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행정늑장 피해 조합장에 불똥… 해임·불신 속출
정부규제·행정늑장 피해 조합장에 불똥… 해임·불신 속출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연 책임론에 줄줄이 직무정지·도중하차
  • 최진 기자
  • 승인 2020.06.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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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3·9구역, 서초신동아, 미성크로바 등 조합장 잇단 해임
HUG가 일반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조합집행부 불신 증폭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조합장 해임 등 조합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기조와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 등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책임론’에 따른 조합장 해임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조합장 비위 행위나 조합원들과의 소통문제가 거론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지연에 따른 책임론이 조합장 해임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합장 해임을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 집행부 구성에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상황에 따라선 해임을 반대한 세력과의 추가적인 법적 분쟁을 벌여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업정체를 풀어낼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내적 분쟁만 더해진다면 사업성 하락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업정체에 대한 책임 조합장에게 묻겠다”

최근 서울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책임론에 따른 조합장 해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달 14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과 이사·감사에 대한 해임 안건을 처리했다.

흑석뉴타운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흑석9구역은 지난 2018년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동간 거리를 확대해 준강남권 프리미엄 주거단지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롯데건설이 제안한 대안설계안이 서울시의 인·허가 과정에서 발목 잡히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시는 동 간격을 넓히기 위해 층수를 늘리는 대안설계안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조합과 롯데건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업은 답보상태가 됐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비리 의혹과 더불어 대안설계 문제 등을 짚으며 조합장이 ‘조합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조합 집행부 8명을 해임하고 직무를 정지시켰다.

같은 뉴타운에 속한 흑석3구역도 지난달 11일 조합장과 조합 임원에 대한 해임안건 및 직무집행정지안건을 가결했다.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90%가 넘는 압도적인 표심을 통해 조합장과 집행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협력업체 입찰과 관련한 조합장의 비위 행위도 문제였지만, 업계에서는 기대치보다 낮은 일반분양가와 주변 정비현장에 비해 뒤처진 사업단계 등이 조합장의 역량 문제로 이어져, 사실상의 해임 결정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랜드마크 주거단지의 부푼 꿈 좌절… 조합장 탓

미래 주택가치가 생명인 강남 현장에서도 특화·변경설계가 막히면서 조합장 해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지난달 10일 임시총회를 통해 조합장과 감사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강남 노른자 재건축단지로 주목받은 이곳은 지난 2017년 12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득하면서 2018년 1월부터 적용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간발의 차로 피했다. 또 2018년 5월 관리처분계획변경도 인가받으며 철거를 눈앞에 둔 정비현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조합이 설계 변경을 시도하면서 차질이 발생했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 설계변경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는데, 시가 인근 초등학교의 일조권 침해 문제를 제기한 교육청의 의견을 근거로 설계보완을 요구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결국, 사업지연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 등으로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해임 절차를 밟게 됐다.

앞서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도 지난 3월 설계변경 과정에서 조합장이 해임되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미성·크로바 재건축사업은 시의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라 용적률이 276%에서 300%로 상향되는 혜택을 받았지만, 공공기여 측면에서 도로변 가로경관을 위해 일부 아파트의 층수가 대폭 삭감돼, 동간 거리가 좁아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또 시공자인 롯데건설이 제안한 미디어파사드, 커튼월 등 특화설계안이 좌절되면서 프리미엄 주거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결국 해임총회 발의자들은 조합장 해임 후 신속하게 새 집행부를 구성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대에 못 미치는 일반분양가… 잇단 내홍으로 조합장 해임하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적용을 앞두고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핵심 동력원인 일반분양가와 관련한 문제도 조합장 해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일반분양가를 본격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조합 집행부 해임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근 일반분양 방식과 분양가를 두고 내홍이 커지고 있다. 당초 조합은 3.3㎡당 3천55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원했지만, HUG는 2천970만원을 강경하게 고수했다. 해를 넘긴 분양가 줄다리기는 결국 3.3㎡당 2천910만원이라는 성적표를 낳았다. 

또 내달 29일부터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조합이 민간용역을 통해 예측한 분양가상한제의 일반분양가가 3.3㎡당 최고 3천561만원 수준이라며 무리하게 사업을 서둘렀던 조합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분양가 협상 실패의 책임을 물어 조합장 해임과 조합총회 금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은 1만2천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재건축현장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부도 수년간 둔촌주공 현장을 주의 깊게 관찰해 온 만큼, 분양가상한제로 일반분양가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분양가와 관련한 내홍이 심화되면서 조합장의 운영능력 자체를 문제 삼아 해임종회를 개최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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