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심의 막아놓고 연내 조합 설립 땐 ‘2년 의무거주’ 예외?
재건축 심의 막아놓고 연내 조합 설립 땐 ‘2년 의무거주’ 예외?
서울시 심의 거부 작전에 주민들 울화통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0.07.20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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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분양까지 시간 충분하다지만 통상 2년 걸려
압구정 구현대·은마아파트단지 등 사업진행 불가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지난달 17일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대책의 주요 규제책인 ‘조합원 2년 거주 의무화’에 대한 반발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해 말 도시 및 주거환경법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지만, 서울시가 재건축 심의를 거부하고 있어 조합설립인가 신청 절차 진행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단지들은 여의도와 압구정 아파트지구, 대치 은마아파트 등이다. 이들은 서울시의 심의가 재개돼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가능하기 전까지 규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조합설립 막아놓고 올해 안까지 조합설립하라고?… 심의 막힌 압구정, 여의도 등 ‘분통’

국토부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내 재건축사업의 경우 ‘조합원 분양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 신청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드시 연속해서 2년 이상 거주할 필요는 없고, 기간 합산을 통해 총 거주기간이 2년 이상이면 된다.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현금청산을 받아야 한다. 다만 오는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는 단지들은 해당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내 재건축 초기 단지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예외규정은 형식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규제를 적용하기 전 단순 집값 상승을 이유로 서울시가 행정권을 남용해 재건축 심의를 무기한 지연시키고 있는 현재 상황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울시가 집값 안정을 이유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미루고 있어 후속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개발 밑그림인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돼야 그에 맞춰 후속 절차인 설계안을 만들고 개략적인 추정분담금을 산출해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이후 압구정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은 서울시의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에 한 번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확정 고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단지 역시 여의도와 용산 일대 통합개발 역시 집값이 급등하자 해당 마스터플랜 발표를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한 상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2015년에 정비계획안을 수립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도전했지만, 5차례나 좌절되면서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단지는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35층 높이를 고수했고 추진위도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지난 2017년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해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했지만, 아직까지 도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압구정3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돼야 설계안을 만들고 추정분담금을 산출해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이 발표된 지 4년이 넘도록 고시를 하지 않으면서 올해 말까지 조합설립을 하라니 앞뒤가 안 맞는 시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조합설립을 막아놓고 지난 3월에는 1976년 수립된 아파트 개발기본계획을 들먹이며 일몰제 대상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조합원 2년 의무 거주라는 황당한 규제를 들고 나왔다”며 “유예기간은 아무 의미가 없고 그저 재건축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분노했다.

▲조합설립 후 조합원 분양신청까지 통상 2년 이내… 실거주 요건 채우기 어려워

조합원 2년 거주 의무 요건에 대한 업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특히, ‘조합원 분양신청’전까지 실거주 2년이라는 요건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실제로 조합원 분양을 할 때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돼 실거주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조합이 이미 결성된 곳은 소급적용이 안 되고, 앞으로 조합이 결성된 곳부터 적용된다”며 “분양 신청까지 6년에서 8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2년 실거주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비사업 추진 절차를 고려해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은 사업시행인가 이후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합설립 후 빠르면 조합원 분양신청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2조에는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있는 날부터 120일 이내에 조합원 분양 공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내역입찰제를 통해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자를 선정하는 서울시의 경우에는 시공자와 계약을 체결한 날이 기준이다.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계획인가까지 걸리는 기간은 정비계획 및 설계의 특별한 변경이 없는 경우 통상 2년 이내로 보고 있다. 설령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합설립 후 조합원 분양 신청까지 4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정법 일몰제 규정이 그 근거다. 도정법 제20조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날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구역해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 분양신청까지 여유 시간이 충분하다는 국토부의 의견은 정비사업의 추진 단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일반분양신청 시점을 두고 얘기한 것 같다”며 “원칙대로라면 도정법상 조합설립부터 분양신청 공고까지 3년 6개월이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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