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번 제도개선·혈세 투입… 아파트 층간소음 잡기 30년 ‘구두선’
십수 번 제도개선·혈세 투입… 아파트 층간소음 잡기 30년 ‘구두선’
사후평가제 시행 앞두고 정부 책임론 부상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7.0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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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바닥충격음 차단 최소성능기준 시행
슬래브 210mm·사전인정제 도입해도 민원
사후평가제 전환은 결국 정책실패 자인한 꼴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지난 6일 정부가 층간소음을 막기 위한 사후평가제 도입을 발표하고 주택법 등 관련 규정 개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그간 현행 층간소음 제도를 유지ㆍ관리해 온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1년 층간소음 저감 관련 제도가 첫 도입된 이래 30여년을 걸쳐 수많은 제도 개선과 비용 투입이 이뤄져 왔는데, 왜 아직까지 층간소음 저감이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데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이번 제도개선의 출발도 국토교통부 스스로 시작한 게 아니라 외부기관인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부 및 유관기관의 진지한 반성과 제대로 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30년간 제도개선 십수 번… 그간 층간소음 민원은 급증

‘사후확인제’라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그동안의 층간소음 제도 실패에 대한 검증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국내 층간소음 제도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변화가 이뤄져 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햇수로 30년 전인 1기 신도시가 개발되던 시점의 1991년 1월이다. 이때 정부는 ‘주택건설기준 규정’이란 새로운 기준을 제정하면서 층간소음에 대해 “각 층간 바닥충격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시공해야 한다”는 선언적 내용을 삽입해 운영했다. 

이후 1기 신도시 입주 등 아파트 공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확대되자, 12년 후인 2003년 4월, 주택건설기준규정 개정을 통해 ‘바닥충격음 차단 최소성능기준을 도입, △경량 58dB이하 △중량 50dB이하라는 소음 기준이 최초로 도입됐다.

 2004년 3월에는 바닥충격음관리기준을 제정해 경량충격음 차단을 위해 슬래브 두께 180mm 이상의 표준바닥구조를 도입했다. 이듬해인 2005년 6월에는 바닥충격음관리기준을 개정, 중량충격음도 측정 대상에 포함하는 표준바닥구조를 도입했다.

이후 2013년 5월에는 주택건설기준규정 개정을 통해 표준바닥구조와 인정바닥구조를 통합해 슬래브 두께를 210mm로 강화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임팩트볼 방식을 도입했다가, 2년 뒤인 2015년 10월 감사원 지적으로 인해 임팩트볼 방식이 삭제됐다. 

▲사전인정제도 도입하고, 슬래브 210mm까지 두껍게 해도 마찬가지

문제는 이처럼 수많은 제도개선에도 불구 층간소음 상황은 개선되지 않은 채, 거꾸로 국민들의 층간소음 민원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민원 집계 결과를 보면 층간소음 민원이 2012년 최초 집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 초부터는 급증 상황이다. 

그동안 층간소음에 대응하는 정부 측 답변은 입주자의 생활태도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왔다. 그러다보니 ‘슬리퍼를 신고 다녀라’, ‘의자 다리에 소음방지 캡을 씌워라’, ‘매트를 깔아라’는 식의 임시방편적 대응이 주류를 이뤘다. 

이 같은 정부 측 대응 방식에 쐐기를 박은 게 지난해 발표된 감사원의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다. 2018년 말 입주 예정인 28개 현장의 191가구를 실측해 점검한 결과, 191가구의 96%인 184가구가 성능등급이 하락하고, 191가구의 60%인 114가구는 최소성능등급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감사원이 감사 대상으로 삼은 ‘2018년 말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모든 층간소음 차단 관련 기준 등을 적용해 지은 아파트라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사전인정제도를 도입하고, 슬래브 두께를 120, 150, 180, 210mm로 강화해 온 결과임에도 불구, 96%의 성능등급이 하락하는 처참한 상황을 맞은 것이다. 

심지어 층간소음을 잡겠다며 슬래브 두께를 두껍게 하는 과정에서 입주자들이 부담한 추가 비용이 십수 년 간 수십조 원이 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소음진동 피해예방 모임 관계자는 “국토부는 근본적으로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시공자들의 정밀시공을 의무화하고, 제대로 된 사후확인제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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