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5구역 시공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소고
방배5구역 시공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소고
  •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 승인 2020.08.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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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 방배5조합이 자금을 대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공사와의 공사계약을 해제하자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2천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손해배상금으로 400억원을 인정했고 서울고등법원은 손해배상금으로 50억원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조합이 일방적으로 시공계약을 파기했더라도 책임져야 하는 손해배상금액은 단순한 시공이윤이 아니라는 첫 실무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법원이 손해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시공이윤 감정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이 당초 계약 당시에 비해 얼마나 변경되었는지, 재건축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 국내 경기나 정부정책 등 제반 환경변화는 어떠한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사업상의 비용이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조합의 계약파기에 시공사의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이 합리적 수준으로 재량껏 손해금액을 산정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첫판결이다.

법원은 일반분양분이 과다하게 산정되었고 재건축사업이 상당기간 지연되었으며 정부정책등 제반 환경이 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공사들 또한 사업상의 위험성이나 비용을 면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이와 같은 계약파기가 있었음을 이유로 손해액을 50억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공사계약 해제는 매우 엄격한 해제요건을 갖추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으로 조합이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을 해제하기 위한 요건과 절차를 자세히 설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 중에서도 계약해제를 위한 이행최고는 시공사가 지체된 내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어야 하며 최고기간 동안 계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데 있다.

통상 시공사 선정단계에서는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처럼 했던 시공사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 우월적 지위에서 조합과의 관계를 이끌어왔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그와 같은 시공사의 조합에 대한 태도도 손해금산정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따라서 기존의 시공사 행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본다. 조합으로부터 계약을 해제당하는 경우 계약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에 비해 훨씬 손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본다.

이번 소송에서 시공사들의 대리인은 국내 최고의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맡았다. 김앤장은 서면이 방대했고 민사판례를 세밀하게 인용하며 대형 시공사를 변론했다. 우리 H&P법률사무소도 국내 최고의 도정전문 로펌의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비용분담 조건변경에 대한 도시정비법 법리와 민사법의 해제법리를 소속 변호사들이 각각 맡아 조합을 위해 헌신적으로 변론했다. 재판부도 양측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부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공자가 조합에 자금을 대여하지 못한 실질적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고 애썼다.

이번 판결은 도시정비법이나 해제법리에 따른 무효까지는 판단받지는 못했지만 손해금산정에 고려해야 할 도시정비법상의 요소를 많이 발굴해 재판부를 어느 정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H&P법률사무소가 방배5조합의 대리인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손해금 산정에 관리처분계획의 기능이나 재건축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배5조합원들을 위해 우리 사무소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

방배5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은 선정당시의 계약서안과 실제 체결한 계약서 내용이 상당부분 차이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그러다가 수차례에 걸친 자금대여독촉에도 시공사가 무성의하게 대응하면서 계약해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시공사들은 당초의 지분제 약속을 무시하고 실질적으로는 도급제인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 교묘하게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재판과정에서 이와 같은 점을 수차례 지적하고 설명하려 하였으나 재판부는 귀를 기우리려 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대법원에서 시시비비가 분명 가려질 것이라 본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재판부가 계약해제의 형식적 절차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조합에게 법률전문가 수준의 법률지식을 요구하면서 이행최고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 점이다. 조합의 경우 법률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형식을 갖추어 이행최고를 하지 못하더라도 그 취지가 담겨 있고 통상적 기간을 준수하였다면 적법한 이행최고로 볼 수 있었다. 이 부분도 대법원에서 고쳐질 것이라 생각한다.

손해배상금 50억원 인정부분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이기 때문에 더이상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시공사의 경우 상고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합은 당연히 상고할 것이라 생각한다. 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적법하게 해제된 경우에는 한푼도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는 당초 계약안과 실제 체결한 공사계약이 비용분담조건의 변경에 해당하는지, 매도청구에 따른 자금대여시점은 언제인지, 이행최고의 경우 어느 정도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가 다투어질 것이다. 방배5조합 상황이 대형 시공사들의 횡포로 계약해제에 이르게 된 것이 맞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는 거기에 맞는 합당한 결과를 도출해 낼 것이라 생각한다.

홍봉주 대표변호사 / H&P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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