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대책에 몸살앓는 재개발 영세조합원들
6·17대책에 몸살앓는 재개발 영세조합원들
수도권·지방 투기과열지구 지정 후폭풍… 정비사업 ‘쑥대밭’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8.24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출규제·조합원 지위양도 제한·분양권 전매금지 등 ‘발목’
조합 “서민 보호위한 정책이 원주민 아파트 빼앗는 꼴” 분노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6.17대책에 따른 기습적인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수도권 및 지방 내 영세 조합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뒤 이에 따라 달라붙는 후속 규제들 때문에 가난한 조합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17일 안양·광명·하남·수원·구리·의왕과 인천 남동·서구 등을 새로운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할 것이라 발표하고 이틀 뒤인 19일 지구 지정을 완료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그 즉시 △LTV 50%→40%(9억원 이하) 대출 규제 △정비사업 분양 재당첨 제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가 시행된다.

문제는 이들 규제가 조합원들의 처지와 복잡하게 얽히면서 예기치 않은 피해자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LTV 50%→40% 대출규제… 가난한 조합원에게 직격탄

먼저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인해 대출가능액이 줄어들어 영세 조합원들은 오도 가도 못하게 생겼다. 대출가능액 10%p가 줄어 분담금 조달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출가능액 10%p가 줄어 분담금 조달이 막혔다는 게 엄살처럼 비쳐질 수도 있지만, 적은 금액에 타격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영세 조합원이라는 역설적 방증이다.

일반적으로 분담금 연체가 3회 이상 진행되면 분양계약이 해제되고, 조합원은 현금청산 대상자로 전락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영세 조합원들을 끌어안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들을 새 아파트에 재정착시키려던 일선 조합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빠진 것과 동시에 분담금 미납으로 어쩔 수 없이 현금청산자가 될 수밖에 없는 영세조합원들과의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그동안 이들 조합들이 진행해 온 영세 조합원 재정착 방안인 ‘맞춤형 자금조달계획’에 치명타를 날렸다. 조정대상지역의 LTV 50%를 감안, 권리가액과 중도금 대출액을 총동원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자금계획을 짜 진행시켜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권리가액 2억원짜리 재개발 물건을 보유한 영세 조합원 A가 있다. A가 분양가 6억원의 전용 84㎡형을 분양받는다고 가정하면, 종전평가액 2억원과 분양가 6억원의 차액인 4억원을 분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권리가액(2억원)에 LTV 50%를 적용해 담보대출액 1억원을 이주비로 활용하고, 나머지 분담금 4억원은 신용대출인 중도금 대출로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서 영세 조합원에 대한 중도금 조달 방법의 힌트는 전체 6회차의 중도금 중 마지막 2회차(5/6회차, 6/6회차)를 ‘연체하는’ 중도금 납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즉 조합 및 시공자 보증을 바탕으로 A가 분담금 4억원의 LTV 50%를 적용한 2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 계약금과 중도금 4회차까지 납부한 후 입주 때까지 버티는 방식이다.

A와 조합 간에 체결한 분양계약서에서 3회 이상의 연체가 있을 경우 분양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 때문에 2회차(5/6회차, 6/6회차)까지만 연체한 후 연체에 따른 지연이자를 감수한 뒤 입주 후 전세 임대를 통해 얻은 전세보증금으로 잔금 및 연체된 중도금 2회차를 납부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도금 대출액 2억원은 남김없이 쓰이게 된다. 4억원의 분담금 중 계약금 4천만원(10%)과 중도금 4/6회차까지 1억6천만원을 납부하면 2억원의 대출액이 모두 소진된다. 

문제는 정부의 갑작스런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인해 LTV가 종전 50%에서 40%로 10%p 하락함으로써 당초 자금계획에서 4천만원(4억원×40%=1억6천만원만 중도금 대출 가능)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대체할 4천만원의 부족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A는 3/6회차부터 중도금 연체가 시작돼 3회 연체를 하게 되면 분양계약이 해지되고, 결국 현금청산자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정책 부작용에 분노 “서민 보호하겠다는 정부에 배신감”

이 때문에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재정착하려는 영세 조합원을 쫓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민을 보호한다’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거주해 온 원주민의 아파트를 빼앗는 셈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현실 상황을 세밀하게 살피지 않은 정책을 무작정 시행하는 과정에서 힘없는 영세 조합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설익은 정책을 일단 질러 놓기만 하고, 그에 따라 집을 빼앗기게 된 영세 조합원 문제를 조합에게 떠넘기는 정부 정책에 많은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