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불법수주… 불공정 근절 ‘칼’ 빼든다
재개발·재건축 불법수주… 불공정 근절 ‘칼’ 빼든다
새 ‘계약업무처리기준’ 9월 시행 준비중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07.0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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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 짬짜미 입찰 막기 위해 과도한 현설보증금 금지
시공자 선정 위한 홍보기간 한달 이상으로 늘릴지 검토도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수주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선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는 강력하게 불법 수주를 근절하겠다면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한남3구역 등의 현장에서 대형건설사간 수주경쟁이 펼쳐지자 지난 2017년 혼탁했던 건설사들의 편법 수주행태가 고스란히 재연돼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그동안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개선되는 주요 내용은 △과도한 입찰보증금 금지 △분양가 보장 등 제안 금지사항 구체화 △건설사 홍보기간 확대 등이다. 개선된 기준은 이르면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국토부, “수주전 투명성 담보하겠다”… ‘2020 주거종합계획’발표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및 관련 제도 개정에 나선다. 국토부는 지난 5월 20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0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국토부의 움직임은 지난해 말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의 수주전에서 촉발됐다. 당시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제안 내용에 대한 위법성을 검토한 결과, 20여건이 도정법 제132조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해당 내용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했지만, 형사처벌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주비 무이자 지원 등은 계약 체결과 관련된 재산상 이익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에 국토부가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먼저 정비사업 수주전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분양가 보장 등 제안 금지사항을 구체화하고 처벌기준을 마련한다.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는 ‘재산상 이익 제공’이라는 모호한 기준만 존재해 위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이에 조합원의 재산상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제한 사항을 규정한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보장뿐만 아니라 한남3구역 합동점검 당시 국토부가 지적한 ‘무이자 사업비 지원’, ‘조합원 무상 특별제공 품목’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검찰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해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보완할 방침이다. 

지난 1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없을 뿐 건설사들이 제안한 사업비·이주비 등에 대한 무이자 지원이나 일반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특화설계 등은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정비사업의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불공정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법령개정 등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국토부는 입찰보증금에 대한 기준도 마련한다. 지난 2018년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도입하면서 일반경쟁입찰과 전자입찰을 의무화했지만, 일선 조합에서 입찰보증금 제도를 악용해 또 다른 형태의 제한경쟁입찰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합과 건설사들의 짬짜미 입찰을 막기 위해 현설보증금 요구를 금지하고 과도한 입찰보증금을 입찰조건으로 내거는 행위를 막기로 했다.

이밖에도 건설사들의 홍보 기간을 늘리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으며, 이런 내용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이르면 9월 개정될 예정이다.

 

▲공정한 경쟁 위해 극도로 제한된 홍보 규정 완화해야

업계에서는 현행 기준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공정한 경쟁을 위해 충분한 홍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극도로 제한된 홍보규정에 대한 개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합법적인 홍보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탓에 실질적인 홍보 수단이 거의 없어 오히려 불법 경쟁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기준에서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의 홍보는 2회 이상의 합동홍보설명회와 최초 합동설명회 이후 조합이 제공한 1곳의 홍보공간에서만 가능하다. 조합은 통상적으로 1차 합동설명회 이후 약 1~2주 만에 2차 합동설명회와 함께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

실질적으로 건설사가 홍보할 수 있는 기간이 1차와 2차 합동홍보설명회 사이의 약 1주 정도다. 또한 사전에 부재자투표까지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홍보기간은 약 3~4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조합원들도 입찰 이후 각 건설사들에게 별도의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건설사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현행 기준에서 과도하게 제한된 홍보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지침’개정을 통해 시공자 선정을 위한 홍보 기간을 한 달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홍보기간 뿐만 아니라 합동홍보설명회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2차 합동홍보설명회를 부재자 투표 이전에 개최하는 등의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합동홍보설명회는 2회 이상 개최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1회와 다름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조합이 2차 합동설명회를 총회 당일 직전에 개최하고 있어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결정을 한 시점이라 홍보효과가 거의 없고, 사전에 부재자 투표도 이뤄졌기 때문에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대부분 2차 합동홍보설명회는 1차 합동설명회와 그동안 조합원들의 질문사항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답변을 하는 총정리 형태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조합원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부재자투표 이전에 2차 합동홍보설명회를 하는 것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현행 기준은 사실상 며칠에 불과한 홍보만 허락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어려워 건설사는 물론 조합원들조차 기준을 위반해 불법 홍보를 요청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과 조합원의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객관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홍보 규정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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