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규수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대표
인터뷰- 강규수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대표
“전 국민이 잠재적 피해자, 이번에야말로 층간소음 제도 제대로 만들어야”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8.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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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강규수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대표는 2013년부터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온 장본인이다. 본인 스스로가 주택가 소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피해를 겪는 국민 입장에서 목소리를 냈는데도 불구, 정부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그의 불만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층간소음 민원이 올해 상반기에만 17만건이 발생하는데도 당국의 대응 수위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 스스로가 생활소음에 고통을 느껴 왔다. 내가 사는 곳은 인천 부평구에 있는 상가주택인데, 생활 소음이 적지 않다. 주택가와 상가가 혼재된 곳으로 각종 생활소음이 들린다. 옆 집 애완견 짖는 소리,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 다투는 소리 등이 집 안에서 끝없이 들린다.

어느 날 문득, 선량한 시민이 왜 이런 현상을 참고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더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왜 이렇게 된 건지, 집을 어떻게 지었길래 이런 건지 등 전반적인 원인에 궁금증이 들었다.

그렇게 지난 8년간 주택 내 소음ㆍ진동 문제를 파고 들다보니 주택 층간소음 문제로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층간소음 문제는 정부와 업계 간 커넥션이 의심될 정도로 반복적인 꼼수 같은 게 자행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단추가 어디에서부터 잘못 끼워진 것인지 파고들기 시작한 이유다.

이에 따른 결론은 국토부가 여전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간 잘못된 제도로 전 국민이 피해를 받아왔는데, 그동안 제도를 사실상 만들어온 모 연구기관에 또 다시 이 제도의 개선을 맡겼다는 것에서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층간소음 제도개선이 중요한 이유는

=전 국민이 층간소음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의 의미를 요약하면, 한마디로 지난 20년간 진행돼 온 국내 층간소음 저감 제도가 실패했다는 얘기다.

표준바닥구조 제도를 도입하고, 사전인정제도와 슬래브 두께를 지속적으로 두껍게 해왔는데도 층간소음이 저감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같은 종전의 제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나를 포함한 국민 누구나 층간소음 성능이 뒤떨어진 주택 중 어느 한 곳에서 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국토부가 2022년 도입하겠다고 하는 사후평가제는 또 다시 이웃끼리 싸우게 하는 제도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품질미달의 주택이 계속 건립되는 한 전 국민이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층간소음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모임 측에서 내놓는 대안은

=국토부와 연구기관 관계자 등 소수의 전문가가 결정하는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난 20년간 그렇게 소수가 의사결정을 해온 결과가 바로 지난해 감사원 결과다. 이 때문에 기존처럼 국토부-연구기관 등 소수 전문가의 의사결정에 의해 제도를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아파트는 전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제도개선을 진행할 때마다 전체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한 뒤 활발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용어 또한 바꿔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해당 제도개선이 자신의 삶과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준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바닥충격음 완화를 위해 스티로폼 재질, 규격 등 세부적인 내용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정부의 올바른 입장은 성능 기준만 내놓고 이의 준수 여부만 체크하면 된다. 바닥구조와 스티로폼 재질 등을 명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구조로 하든 상관없이 ‘몇 dB 이하’라는 단일 기준만 충족하면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재질과 구조면에서 뛰어난 새로운 완충재가 경쟁적으로 개발돼 층간소음 저감 혜택이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하고 싶은 점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층간소음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전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한 번 잘 못 지어지면 그 아파트가 철거될 때까지 입주민은 30~40년 간 지속적으로 층간소음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층간소음 문제를 입주민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 진단의 앞뒤가 뒤바뀐 것이다. 1차적으로 층간소음을 막을 수 있는 집이 만들어졌는가를 들여다봐야 하고, 2차적으로 입주민의 생활방식을 들여야 보는 게 순리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모든 책임을 윗층 또는 옆층에서 소리를 내는 입주민에게 전가했다. 발끝으로 다녀라, 슬리퍼를 신어라, 소음방지 매트를 깔아라, 책상 다리에 캡을 씌워라 등. 이 문제 이전에 제대로 된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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