나온 것은 서울 송파구 송파101번지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3.3㎡당 공사비는 558만원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의 공사비가 높은 이유는 높은 공사 난이도 때문이다. 재건축의 경우 기존 건축물을 철거한 이후 새롭게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지만, 리모델링은 건물의 기본 골격과 기초말뚝 등을 남겨 놓은 채, 지반공사를 비롯한 건축물 보강공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공사 난이도가 높아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가성비…정부 재평가 필요해

정부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을 억누르면서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높은 공사비와 낮은 품질 등을 이유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또 소규모정비사업과 리모델링의 공급물량이 적어, 서울이나 수도권 도심의 주택수요를 감당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주택품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요구도 함께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주택공급에 대한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신 트랜드에 맞춰 신기술·고급 마감재 등을 주택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공사비 상승이 필요한데, 소규모와 리모델링보다는 재개발·재건축이 가성비 측면에서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활성화하려는 소규모정비사업이나 리모델링은 기존 정비사업보다 사업규모가 작아 부작용이 적다는 측면은 있지만, 가성비 측면에서는 투입되는 재원에 비해 결과물 수준이 떨어진다”라며 “미래주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서라도 정비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